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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Thinking point [프레임전쟁]

형준이가 서경석 라디오에 나와서 구케우원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 '중립을 지키는 구케우원'이 되고 싶다고. 뭐어, 얘가 무슨 말을 하든 특정 몇몇(2-3가지) 사안을 제외하고는 별로 깊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아니니 그냥 넘겼지만, 정치를 조금만 안다면 '중립'이라는 건 없다는 걸 알거다. 중립이란 단어는 있지만 실지로 그런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그딴 거 없다. 레이코프 말마따나 상황에 따라 때로는 보수고, 때로는 진보인 이중개념주의자를 보통 중립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참 되도 않은 신회가 많은데 한쿡 뿐 아니라 미쿡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중립신화.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지만, 사실은 서있는 기차에도 중립은 없다. (그렇다고 이중개념주의자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째 어감이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한국판 제목은 프레임전쟁. 재작년인가 무지하게 재밌게 읽었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가 로크리지연구소 연구진과 같이 펴낸 책이다. 꽤 다방면으로 유용한 책인데, 정치에서 보수 진보 구분이 영 아리까리한 사람들이 보면 이슈 중심으로 이해가 쉬울테고,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하고 이야기 할 때 영 밀린다 싶으면 이걸로 공부하면 개념정리도 되고 전략적인면도 보충이 될 것이다. 보수한테는 별로 도움 안 됨. 근본적으로 보수=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똑똑하지만 나쁜쉐이, 진보=경험없는 착한 바보 이런 식으로 배치가 되어 있어서리. 크크크. 미얀,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해 ㅋㅋㅋㅋㅋ
그리고 thinking point.
사람이 사고한다는 것이 꽤나 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판단은 비이성 상태에서 직감, 혹은 감정적으로 취사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책의 제일 큰 장점이라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판단하단 많은 것들을 의식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많은 지식과 경험이 쌓여 이성만큼 확실한 직감적 사고능력에 대해서는 티핑포인트라는 책에서 일부 거론된다만, 세부내용은 이쪽과는 상관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제대로 생각'해보면 나중에(아주 나중에, 티핑포인트에서처럼) 무의식적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약간 마케팅서적의 색깔도 있다. 프레임이라는 개념이 그렇다. 사고의 틀, 인식의 틀을 이용한 홍보의 틀. 아, 이 책 너무 재밌쪄ㅠㅠ 그래도 읽히기는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훨 잘 읽힌다.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한가닥하는 아저씨로 자신의 전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치적인 발언을 많이 한다. 이런 부분은 촘스키나 하워드진과는 약간 다르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레이코프의 책이 재밌다. 좀 더 자신있게 직설적으로 화끈하고 시원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전문적이지만 쉽고 잘 읽힌다. 하워드진 아저씨는 강의할땐 엄청 유머있더만 책 쓸 때는 긴장테크를 타는 모양인 듯 글 자체가 약간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거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읽히긴 하지만 갠적으론 역시 강의가 더 좋드만요.
어쨌든 한국에는 하워드진이나 촘스키처럼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지 레이코프는 특유의 명석함과 화통함으로 미국 내에서 정치적 발언으로 영향력 꽤나 행사하신다는 분 되겠다. 똑똑하고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사람한테 핡핡대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아저씨한테도 반해부렀으. 그나저나 진보의 경험부족은 여기나 저기나 참 큰 문제로구먼.


덧.
응? 일지매 보면서 글 썼더니 뭔소리를 하는지?
엥? www.rockridgeinstitute.org 여길 갔더니 thinking point를 읽을 수 있잖아=_= 나한테는 페이지가 다 열리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