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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이 몸으로 평생을 살았는데도 이렇게 몸을 모른다.

뒷목이 슬슬 아파오는데 평소 하는 운동만 하고 방치했더니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폼롤러와 야구공으로 격하게 풀어줬다. 너무 풀어준 나머지 목을 아예 못 쓰게 됐다. 승모근이 아예 늘어진 느낌, 목이 아예 머리를 감당을 못하고 있었다. 이미 허리디스크(천추 쪽) 있어서 설마 경추에도 디스크(정확히는 추간판탈출증)가 생겼을까 식겁해서 정형외과에 갔더니 그냥 전형적인 근육경직, 긴장이라고 했다. 그런 거 치고는 너무 아픈디요 하며 원인을 알고 싶다!!! 이랬더니 그럼 엑스레이를 찍어보시라 해서 찍어봤다. 내가 정형외과를 헬스장 드나들듯이 다녔는데 이번에 처음 알게된 사실이 생겼다.

 

보통 사람은 경추가 7개다. 나는 9개다. 나는 남보다 목뼈가 두개(대략 4센치)가 더 많은 여자야!!! 라고 자랑할 수 없는, 목이 길어봐야 좋을 게 없다. 의사도 목이 길면 대체로 목 근육 긴장이 많이 오고 경추관련 질환도 자주 온다고 했다. 나는 누워서 머리만 드는 걸 못하는데 그걸 마흔 평생 머리가 무거워서 못 드는 거라고 생각했지 목이 길고 약해서 목을 못 든다고는 생각을 못했다. (목에 근력이 없는 건 5년전에 알긴 했다. 온 몸이 그러긴 했지만 특히 목 근육은 전반적으로 수축되거나 늘어나서 근육의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이 문제의 해결방안은 사실상 없고 스트레칭을 자주해서 목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것 밖엔 없다고 한다. 사실 근육을 키우고 싶어도 목 근육은 정말이지 더럽게 안 키워짐. 운동을 잘 못해서 목과 연결된 상부승모근을 발달시키면 목이 튼튼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뒷목이 굳고 아프게 된다. 추간판이 탈출하기 전에도 천추 부분은 약했는데 이 부분을 강화할 수 있는 복근과 척추기립근도 근육이 더럽게 안 붙는다. 등이 전반적으로 약하긴 하지. 그래서 피곤하면 등이 아프다.

 

일단 근육이나 관절부분이 아프면 몸을 잘 못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1. 병원에 가서 진통제, 근육이완제, 소염제를 타 먹으며 통증을 관리한다.

2. 관절을 보완할 수 있는 근육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움직임을 좀 자유롭게 한다.

 

울 엄니는 한쪽 팔이 들리지가 않는데 운동하기 싫다며 몇년째 그냥 산다. 나는 이런 사람을 들들 볶에서 병원에 보내거나 운동을 시키는 재주는 없다. 친구도 그렇고 그냥 병원가서 통증을 다스리는 게 목표라면 그러라고 한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고 나도 처음엔 이런 방법을 썼다. 일단 안 아프니까 짜증이 안 난다. 문제는 통증을 잡는 방법에 따라 겁나 돈이 든다는 거고 이런 식으론 평생 병원을 들락거려야 하며 애초에 문제를 일으킨 생활습관이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니 (나이도 들고 해서) 아무래도 몸이 더 안 좋아진다. 물론 몸이 불편하고 아픈 상태에서 운동을 하는 건 힘들다. 막 죽도록 힘들진 않지만 짜증스럽고 짜증스럽고 짜증스럽다.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4년 쯤 전에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내가 요즘 주로 하는 운동은 플라잉요가. 요가는 좋아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찌뿌둥한 몸을 풀어주는 역할이지 도대체 이걸로 근력이 붙진 않는다. (그리고 난 유연한 편이라 거의 모든 동작을 어려움없이 한다.) 내 생각엔 대부분의 자세는 요령만 터득하면 근력이 없이도 할 수 있다. 요가가 운동이 안되서 하기 시작한게 플라잉요가인데 이건 일단 손 힘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려는 버릇만 없애고 몸에 있는 근육을 쓰는 방법만 안다면 요가보다는 훨씬 더 운동이 된다. 기본적으로 온몸을 계속 움직이는 운동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그래도 근육을 빠짝 오르게 하는 건 역시 필라테스 혹은 헬스 밖에 없다. 내 경우엔 필라테스를 운동치료로 1년 정도 했고 그 뒤로 헬스로 몸을 좀 다진 케이스다. 요가를 오래 한데다 필라테스를 1년 했더니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보면 저러다 허리 나가겠구먼, 저러다 손목 나가겠네 하는 게 다 보인다. 요가도 여럿이서 하는 수업에선 선생이 자세를 못 잡아주니 자세 자체가 엉망인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러니 몸을 방치해서 몸이 아픈 사람은 처음엔 돈이 들더라도 1대 1 수업을 듣는 게 좋다. 일단 바른 자세와 운동 동작과 그 동작이 집중하는 근육이 무엇인지 알고 정확하게 쓸 줄만 안다면 다른 운동으로 넘어가는 것도 쉽다. 다만 선생도 나와 맞는 사람을 찾아다녀야 한다. 특히 해부학이나 통증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한테 운동치료 받는 건 최악임.

 

비슷한 증상이 있어도 통증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뭐가 맞다 틀리다 하긴 힘들고 내가 맞다고 생각한 방법도 한번에 정답이 다 나오는 게 아니라 어쨌든 계속 알아가고 배우고 해야한다. 내 몸은 내가 고치지만 내 몸이라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섹슈얼리티에서도 몸과 건강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몸이 작동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내 생각엔 인권 전반에서도 꽤 중요한 주제이다. 난 꽤나 즉물적인 인간이라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관심은 없지만 있다면 몸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뇌나 위나 장이나 그런데 ㅋㅋ 자존감도 자존심도 바디이미지라고 하는 신체상도 다 몸 안에 있다. 내가 내 몸을 얼마나 잘 알고, 잘 받아들이고, 건강을 지키고 몸을 보호하는가에 대한 게 신체상이다. 뭐, 신체상이고 섹슈얼리티고 다 집어치우더라도 건강한 건 좋은 거임. 정확히는 안 아픈 게 좋다. 아프면 성질 나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