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소 말고 부녀회 같은) 운영위와 이해관계가 다른 인간이 모였을 때 일을 처리하는 방법(민주주의)에 대해 A4로 두장은 썼는데 날아갔다. 허허허. 아직은 때가 아닌가벼-라기보다는 그냥 귀찮다.
A라는 사람이 B에 대해 비리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하는 말이 '그 사람 회사의 매출이 몇천만원이었는데 1-2년 사이에 몇십억이 되었다.'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힌 C는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비리는 매출로 잡히지 않아. 뒤가 구린 방법으로 일을 따올 수는 있다. 혹은 매출을 낮게 신고했을 수도 있다. 매출로 잡히면 그만큼 세금을 내야 하니까.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 구리거나 비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운영하던 사업체의 매출이 늘었다면, 그 사람은 노오력을 한 거겠지 이 찐따 새끼야.
C는 그런 걸 자기가 A에게 가르칠 의무는 없다고 느낀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종종한다. 어떤 사람이 밑도 끝도 없는 개소리를 할 때 굳이 내가 이걸 고쳐줘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좋은 미대를 나오면 자동으로 예술가가 되는 줄 알고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유학을 와서 돈을 펑펑 쓰는 애를 (외국에 홀홀 단신으로 있으니 그냥 건너건나 아는 사람이 있다는 부모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그 애 부모의 후배 부탁으로 만났는데 나는 그 애에게 쌍따봉을 치켜세우고 밥을 멕이며 '열심히 하라'고만 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부모도 못 가르치는 걸 내가 어찌 가르치나.
사람 열명이 한공간에 있는데 밖에 미세먼지가 많으니 어린아이의 (기관지) 건강이 걱정된다며 문을 안 열고 그 안에서 음식 해 먹고 놀고 풀썩 대며 몇 시간을 놀 때도 그냥 가만히 있는다. 이럴 때 중요한 건 미세먼지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공기의 질이란 공기 중 먼지만이 아니라 산소의 질과 기타 다른 물질의 비율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그냥 그 부모가 실제와 상관없이 문을 쳐 닫고 있고 싶다면,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면 그냥 닫고 있으라고 하는 게 나도 (인간관계도) 편하다. 물론 내 기관지는 불편했지만.
지난 이년간 내 생각엔 좋은 책이고 내 생각엔 한국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번역서 기획을 했는데 족족 퇴짜 맞았다. 심지어 번역을 다 해놓고 편집 과정에서 엎어진 것도 있다. 이유는 1. 안 팔림. 2. 너무 래디컬함.
편집 과정에서 엎어진 건 정확하게 이유가 뭔지 말을 안 하긴 했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었나? 백번 양보해서 내가 충격적으로 번역을 못했다고 하고 그래서 원한다면 다른 번역가를 써도 좋다고 했는데도 엎어졌다. 한마디로 뭔가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을 되게 많이 하긴 하는데 그딴 건 나랑 별 상관이 없는 것 같고 그냥 출간할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이다.
좋은 책은 결국 팔린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도 나이브한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책을 그냥 안 하기로 했다. 어차피 출판사가 원치 않는 책은 독자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독자가 이 책을 원치 않는다고 출판사가 생각하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도 책이 더럽게 안 팔리는 이유는 좋은 책이 더럽게 없어서라고 생각은 하지만 출판사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거지. 여튼 이런 현실을 내가 바꿀 수 없고 바꿀 능력도 (당연히) 안 되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별로 이런 쓸데없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아. 그런 노력을 하고 싶을 만큼 책을 무지막지하게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인권이나 섹슈얼리티에 대해 모르면 어때. 몰라도 인간은 지난 몇만 년간 살았고 모른다고 취직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모른다고 만족할만한 성생활이나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나는 더이상 궁극의 사회적 약자도 아니고 비록 신용 자본은 많지 않지만 사회적 자본과 문화적 자본이 충분하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사회적 위치를 적당히 활용할 줄 알기에 내가 어디에 있든 (한국이든 외국이든) 좀 특이하긴 해도 적당히 교양 있고 예의 바르고 똑똑하며 괜찮은 인간으로 보일 수 있다. 십 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웃겨 뒤진다고 할 거다.
결국 블로그에 혼자 인권에 대해 약간 떠들고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구경만 하는 노인네. 하지만 그게 싫지도 않고 창피지도 않다. 오히려 편하고 좋아. 사람들 짖고 싸우는 거 보면 재밌기도 하고 ㅋㅋ
덧.
사회생활을 이십년은 한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뭘까 잠깐 생각하고 또 잠깐 이걸 들쑤실까 생각했지만 어차피 손 뗄 일을 굳이 잡고 시간 낭비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상황에 책 잡히고 싶지 않아서 그쪽에선 이미 손 뗀 걸 눈치챘지만 내가 한다고 한 일은 끝까지 다 했다. 그리곤 깔끔하게 "아 예, 그러시군요."하고 웃으며 놓아드림. 비록 시간낭비를 하긴 했지만 책을 놓는 데는 이런 상황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