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무역업을 해서 주워들은 이야기+개인적인 생각+약간의 뇌피셜
1. 코로나 창궐 이후 갑자기 많이 팔리니까 평소에 기계 돌리던 곳에서 너도나도 업종을 바꿔 만들어 제끼기 시작했다. 중국 상황이 조금 진정이 되고 수출이 가능해지자 공장이 더 늘어났다. 마스크 품귀현상이 생겨서 현금 들고 공장 앞을 지키고 있다가 마스크가 나오면 무조건 현금을 앵기고 가져오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선 선주문이고 뭐고 없다. 먼저 더 많은 현금을 주는 사람이 물건을 가져가게 되어 있다.
덮어 놓고 사니 물건이 좋을리가 있나? 이런 저런 물건이 마구잡이로 팔려서 결국 죄없는 마스크 화영식까지 하고 아주 꼴값을 떨었다. 나는 이 마스크 화영식도 다분히 정치적인 제스쳐라고 본다. 그래서 중국도 정치적인 제스쳐를 취했다. 마스크 검렬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 기준에라도 맞는 제품은 수출 가능, 그렇지 않으면 안됨. 심한 경우 폐업도 시켰다. 일주일만에 몇천개의 공장이 폐업됐다. 그럼 당장 마스크가 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한쪽에선 불량이라며 항의하고 한쪽에선 마스크 수출규제 완화하라고 중국에 압박을 넣는다.
어쨌든, 들리는 말에 의하면 마스크는 허벌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만 하루에 일억장씩 나온댄다.
2. 수출 규제에 막힌 회사는 그렇다고 치고 안 막힌 회사는 어쨌든 매일매일 밤새 마스크를 만들고 그걸 판다고 한다. 중국에서 만들어서 미국에도 팔고 유럽에도 팔고 일본에도 판다고 한다. 근데 마스크도 방역복도 미국에도 없고 유럽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다. 미국도 유럽도 일본도 계속 주문을 넣고 선입금을 하고 사고 있다고 하는데 시장에도 없고 의료현장에도 물품이 안 보인다.
그럼 중국에서만 만드냐. 그럴리가 있냐. 마스크 제조는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다고 들었다. 기계와 원자재와 기술이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댄다. 그니까 평소에 기계를 돌리는 기술집약적인 산업군에서는 원자재와 그에 맞는 기계만 있으면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이 발 빠르게 마스크를 제작하는 거다. 어차피 놀리는 공장 사회 공헌도 하고 자기들한테도 필요하니까. 방역복은 봉제공장에서 만들 수 있다. 미싱하고 실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다. 대형 봉제공장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 있지만 세상에 봉제공장 없는 나라가 어딨냐. 평소 돈이 안되서 안 만드는 것 뿐이지 돈과 기술이 없어서 못 만드는 물품이 아니다.
3. 물론 원자재 값 상승과 물류의 문제도 있다. 원유 가격은 싸졌지만 인간들이 이동을 안하니 물류비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갔다. 교류를 안하니 수출입도 막혀버렸다. 이 와중에 미국은 존나 성실하게 정치놀음을 했다. 4월 초에 중국 마스크 전량 수입 금지 해서 마스크를 실은 배가 미국 항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둥둥 떠다닌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엔 중국 식약청 기준 kn95 마스크 수입은 허가한다고 했다. 근데 마찬가지로 물건이 들어가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알수가 없다.
보통 사람들은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했지만 북미든 유럽이든 물류는 어느정도 돌아가는 걸로 알고 있지만 뭔가 허벌나게 느리다. 물량이 많아진데 비해 인력은 딸리고 물류한다고 바이러스 무사통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간이 길어질 수록 인력은 딸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시간이 지날 수록 실업자가 많아져서 주문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류 가격 자체가 높아지고 느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4. 한국에서 마스크 수출이 금지되기 전에 미국과 멕시코에 있는 가족에게 마스크를 보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근데 그걸 못 받았다는 사람들도 꽤 있다. 도대체 어디에 블랙홀이 있는 거지?
5. 사재기는 배분을 쏠리거나 궁극적으로는 막히게 만든다. 배분이 막히면 물건과 물류가 꼬인다. (쏠린다.)
장사하는 사람은 무조건 현금 더 주는 사람에게 물건을 줄 수 밖에 없다. 구하는 사람은 이거저거 따질 것도 없고 다른 사람 걱정 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자기만을 위한 분량을 쟁여두려고 한다. 서로 다른 욕망이 부딪혀서 대폭발을 일으키면 남아나는 사람이 없다. 지금 어지간한 국가는 닥치는 대로 방역물품을 사려고 하고 있고 몇 안되는 생산국가=중국공장은 무조건 많이 주는 곳에 물건을 던진다. 여기에 또 중국공산당이 정치적인 이유로 끼어들고 다른 나라가 정치적으로 달려들어 물류를 꼬이게 만든다. 진흙탕에서 단체로 구르고 있는 형상이라고 할 수 있져.
6. 행정이란 게 별게 아니라 그냥 배분을 하는 거다. 자원과 인력과 일을 잘 나누서 균형을 맞추는 게 행정이다.
마스크로 예를 들면,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고 물건을 분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둘 사이에도 다리가 있다. 미국과 일본을 보면 이 중간이 없는 것 같다. 사는 사람은 물건을 사는데 바빠서 물건이 어디로 가는질 모르고 분배하는 사람은 마스크고 뭐고 받질 못한다. 사는 사람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받는 사람도 물건이 어디로 온건지 알 수가 없다. 중간에서도 바쁘게 나르고 있는데 이게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근데 확인할 시간이 있나 확인을 하는 사람이 있나.
일본이 크루즈에 준답시고 도시락을 잔뜩 사서 항구에 쌓아놓고 죄다 썩혀 버렸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있던데, 이게 행정이 꼬인 대표적인 예다. 다들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거.
7. 나는 세월호는 강경화 장관이 프로파간다를 허벌나게 잘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정말 기가막히게 일을 잘하지 않냐. 한국정부가 홍보일을 이렇게 잘하는 걸 처음 보는 것 같다. 근데 왜 일을 잘하게 된거지=_=? 나에게도 알려줘. 나도 일 잘하고 싶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을 보면 확실히 세월호의 희생자를 구조하는 것처럼 일을 하고 있다. 담당자가 신고를 받고 다른 담당자가 출동도 했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격이다.
세월호는 사고가 맞다. 여기에 너무 천착하고 새누리당을 너무나 악마화시킨 나머지 일부러 저 사고를 일으키고 구하지 않았다는 음모론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그냥 완벽한 무능의 결정체가 세월호의 사건이다. 모두가 혼이 빠져서 일을 하지만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지.
8. 한국은 원래도 행정력이 굉장히 좋은 나라다. 안 그랬으면 최순실이 대통령을 했는데 나라가 이렇게까지 멀쩡하게 있지 않았을 거다. 한국인이 단체로 열심히 노오력을 해서 나라가 멀쩡히 굴러간 게 아니라 행정력이, 그 구조와 시스템이 비록 꼭대기에 앉은 사람이 깜냥 안되는 사람이더라도 그냥 저냥 멍쩡히 굴러가게 한다. 톱니바퀴의 톱니가 다 둥글둥글해도 어쨌든 잘 맞물리기만 하면 저절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인간 세상엔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가 가끔씩 생기는데 최순실 시절에는 그게 세월호였고 (메르스도 있었징.) 아베와 트럼프에게는 코로나 19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도 굉장히 행정이 좋다. 일본은 한국급으로 좋고 미국은 한국과는 다른 의미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근데 그걸 전혀 이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밑에서부터 문제가 올라왔을 때 중간에서 하나라도 막아주면 문제가 더 커지지 않았을 텐데 우리는 세월호 때 총리가 황교안이었다. 현재 미국과 일본도 트럼프와 아베를 막을 자가 없다. 우한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생긴 것 같다고 했을 때 시진핑이가 사실을 말한 의사만 달달 볶고 협박했을 때 그걸 막게 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이 가림막을 만드는 것도 행정력인데 이거 만들기가 쉽지 않긴 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행정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9. 솔직히 몇몇 나라는 그냥 노인+저소득층을 털고 가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이 일이 다 종식되고 나면 그렇게 털고 간 나라의 경제상황이 더 나아질지 궁금하다. 트라우마는 없을까? 그냥 돈 드는 사람들이 없어져서 마냥 좋을까?
가난뱅이로서 굶어죽으나 코로나 걸려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절규가 이해가 간다. 맞다. 일을 하면 병에 걸려도 적어도 밥은 먹다 죽겠지. 트럼프가 경제가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는 식인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고차원적인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기 보다는 그냥 주식쟁이, 부동산쟁이의 본능+재선을 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그러는 것 같지. 남들은 아파 죽어도 검사도 못 받는 지경인데 지는 이삼일에 한번씩 코로나 검사 받는 그지같은 새끼.
10.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가 제일 궁금한 건 마스크 다 어디갔냐고.
진짜 만들고 있는 거 맞아?
진짜 옮기고 있는 거 맞아?
쌓여있다면 도대체 어디에 쌓여있는 거야?
이걸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은 있나?
아니,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긴 있을까?
궁금해=_=
궁금해서 잠이 안 올 정도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