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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취미생활

1. 대부 테마곡을 쳐보고 싶어서 부모님 집에 굴러다니는 우쿨렐레를 보쌈해왔다. 일년쯤이면 얼추 마음에 들게 칠 수 있지 않을까? 괜찮으면 기타든 만달린이든 사서 연주해주마. 캬캬캬.

피아노 말고는 쳐본 악기가 없어서 기타류는 첨인데 어쨌든 악보를 볼 수 있고 코드 개념을 알고 있으니 시작이 쉽긴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별거 한 것도 없는데 손꾸락 피부는 아프구나.

그보다 피아노 치다가 우쿨렐레 해보니 이 쪼잔한 음역대 어쩔? 그래서 첫줄을 베이스줄로 바꿨다. 아무리 그래도 G3까지는 내려가야하지 않겠니. 그렇다고 기타를 치기엔 손이 작고 손가락이 너무 짧다ㅠㅠ

리코더도 하나 사려고 한다. 알토로? 얘 음역대도 겁나 쪼잔. 그래도 대부 왈츠 부르겠다고 트럼펫을 시작 할 수는 없자나. 오보에랑 클라리넷도 좋아하지만 리코더 사서 그거나 열심히 해야지.

 

+일단 테너 리코더를 중고로 샀다. (당근마켓~)

느낀 점 ; 호흡이 얼마나 짧은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리코더가 초큼 크다 보니 손가락이 고생한다. 적합한 소리를 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4일정도.

 

 

2. 인터뷰 보는 걸 좋아한다. 미국은 배우협회 같은 데서 하는 '제대로 된' 인터뷰가 있다. 타임지같은 언론사나 문화센터에서 하는 인터뷰도 있고. 이런 데선 주로 문화인, 특히 배우나 감독의 인터뷰를 많이 본다. 이런 인터뷰에선 그냥 영화나 책, 혹은 연극 홍보만 하는 게 아니라 삶과 커리어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 걸 보면 일을 하는 방식이나 일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그게 좋아서 계속 보는 거고.

 

얼마 전에 포털 메인페이지에 '평생 연기를 해온 여배우가 젊었을 적 남편이 바람을 그렇게 펴댔는데 참고 살았다'는 헤드를 봤다. 그걸 방송에서 말했는지 인터뷰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예전에 엄앵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남편인...신성일?인가가 키스마크도 달고 다녔다고 자기도 그런 걸 참고 살았다고.

평생 일을 하고 살았는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나도 바람 피는 남자랑 살았다는 거임? 물론 그런 거나 물어보는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 그런 소릴 들으면서 '그래, 저렇게 돈 많이 버는 여자도 참고 살았다는데...'하며 자위하는 아줌마들을 위해선 필요한 인터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새끼들에게 좀 좋은 거 보여주고 싶진 않은가? 묻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공감하는 사람이나 똑같이 말입니다. 아님, 하다 못해 그런 남편 있었지만 나는 나대로 그런 놈 신경 안 쓰고 재밌게 잘 살았다는, 뭐 그런 건 없나? 그런 거 물어보는 사람도, 듣고 싶은 사람도 없어? 2020년인데 왜 70년대에 머물고 싶어하는 건지 당췌 모르겠네.

 

 

3. 댓글 보는 것도 좋아한다. 시간낭비 하는데 아주 좋음.

최근에 제일 맘에 들었던 건, 헐리우드 대형 제작사(디즈니, 넷플릭스, 소니, 워너브라더스 등)의 제작자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영상에 달린 댓글. '이 영상의 power가 너무 강해서 내 아이폰이 저절로 충전됐다'. 캬캬캬. 

최소한 고경력 배우가 남편 바람피우는 거 참고 살았다는 이야기 듣는 것보다는 즐거운 시간 낭비인 듯. (뒷끝 쩔.)

 

 

4. 그동안 안 보던 알 파치노 인터뷰를 보고 있다. 젊을 적엔 꽤 배우 같은데 나이들고 좀 릴렉스 하면서(=편하게 말을 하게 되면서) 뭔가 락스타 분위기가 난다. 70 넘으면서 약간 주책바가지가 되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약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젊었을 적에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말하는데 꼭 할배가 이야기 해주는 옛날 이야기 같다. 포인트를 잃진 않는데 좀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해서 더 할배같음 ㅋㅋ 그래도 갠적으론 주책바가지 쪽이 훨씬 좋아서 덕심이 더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도 발견했다. 이 할배 기분이 좋을 때나 관객이 있는 영화제 GV 같은 형식의 인터뷰, 혹은 인터뷰어랑 친하거나 분위기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일종의 표정연기?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땐 친절한 말투로 말하고 똑같은 말을 하는데도 거의 무표정으로 그냥 말을 하는데 반해, 컨디션이 좋을 땐 표정도 다채롭고 목소리톤도 바꿔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특히 에피소드를 이야기 할 때 표정으로 말을 대신할 때가 느무 좋으다. 이런 걸 보면 말을 못한다고 볼게 아니라, 이야기(서사) 전달에 특화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듯.

덧붙여 말할 때 뿐 아니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어가 질문이나 의견을 말할 때 몸과 귀를 인터뷰어 쪽으로 기울이며 '나는 너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있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뭔소린지 못 알아들을 때도 표정과 제스쳐로 '뭔 소리여' 하는데 폭소하고 말았다=ㅠ=ㅋ

 

 

5. 이렇게 코로나 덕분에 한가할 때 해놓아야 할 일이 많은데 왜 인터뷰 보면서 우쿨렐레, 리코더 연습이나 하고 있는 건지. 그러면서 또 피아노는 왜 쉬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