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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피곤한데 잠이 안 와서 잡담

-3년째 화분갈이를 봄, 가을마다 하고 있다. 주제파악을 못하면 몸이 힘들다. 정말 힘들다. 눈에서 열이 막 나오고 있다.

 

-별 생각없었는데, 소니 엔터테이먼트를 사려는데가 애플이라는 루머가 있다. 이럼 너무 재밌어진다. 왜냐면 애플은 픽사의 주주였고 그래서 디즈니의 주주이기도 하다. 그러니 마블의 주주이기도 하다. (ㅋㅋ)

물론 애플과 디즈니는 다른 회사이다. 그리고 경쟁사이기도 하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겠다고 준비 중인데 (그래서 폭스를 산거임.) 애플은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근데 애플은 콘텐츠도 없고 제작 경험이 없어서 제작사를 하나 사려고 하는데 그게 소니인거죠. (애플의 레베루...) 덧붙여 스파이더맨의 영화판권은 소니를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소니가 팔리면 다시 마블에게로 돌아간다.

 

15년 전 사실상 파산을 했다가 영화로 성공한 마블의 인수합병의 역사도 재밌다. 그 와중에 이렇게 성공한 시리즈를 만든다는 것도 대단하다. 하긴 스티브 잡스는 비디오 게임과 만화를 되게 싫어했는데 (평생 만화책을 본적도 없다고 한다.) 디즈니가 마블을 사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잡스의 조언이었다. 취향은 취향이고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라고 하기엔 잡스가 애플에서 비디오게임 부서를 아예 죽여버림.

 

+추가 ; 소니는 결국 스파이더맨 영화 두편을 더 마블과 합작하기로 했다. 디즈니는 스파이더맨 영화 수익의 25프로를 갖기로 했다. 케빈 파이기는 '스파이더맨은 서로 다른 유니버스를 왕래하는 유일한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소니가 스파이더맨을 스파이더버스나 드라마, 베놈에 넣을 수도 있다. 덧붙여 애플은 소니를 살 생각이 1도 없다고 한다. (루머를 거부하는 애플.)

 

-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빌 헤이더와 타이카 와이티티인데 둘 다 요즘 참 잘 풀린다. '헹, 좋겠구먼' 하면서도 타이카 와이티티의 신작 조조래빗을 보고 싶어 환장하고 있음. 왜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 소규묘 영화이지만 디즈니가 배급사잖여. (폭스 서치라이트에서 펀드 받아서 만들었는데 만드는 도중에 폭스가 디즈니에 팔림. 그래서 결국 배급사는 디즈니가 됨. ㅋㅋ)

 

-헤이더의 드마라 베리에는 비호감라고 하는 여주가 나온다. 왜 비호감이냐면 자기 커리어에 목숨을 걸어서 주변을 못 보는 일이 많거등. 가정폭력피해자인데 멋진 서바이버가 아니라 쭈구리 서바이버다. 하지만 자기가 그런 쭈구리라는 걸 숨기고 마치 멋지게 헤쳐 나온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 난 이 캐릭터가 참 좋드라고. 싫다는 사람들은 이해가 간다. 주인공도 아니고 주인공 여친의 캐릭터를 잘 다루기엔 시간도 없지만 아무래도 제작자가 죄다 백인남자인지라 잘 모르기도 해서 아무래도 캐릭터 표현이 주인공에 비해 떨어진다. 하지만 이 백인남자 제작자들도 열심히 듣고 공부하고 있다. 욕 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함. 

내 경우엔 내가 좋아하는 빌 헤어더가 연기하는 주인공인 베리가 꼴보기 싫다. 2시즌 1편 보고 한참 미뤄놨는데 베리가 비호감의 끝이라 앞부분을 보기가 힘들었다. 뭔가 시즌 1에서는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고 지금 자기가 하는 살인청부업이 잘 못 된 걸 알고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캐릭터였던 것 같은데 시즌 2에서는 살인청부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살인을 하고 다닌다. 그러다 시즌 중후반엘 가야 베리의 알맹이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언듯 보여준다. 표현은 되게 잘 됐는데 그것도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음 ㅋㅋ;; 근데 극이 재밌어서 계속 볼 생각이다.

 

-영화 한편이 좋을 땐 그냥 재밌게 보고 말지만 어떤 감독이나 제작사가 계속 좋은 걸 만든다면 그 사람과 회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들여다 보게 된다. 뭔가 그 자체로 재밌음.

픽사는 순수하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직원이 많고 회사도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디즈니는 마음에 들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다. 마블은 케빈 파이기와 제작부서에 속한 프로듀서(다섯명?)가 이런 저런 계획(어떤 캐릭터가 좋을지 따위의 기본적인 아이디어)을 세우고 나면  감독의 비젼을 듣고 감독을 고르고 나면 그 감독에게 거의 모든 걸 맡긴다. 시나리오는 스토리텔링 부서에 속한 작가가 쓰지만 (그래서 마블 영화는 작가들이 이리저리 겹친다.) 감독이 그걸 뜯어고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온갖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데 엔드게임의 '나는 아이언맨이다' 대사와 장면은 최종 편집 과정에서 편집 기사가 '여기서 아이언맨이 나는 아이언맨이다 하는 게 좋지 않냐' 했고 감독이 '그러네!' 이러고 다시 찍은 장면이다.

 

빌 헤이더도 자기가 일하는 방식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말을 잘 해주는 편이다. 이 장면은 이래이래 조래조래 해서 '결론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만들었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준다. 하긴 일하는 방식 뿐 아니라 무대공포증이나 병리적인 불안증까지 어떻게 다뤘는지 다 말해준다. (덧붙여 빌 헤이더는 관객이든 진행자든 예의없게 덤비면 더 예의없게 덤빈다. 반면 성소수자, 유색인종, 청년 이하의 어린 사람들에겐 잘 참고 먼저 친절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반면 타이카 와이티티는 도대체 자기가 일하는 방식을 말하지 않는다. 이 인간은 무대 위에 올려 놓으면 스탠딩 코메디언이 되어 버린다. 인터뷰 할 때도 하도 농담을 많이 하고 집중을 못해서 대부분의 진행자가 와이티티한테 말려들어서 진행을 못하는 상황이 된다. 뭔가 말을 되게 많이 하긴 한다. 가족 이야기도 하고 제작이나 촬영 할 때 에피소드나 인디에서 빅버젯 영화로 넘어갔을 때 자기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다 주절주절 이야기하는데 하도 널이 뛰니까 웃다보면 나중에 도대체 뭘 들었는지? 이래버림. 그냥봐도 편집증이 있는 건 분명한데 인터뷰할 때 보면 집중력장애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타이카 와이티티가 말하는 영화는 결국 '사각형 안에 두 사람이 마주보고 떠드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관객이 그 사각형 안의 두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게 감독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토르 라그나로크를 만들 때 제일 중점에 둔 게 뭐냐고 했더니 '토르를 제일 멋있게 만드는 거'라고 대답했고 토르 러브앤썬더 제작발표를 하고 나서 '그럼 이번엔 제인 포스터가 주인공이냐'고 물었더니 '아니? 제목이 토르잖아. 주인공은 토르여.' 요랬다. 진짜 집중력장애와 편집증이 동시에 있는 걸지도...

 

-영화란 결국 두 사람이 마주보고 떠드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또 있다. 휴 그랜트라고 타이카 와이티티의 반대편에 서 있는 듯한 캐릭터=ㅠ=ㅋ 머리가 좋은 건 비슷함 ♡ 머리 좋은 인간들이 왤케 많은가. 상대적 박탈감은 안 들지만 배가 아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