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은 타인과 만나거나 무리지어 모이는 걸 좋하고 그럴 때마다 뭔가를 먹는다.
나도 먹는 건 좋아하고 나도 친구들 만나면 대체로 식사를 같이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당연히 이런 활동을 하지만 한국 사람은 그게 좀 심하다.
한국에선 교회든 절이든 예배하면 끝나고 밥 먹는다. 밥 먹고 목사나 신도들끼리, 혹은 전도사끼리 혹은 전도사랑 목사끼리, 전도사랑 신도끼리 또 밥을 먹기도 한다. (위장이 몇개여.)
등산 모임은 산에 가는 길에 먹고, 산에 올라가서 먹고, 산에서 내려오면 또 먹는다.
등산만 그러냐. 대부분의 단체운동이 대체로 이런다. 운동을 하려고 모이는 건지 먹으려고 모이는 건지를 모르겠지만 하여간 계속 뭔가를 먹는다. 각자 먹지도 않고 항상 나눠먹는다.
집회 할 때도 그랬을 것이다. 버스 타고 올라올 때도 먹고, 시위할 때도 먹고, 시위하고 내려가는 길에도 먹었을 것이다.
그 왜 코로나 명부로 허락없이 번호를 따서 문자인지 카톡을 날려서 한다는 소리가 '소주 사주려고요'.라니. 새삼 한국인의 음식 대한 집착과 음식을 매개로 삼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나는 밥 사줄테니 나오라는 말이 제일 싫으다. 밥은 내가 알아서 잘 먹거든. 먹고 싶은 건 사먹을 정도의 경제력도 있어. 내 경우엔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랑 밥을 먹는 거지, 밥을 먹으려고 사람을 만나는게 아니거덩요. 아니, 근본적으로 어지간히 소주에 환장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사람이 소주 사줄테니 만나잔다고 나갈 인간이 어디있겠냐고.
하하가 무한도전 가요제 때 다른 가수랑 '스폰서'라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는데, 그 가사 내용이 가관이다. '내가 너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나는 너를 좋아하니까 내가 삽겹살 사줄게. 먹는 거 다 사주는 너의 스폰서가 되줄게.' 근데 이 노래 꽤 히트했다. 아직 메갈과 불편한 언니들이 등장하지 않았던 때라 욕도 안 먹었지.
하지만 소주 사준다고 나가는 사람이 있긴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은 혼자 있는 걸 잘 못한다.
혼자 잘 싸돌아다니는 사람을 아싸라고 부르면서 라벨을 붙이기도 하고,
실제로 혼자 있는 것보단 집단으로 다니는 걸 선호해서 심지어 단기 해외여행 갈 때도 동행을 찾는다. (이건 비용적인 문제도 있는 것 같지만)
밥 혼자 못 먹고 앞에 마누라라도 앉혀 놓아야 밥이 넘어가는 중장년 아저씨들도 있고
대부분의 독거노인은 굉장히 우울해하는데 경제적인 이유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혼자 있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독거'가 되어 외로움에 사무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실제로 결혼이나 아이를 낳는 이유 중에 하나가 나이들었을 때 혼자 외로울 것 같아서라는 것도...
무리를 지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크겠지만, 그보다 더 혼자 있는 걸, 자기 자신과 시간을 보내는 걸 못하는 사람이 많다. 자아상도 남이 나를 평가하는 내용을 그대로 내면화하고 인생 설계도 남이 말하는 걸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부모나 선생님이 너는 이러이러한 인간이야 하면 아, 나는 그런 인간이구나. 하면서 받아들이고 이래이래 해야 성공한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대로 따라가며 노오력을 한다.
한국은 직업도 이래 다양하고 하고 싶은 것도 다양할 텐데 성공의 방법은 한가지 길밖에 없어서 하여간 노오력은 무지하게 하는데 생산력은 허벌나게 떨어진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인간들이 불만이 많다. 시키는대로 했는데 안되니까. 시키는 대로 미친듯이 열심히 노오력을 했는데 극소수의 인간만 성공하니까.
나는 한국인이 패시브어그래시브하다고 본다. 겉으로 보이는 태도는 늘 방어적이고 소극적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게 공격적이야. 성공하고 싶고 부자 되고 싶은데 성공하는 방법이나 부자 되고 싶은 방법을 스스로 찾지 않고 남이 말해주는대로 소극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길로 방어적으로 간다.
그러니 속에서 당연히 열불이 터지겠지요. 안전한 길, 소극적인 방식 모두 내가 선택했음에도 왠지 다 부모랑 사회와 국가가 시킨 것 같거든. 화를 낼 때도 수동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한다. 하여간 내 잘 못은 아니거등!! 뭐 대충 이런 방식.
거리두기는 한국사람의 기질에 안 맞는데, 근본적으론 또 말을 잘 들어서 오랫동안 잘 하긴 했지. 근데 이젠 못 해먹겠는 거다. 그렇다고 어느 나라처럼 데모는 못하고(패시브) 가게 일찍 닫아야 한다니 밥 먹다가도 순순히 9시 전에 나가지만(역시 패시브), 규제가 없는 곳-공원이든 산이든 골프장이든 하여간 어디든 기어가서 꼭 다른 인간 무리를 만나고 뭔가를 먹어야 속이 시원해지는 고다. (패시브한 어그래시브 ㅋㅋ)
이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 사람이 과하긴 한데 인간이 인간이랑 같이 놀고 먹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기본적인 욕구니까. 우짜겠어. 그걸 억누르면 억누르는 대로 다른 부작용이 나오게 마련이라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본다.
아무래도 고강도 거리두기는 일주일에서 이주일 더 하지 않을까. 중요한 건 일일 확진자의 수가 아니다. 방역의 최우선 목표는 의료붕괴를 막는 것이라 현재 수도권 의료진(특히 간호사)과 방역업무 하는 사람들의 피로누적의 수준을 봤을 때 계속 억누르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영세자영업자의 피로누적도 장난 아닌지라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국 부작용이 있을 수 밖에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