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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수다

1. 방문자 수가 제로인 블로그에 가끔 검색되는 게 있다면 생필품 목록이다. 뭔가 미니멀리즘이 아직도 인기인건가, 이제와서 인기인건가. 아니면 낭비를 안 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냥 돈을 아끼려고 하는 것일까. 어쨌든. 책을 읽고 그런 걸 쓰기도 했지만 내 생각에 나는 좀 되는 대로 사는 스따일 같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도 맥시멀리스트도 아니고 (집을 보면 그냥 개판이다.)

돈은 엄청 안 쓴다. 하지만 조금 비싸고 큰 가구가 많다. (장농, 피아노, 큰 책상, 책장... 수납장이 없어서 집이 개판인가?)

낭비를 하는 부분에선 돈을 아끼지 않고 (운동, 피아노 그림 등 기타등등 쓸데도 없고 딱히 늘지도 않는데 계속 배우는 잡다구리한 것에 대한 수강료,)

그 이외의 부분에선 딱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서 있다. 그렇다고 해도 굶고 사는 건 아니고 오히려 엥겔지수는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외식은 거의 안 하고 엔간한 건 만들어 먹다가 먹다가 이젠 커피도 볶아 먹는다. 언젠가 차까지 덖어 먹게 될지도....는 아님. 차는 전문가의 손길에 따라 맛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한국차 중국차 일본차 그리고 홍차 몽땅 다 같은 차 나무에서 나오는 거임. 차 이름이 차나무의 종이 아니라 가공방식과 차를 생산하는 지역의 이름인 이유가 거기 있음둥.

 

...여태 참다가 결국 달걀 삶고 육수 만들어서 국수 말아 먹고 있다=_= 요즘 탄수화물이 넘나 땡긴다. 당연히 살도 막 들러붙는다.

 

 

2. 예전에 무한도전만 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나 혼자 산다만 보는 것 같다. 바빠서 본 드라마도 거의 없고 나혼산만 띄엄띄엄 보는데도 참으로 재밌도다. 이것도 원래는 안 보던 건데, 김연경이 나오는 걸 찾아보다가 결국 시간 나면 챙겨보게 되었음. 여은파 남은파 다 웃기고 어젠가 그젠가 나래 상받은 사진 봤는데 옷은 또 왤케 이쁨 ㅋㅋ

요즘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김연경이랑 박나래인 것 같으다. 특히 김연경은 보면서 불편함이 1도 안 느껴진다. 어떤 판단이나 쓸데없는 생각도 안 들고, 애초에 이 분이 쓸데없는 소리를 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아, 남궁민은 재밌는 캐릭터다.

 

 

3. '미국이 그러는 건 상관없는데 중국은 정말 (초강대국이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걔들은 너무 천박해요.'

-이미 거의 초강대국입니다.

-너님도 천박합니다.

며칠 전에 들은 따끈한 헛소리. 당시엔 허를 찔려서 허허 웃고 말았음.

 

 

4. 내가 3개월 째 알바하는 곳은 하나 뿐인 직원이 4번이 바꼈음. 되게 웃김. 사장 포함 다들 일을 조올라 못하는데 (정확히는 할 생각이 없는데) 모두가 자기가 못/안 한다고는 생각을 안하는 특이한 곳이다.

나는 군소리없이 뭐 해달라면 해달라는 대로 대충 거의 다 해주긴 한다. 어차피 가 있는 시간에 놀아도 딱히 할 일도 없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내 선택인데 나는 그냥 일을 하기로 한 것 뿐이다. 어차피 엄청 짧은 시간에 일도 정말 시답잖아서 ㅋㅋㅋㅋ 이런 걸 똑바로 못하는 게 더 재밌다. 하지만 절대 말은 안 한다. 나는 주당 7시간 일하는 알바이므로. 그래서 그냥 룰루랄라 가서 대충하고 대충 온다=ㅠ=

 

 

5. 서른이 넘었는데, 특히 삼십대 중반이 지났는데도 약자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은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사회적 약자일 수도 있긴 하지만 모든 관계에서 자신을 약자로 두고 세상만사 인생을 억울해 하며 징징대는 사람하고는 같이 안 노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만약 40대 50대가 그런다면 무조건 피해야 함. 그 이상의 나이는 뭐... 내가 놀으라고 해도 같이 안 놀거임.

그리고 그런 상대방을 보면서 쟤는 왜 저럴까 하며 답 안 나오는 생각을 하는 것 보단 나는 어쩌고 있는지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찾아보는 게 좋다. 이건 어느 쪽으로든 답이 나오기 때문에 생산성도 이쪽이 높다.

 

인간들이 왠지 자꾸 인문학 책을 읽으라고 하고 그런 류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데, 사실 독서도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좋은 거지 별 대단한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책의 저자가 '나는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기타등등에 요래요래 생각한다'고 써 놓은 것에 대해 독자는 최소한 '동의' 혹은 '그건 쫌 아닌 듯' 혹은 '뭔 개소리야.' 정도는 의견을 내기 마련이다. 여기에 흔히 공부를 잘하고 많이 한다는 사람은 그럼 자신이 그동안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기타등등에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돌아보고 이 책을 읽음으로서 생각이 바꼈는지 안 바꼈는지도 생각해 볼 것이다.

인문학 책 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책과 매체는 생각을 할 만한 구석이 있다. 상대가 사람이든 예능이든 책이든 뭐를 보고 생각을 할지 안할지 정하는 건 결국 나임. 어떻게 살지도 정하는 것도 나고, 나랑 평생 살아야 하는 것도 나다.

 

그리고 나이가 들만큼 들었는데 자신의 사회적 포지션도 모르겠고 여직까지도 인생이 억울했고 앞으로도 억울할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존중할 생각도 없고 보호할 생각도 없고 개척할 생각도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