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서구(유럽과 북미)가 왜 그렇게 인권에 목숨 거는지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역사 때문임. 동북아시아 시민들이 말을 잘 듣는 것도, 역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졉. 갠적으론 기후와 토양 영향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북유럽에 일년 넘게 살다보면 이것들이 왜 해적질로 먹고 살았는지 몸이 알게 된다. 겁나 후진 식재료 ㅂㄷㅂㄷ
여튼,
어쩌다보니 주변에 시민활동을 하는 친구가 몇몇 있다. 정치정당도 있고 시민단체도 있고, 내 경우엔 작은 문화단체에서 일을 해봤는데 얼추 속성이 비슷한 경향이 있다. 물론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일반론이다. 아닌 경우도 있긴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을 못해봐서 그렇지=_=
노동당 친구가 창당할 때 얘기 들어보면 코메디가 따로 없다. 특히 회의가 있어서 사람이 모여도 시작도 못 한다. 개회를 하기 전에 컴플레인부터 시작하서 회의를 못함. 회의를 시작하면 내가 맞네 니가 맞네 이러면서 평생선으로 쭉 나감. 계속 감. 죽을 때까지 간다. 그래서 일은 1도 못하고 그냥 회의만 죽도록 한다. 의견을 못 모으는 게 한국인의 종특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정당을 하겠다고 모였으면 일은 해야할 거 아냐, 쪼다들아.
이건 소수당이나 지역당이 일을 존나 못한다기 보다는 (못하긴 못하지만 여기서는 중요한 게 아님.) 정치정당이나 지역운동을 하는 사람 머리엔 '내가 하는 일은 옳다. 그러므로 나는 항상 옳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대로 해야한다. 나는 착하고 깨어있고 옳지 못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언을 한다'는 관념이 굉장히 뿌리깊게 박혀 있다.
이런 이야기가 보여주는 현실은, (한국에서) 정치정당이든 시민운동이든 위안부 문제든 뭘 해보겠다고 모여서 일을 시작하는 거 자체가 고난의 길이라는 거다. 민주주의는 무슨 말아먹을...
그래도 시민활동은 필요하니까 방법이 있긴 있다. 역시 한국식의 일 해결 방식인데, 누군가 카리스마 있고 일을 겁나 잘하고 추진력도 쩌는 사람이 단체장을 맡으면 그 사람을 구심점으로 해서 조직이 큰다. 아무나는 안되고 확실히 일도 잘하고 추진력도 쩔어야 카리스마가 생겨서 사람들이 따라오기 때문에 이런 단체장은 대체로 실력이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 단체장은 신념과 열정으로 자신의 몸과 인생과 마음을 갈아넣어 조직을 키운다. 보상? 그런게 어딨냐.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월급은 생계비라기 보다는 생존비다. 자존감을 채울 수 있는 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믿는 것 뿐이다. 그거에 매달려서 자기 인생을 갈아넣을 수 있는 거고. 이렇게 미친듯이 일해서 조직을 키우고 안정시키고 운동이 인정받게 되는 거다.
그리고 조직이 빠르게 안정되려면 여러사람의 의견을 모은다기 보다는 일단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들어는 주고)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현실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실무를 못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란 헛소리가 대부분이다. 헛소리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또 실무를 존나 못 한다는 거다. 한마디로 괴상한 의견을 던지기만 하고 일을 안/못 해요.) 일을 빨리 빨리 해야하니까. 인생을 갈아넣고 있는 입장에선 다른 사람들은 너무 팔자가 좋고 느리고 일을 못하고 답답하고 하여간 그렇다. 그러니 결국 몇명이 다른 사람들 멱살잡고 끌고 나가는 형국이 된다. 끌고 가는 사람도 끌려가는 사람도 미치고 환장하는 형국이 시작됩니다.
근데 이렇게 미치고 환장하는 형국에서 진짜로 단체가 커지고 조직의 내외부에 세력이 생기고 인정을 받으면 그 때부턴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사람=늘 옳다'가 된다. 그 사람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대로 모든 일이 흘러가기 마련이다. 왜냐면 효과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당연히 끌려가고 있거나 자기 의견이 번번히 소외되는 사람에겐 불만이 생기겠지요. 그럼 조직은 이런 모난돌 혹은 튀어나온 못 같은 애들을 무시하거나 거추장스러워하거나 어르고 달랜다. 소수 의견이 항상 틀린 것도 아니고, 소수 의견을 내는 사람 중에 일을 잘하는 사람도 있는데 조직은 이미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트럭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런 단체랑 단체장을 요즘 말로 뭐라고 한다? 적폐.
친구 중 하나가 현재 어떤 조직에서 '소수의견'을 내는 사람이고 매일 두드려 맞으면서 그래도 바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일년 넘게;;; 이 친구가 보기에 정의연과 정신대든 위안부든 하여간 그 운동을 하는 조직의 문제는 너무 뻔하고 이제는 단체장, 조직장이 내려올 때가 된 거라고 본다. 한마디로 이 모든 게 대표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근데 난 딱히 단체장이 적폐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잘했다고 하기도 힘들지만 어떤 조직의 모든 문제가 대표가 만든 문제니까 대표만 물러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택도 없다. 조직은 이미 그 문화에 젖어 있어서 다른 대표를 세우면 또 그 대표를 위주로 굴러가던가 그게 아니면 결국 와해될 것이다. 그런 예가 한국 역사에 조올라 많아요. 동학운동도 그랬어요. 전봉준이 집에 가니까 끝났다고요.
한국이 또 문제 단체를 없애거나 사람 끌어내리는 건 겁나 잘해요.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어? 독재자도 끌어내렸지만 선출된 대통령도 두 번이나 끌어내리려고 했고 그 중에 한번은 성공을 했다. 지금도 문재인 마음에 안 든다고 하야하라는 사람들의 마인드는 딱 그거다. 너만 없으면 모든 게 해결됨. 그렇게 사람을 끌어내리면 새로 시작하는 거시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나는 정의연을 비롯해서 그동안 그 일이 옳다고 생각하고 거의 평생을 매달려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도 이해가 가고 그 동안 의견이 번번히 묵살되서 화가 난 사람들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이 운동이 이렇게 절단이 나게 되는 것도 뭐... 한국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것 같으다.
덧.
시민단체는 기록을 안한다. 정확히는 기록을 해도 정리를 안한다. 시민단체 뿐 아니라 대부분 문화단체, 중소규모의 사기업 등등 거의 대부분 기록도 안하고 기록을 정리하지도 않는다. 이런 조직의 회계장부가 마땅히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걸 꼼꼼히 빠짐없이 적어놓지도 않았을 것 같고 무엇보다 그걸 연도별로 정리해서 깔끔하게 있을리가 없...=_= 그때그때 매우 아끼며 모두가 구질구질하게 살았겠지만 나중에 정리해 보면 존나 방만하게 운영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거등요. 물론 누군가 횡령배임했을 수도 있지만 안했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덧2.
그래서 나는 중소규모 단체는 이제 학을 떼고 인간들이랑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하는 걸 그만 뒀지만 그래도 그런 일 하는 사람이 나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애초에 그런 조직을 만들 수도 없었고 조직을 바꿀 수도 없었으니까.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싸우면서 사는 건 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