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1. 비전
원래는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근데 양덕이 미쳐버리는 걸 계속 보다보니 계속 스포일러를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국 다 다운받아 보게 되었다~는 흔한 오타쿠 스토리.
게다가 내가 원래 비전을 좋아했거등. 에이지오브울트론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좋아했다규. 웃긴 건 자비스(랑 더미들)도 좋아하긴 했는데 자비스는 캐릭터와 서사가 없잖아. 그래선지 정은 안 들었는데 비전은 캐릭터가 있어선지 더 좋았다. 물론 서사적으로 흥미로운 캐릭터는 아니다. 논리와 지식으로 무장한 초월적인 존재이면서 순수하다는 거 자체가 스토리가 잘 안 나오지 않슴. 하지만 나는 그런 캐릭터 설정 자체가 좋았다. 에이지오브울트론은 순전히 비젼 때문에 보는 영화임.
완다비전에서 비젼은 완다의 '슬픔이자 희망이자 사랑'이다. 그니까 완다가 사랑했던 비전이지 기본적으로다가 원래 비전이 아니라는 거임.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 마누라가 그런 설정이다. 원래 같이 살던 그 여자가 아니라 디카프리오의 악몽이 된 마누라라는 거죠. 인셉션을 보다보면 디카프리오가 전 마누라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했는지 알 수가 없거등. 근데 완다비전을 보면 완다가 사랑하고 받아들인 보고 있고 보고 싶은 비전은 거의 원래의 비전과 거의 같다. 약간 까불긴 하지만 비전은 기본적으로 비폭력적이고 논리적이면서 학구적이고 순수하고 대의나 선을 추구한다. 컴퓨터니까 일도 잘하지 ㅋㅋ 비전이 하는 대사나 농담 모두 다 비전의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설정이 느무느무 좋았다. 완다가 사랑했던 비전은 완다의 정신승리 버젼의 비전이 아니라 비전 그 자체였다는 겁니다요.
완다의 비전이 재구축된 비전을 상대할 때도, 이쪽이나 저쪽이나 모두 본질은 비전이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진 건데 그게 또 재밌더라능. 이런 점이 덕후의 갬성을 건드는 걸까? 특히 미국 만화는 같은 캐릭터를 재탕삼탕하면서 다른 환경에 넣고 같은 스토리를 다르게 표현하고 뒷얘기를 끊임없이 만들거등. 그래서 이야기가 끝나질 않는다. 캐릭터가 죽지도 않고 죽여도 다시 살아난다. 스파이더맨멀티버스에서처럼 백인버전 흑인버전 여성버전 돼지버전 아니메버전 등 온갖 버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임. 그래서 완결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블영화가 좀 짜증스러울 수가 있다.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질 않고 항상 열린 결말로 끝나니까 ㅋ
비전은 두 번 죽었음에도 완다비전에서 완다의 비전으로 또 나오고, 완다의 비전과 완다가 제대로 된 이별을 했음에도, 여전히 비전이 살아 돌아다니는 상황이다=ㅠ= 좀 피곤한가? 근데 그럴 때마다 캐릭터에 서사가 하나씩 붙으니까 사실상 캐릭터가 끝없이 성장하는 거랑 같거등. (로키는 좀 피곤해졌다. 또냐 싶었는데, 로키 시즌1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시청자 반응을 보기도 전에 시즌2를 만들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이러면 또 보고 싶잖아...=_=;;)
비전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자유로워진 비전은 지구보단 우주적으로 노는 게 맞을 것 같긴 헌데 말입니다. 의외로 타노스처럼 농부재질일 수도...
2. 애도
완다비전의 목적은 스칼렛위치의 오리진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고 주제는 애도이다.
완다는 살면서 몇번의 절망을 겪는데 그 때마다 제대로 된 극복을 하지 못해서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캐릭터다. 피에트로가 죽었을 때 비전이 해준 말은 증말 아름답더군. 멋진 기계랑 멋진 사랑을 한 것 같은데 왜 성장하지 못한거냐, 이 여편네야=ㅁ= 완다는 사고방식이나 의도는 순수한 편인데 선택이나 행동이 산으로 간다. 토니 스타크를 잇는 사고뭉치라고 할 수 있져. 스타크는 비록 빌런 제조기였지만 본인은 끝까지 히어로였는데 완다는 본인이 빌런으로 냅다 달려가는 형상. 이렇게 닥터스트레인지에서 빌런으로 나올 거라고 덕후들은 확신하고 있다. 마블이 어떻게 하려나?
여튼, 절망을 경험했을 때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상황이나 그런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고 애도를 하지 못하면 트라우마가 되어 버린다. 완다는 트라우마가 계속 쌓여서 폭발하게 되었고 결국 개진상을 떨어 주변에 개민폐를 끼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감정조절을 못하는 인간은 자기 자신도 괴롭히지만 주변 사람도 음청나게 괴롭힌다. 감정은 전이가 쉽기 때문에 계속 괴로워하거나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같이 힘들고 괴로워지거등. 웨스트뷰의 주민은 완다가 정신지배를 해서 괴롭기도 했겠지만 완다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받고 있어서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비전, 아이들과는 제대로 된 이별을 하긴 했는데 제대로 된 감정정리는 못한 모양이다. 일단 드라마에서는 못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감정을 마주하는 몇 가지 단계를 알려드림.
1. 감정을 외면하거나 도피하지 말고 일단 감정을 느낀다.
2.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 댈 수도 있고 쏟아낼 수도 있지만 스스로 만든 경계 안에서 하도록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감정에 빠져있거나 나의 감정을 남한테 쏟아붓는 건 안 된다는 뜻이다. 애도하다 사회생활 말아먹을 수 있당께.
3. 그 감정의 정체가 무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그 감정의 근원이 무엇인지, 어디서 오는지, 왜 오는지도 알아야 한다.
4. 그 감정의 정체를 인정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느끼는 슬픔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비전 말마따나 사랑을 했기에 슬픔도 느끼는 것이므로 그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5. 감정이 지나갈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 뭐든 때가 되면 보내줘야 한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감정이든 마찬가지다.
감정은 극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면 인간들이 쓸데없이 화를 굉장히 많이 내는데(인터넷에 공개적으로 감정을 싸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잠깐 인터넷에서 멀어져서 음악을 듣거나 그 감정의 정체가 뭔지 생각을 하다보면 화가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감정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그냥 싸버리는 게 버릇되면 그러지 말아야 할 때도 싸게 된다.
3. 마블.
마블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도대체 마블에 대해서 몇 번을 쓰는 거야 싶어서 패스.
디즈니 플러스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 자막 없어도 되지만 자막이 없으면 나오질 못하지. 여튼 구질구질하게 다운로드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글고보니 마블에서 제대로 된 러브스토리는 첨 본 것 같은데? 대부분 그냥 러브라인, 설정 같은 느낌이었지 제대로 된 건 없었다. 아, 피터 파커하고 미셸도 갠춘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