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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살고 있다

나는 기사나 드라마를 볼 때 엉뚱한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최순실이 한창 난리였을 때 나를 사로잡은 건 '최순실이가 진짜 딸을 사랑하능가봉가'하는 생각이었다.

 

1. 기사 '한국 문학,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보여준 일본 잡지의 중쇄'

아무리 중쇄를 찍어도 그렇지 만육천권이라니. (잡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단행본 초판을 기본 만권 찍는다. 한국은 천권임 ㅋㅋㅋ)

 

2. 슬기로운 깜빵생활에서 군대폭력 장면을 보며.

엄마 ; 저렇게 많은 입은 못 막아.

나 ; 애초에 저 인원을 다 매수할 능력이 있으면 군대를 안가지.

 

이 남자의 남자에 의한 남자를 위한 드라마를 뒤늦게 꽤 재밌게 봤다. (기본 1.5배속에 때로는 5배로 장면만 보긴 하지만;; 여튼 끝까지 봤다.) 한국 남자가 괜찮게 혹은 멋지다고 생각하는 한국 남자 군상이 되게 많이 나오걸랑. 흥미로워 *.* 약간의 폭력성과 정의감, 우정, 사랑, 노동에 대한 태도 등등 한국남자 판타지의 결정체인 것 같은 드라마. 여기 두 남자 주인공은 '오빠가~'를 입에 달고 있다. 오빠가 해줄게, 오빠랑 영화 보자, 오빠랑 어디 가자, 오빠가 너 좋아해 ♡

 

3. 핸드메이즈 테일에서 제일 신경이 거슬린 건, 억압적인 정치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는 느낌이 드는 것. 드라마를 보면 테러를 이용해서 정권을 잡고 그 후로 계속 공포정치를 하는 걸로 나오는데 공포정치의 약빨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는다. 건국 후 5년 정도라면 이해가 가긴 함. 그런 것 치고는 또 국제 사회에 되게 빨리 진출한다. (일본도 처음 십년정도 바짝 쪼이다 독립운동이 자꾸 일어나서 문화정책을 펼치며 좀 슬슬 풀어줬었다.) 미국의 군사력을 이어받았다는 것도 사실상 장비빨이지 노하우나 인력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애초에 이 쪼다들이 항공모함을 다 불러들여서 군인(군대)를 조져놨을 것 같지도 않다.

 

4. 울 엄니께서 보는 막장드라마를 가끔 같이 보는데 15분 정도는 정말 재밌다.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이나 연기를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티가 나서 정말 웃긴다. (생존을 위한 연기?) 근 몇개월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난하는 것 같은 연기 세 가지.  

-무슨 간질환이라는데 사람이 붓지도 않고 노랗게 뜨지도 않고 눈도 멀쩡하고 그냥 입술만 좀 말랐음.

-씻고 나와도 잠잘 때도 항상 풀 메이크업.

-할아버지 회장님 대사 치는 게 항상 외침! 무언갈 항상 외침!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음! 그냥 외침!!!!

 

5. 이재용이 법원 문턱이 닳도록 다니는 걸 보면서 (제각각의 이유로) 분노하는 사람도 많지만 (어차피 인생은 불공평함.) 그보단 나는 이재용이 짜증은 안 날까 궁금하다. 분명히 자라면서 경영은 이런거고 저런거고 배웠을 거 아님까. 이럴 땐 요렇게 저럴 땐 고렇게 배웠는데 세상이 바꼈네? 이미 이래이래 저래저래 해놓은 게 산처럼 쌓여있는데 그거 때문에 법원 문턱이 닳도록 다녀야 하잖아. 잘못된 건지 알고 한건지 모르고 한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긴 그렇게 하면 된다고 배워서 한 걸 텐데 말이지.

이건희는 짜증을 냈다. 이건희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이랬다. 이건희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니까 삼성그룹도 같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 이러면서 웃기는 짓을 했었음. 진짜 소소하게, 하다못해 사보를 기획편집할 때도. 이재용도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시대가 변한 걸 받아들일까.

 

미국의 트럼프도 일본의 아베도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는 정책을 줄줄 내 놓으면서 그 영향력이 줄어드는 직접적인 현상을 맞닥뜨렸을 때 깜짝깜짝 놀라는 게 정말 재밌다. 트럼프는 그래도 트위터로 개짜증을 내서 다 보이는데 아베는 화법이 완전 박근혜임.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다.

 

6. 한국문화의 '여성스러움'과 한국여성이 연기하는 '여성스러움'도 흥미롭다.

내가 예전부터 기겁을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여자가 강아지나 개를 보고 '꺅 무서워'하고 소리를 지르는 거다. 요즘엔 많이 없어졌는데 예전엔 정말 많았다. 친구랑 여행갔다가 길바닥에서 뒹굴거리는 개보고 갑자기 소리를 질러서 친구 때릴 뻔 한적도 있음. 그리고 진짜 진지하게 경고했다. 네가 개를 싫어하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지만 길바닥에서 소리지르지 말라고. 개를 자극할 수도 있고 길바닥에서 이유없이 소리를 지르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인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이 '꺅'이 공포증(병리적)의 반응이 아닌 걸 알기 때문이다.

더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면 한국 남자 중 열에 아홉은 성격이 강한 여자나 무술을 하는 여자를 보면 '아이 무서웡'라고 말한다. 요즘은 사장이 종업원 월급 무서워서 장사 못하겠다고 한다. 인간들은 늘 바퀴벌레 무섭다고 했지. 오늘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중년 여성이 어렸을 때 아부지가 시켜서 뱀탕을 끓이고 뱀술을 담근 이야기를 하는데, 주변 사람(중년 여성)들이 아이 뱀 무서워~ 이러고 있는 고다. 억울하게 죽은 건 뱀인데 왜 뱀이 무서워. 정확하게 말하자면 격투기하는 여자가 싫고 종업원 월급 많이 주는 게 싫고 뱀과 바퀴벌레는 징그러운 거다. 하지만 무섭다고 표현하며 마치 자기가 약자인척 하는 거지.

다만 운동 잘하는 여성을 봤을 때 무섭다는 남자나, 종업원 월급 주기 싫은 사장, 바퀴벌레는 그 대상에 대한 짜증과 혐오 혹은 외면을 내포하는데, 여성이 (바퀴벌레, 뱀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개를 보고 소리를 지를 땐 개를 혐오해서가 아니라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여성적이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 행동이라고 읽힌다. 개를 보고 소리를 지른다는 거 자체가 개가 안 무섭다는 뜻 아닌가. 산에서 야생동물인 곰이나 호랑이, 멧돼지 보면 그런 식으로 소리 지를 수 있겠냐.

 

그리고 요즘 내 앞에서 이런 여성스러움을 연기(?!)하는 시스젠더 중년여성을 꽤 많이 보고 있다. 느낌 요상. 하도 연약한 척을 해서 가끔 '도대체 애는 어떻게 키우셨어요?' 물어보기도 한다. 비교적 형편이 좋은 아줌마들이긴 한데 그렇다고 남편이 돈을 겁나 많이 벌어서 집안 일은 가정부가 육아는 유모가 해준 것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오히려 있는 구박 없는 구박 받으면서 집안 일도 다 하고 바깥 일도 악착같이 한 경우가 많다. 화가로서 활동하고 돈도 벌면서 은퇴한 남편과 마흔 먹은 백수 아들 밥 해주고 빨래 해주고 방 청소까지 해주는 훈늉한 아내이자 어머니니 할 말 다 했지. 별로 멋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본인도 자기가 잘 못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다. 그래도 밥이랑 빨래, 청소는 계속 해다 바침;;;;

 

 

뭔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여자들 이야기 하다보니 다 까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