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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몸은 대다나다

한 이틀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삼일 째에 턱이 돌아가버렸다. 정확하겐 한쪽은 빠지고 한쪽은 끼어서 조여진 거지만... 원래 턱관절이 안 좋았는데 20대 중후 반 이후로 약해서 그렇지 통증이나 과한 틀어짐은 없었는데 지금은 가만히 있는데도 살짝 돌아가있고 통증이 굉장하다.

 

나는 우울증이 중증인 편이지만 내 입으로 말하기 전에는 대부분은 모른다. 일단 우울증이 뭔지를 몰라서 그러는 것도 있고 우울증이 뭔가 '시종일관 우울한 병'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람이 힘든 일이 있으면 시종일관 우울할 수도 있다. 우울은 자연스러운 감정입져. 우울증의 가장 큰 증상은 무기력이다. 몸도 축축 처지고 안 움직여지고 감정적으로도 만사가 다 귀찮아지면서 감정을 잘 못 느끼게 된다. 초기엔 분노나 짜증 우울 등이 있기도 한데 심해지면 감정자체가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죽고 싶지만 떡볶기도 먹고 싶다'고 하지만 우울증이 정말 심해지면 죽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떡볶이 먹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든다. 먹지도 싸지도 씻지도 않고 며칠을 나자빠져있는 게 궁극의 (+최악의) 우울증이다.

 

내 경우엔 우울증 없이 산 날보다 우울증으로 산 날이 더 많은 우울증계의 영감탱이에 살짝 중증 케이스지만 관리를 잘해서 남 앞에서는 딱히 티를 내지 않는다. (정확히는 조절이 가능하다. 아무데서나 넋이 나가거나 울거나 화를 내거나 뻗지 않는다.) 관리의 여왕이라고나 할까.

다만 관리를 너무 잘하고 감정조절을 너무 잘 한 나머지 뭔가 쎄게 오면 그게 바로 몸으로 간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흔히 하는 말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가 안 된다거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긴다던가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우울증 증상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간이다.

 

최근 몇년은 역류성식도염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그게 잠잠해진다 싶었더니 이번엔 턱이 돌아가버렸다. 웃긴데 눈에서 궁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