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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별로 어렵지 않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옛날이야기 하나.

 

미쿡은 이민자의 나라다. (실은 한국을 포함해서 모든 나라가 이민자의 나라다.)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 놈들이 들어가서 헤집고 죽이고 다니다 못해 한 짓이 마찬가지로 헤집고 죽이고 다니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람을 납치하고 배에 싣고 밥도 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보냈다. 중간에 죽으면 바다에 그냥 버리고 도착해서도 약하면 그냥 버렸다. 그리고 박해와 그야말로 살인적인 노동을 견디며 살아남은 사람들의 후손이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이다. 이런 극단적인 노예제가 아니더라도 보통 다른 사람의 소유물인 사람은(노비) 세금을 내거나 국방의 의무가 없다. 물리적 재산이지 시민이나 국민, 한마디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해방을 시켜주네 어쩌네 하면서 이들을 전쟁에 동원도 하고 그랬다. 지금도 인적, 사회적 자본이 없는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은 다른 신분상승의 여지가 없을 때 군대에 지원한다. 그렇다고 사회적 인식이 좋아졌냐 하면 아니다. 인간의 의식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는다. 애초에 이들을 지칭하는 '아프리카계'라는 단어가 역사적 비극을 내포한다. 아프리카 대륙은 엄청나게 크고 다양한 문화와 나라가 존재했다. 근데 그냥 마구잡이로 끌고 와서 지금 세대는 그들이 애초에 어디서 왔는지 자체를 모르게 된 거임. 그래서 많은 아프리카계 아메리칸들이 아프리카 대륙 자체에 대한 동경과 판타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2차대전 후에 미국으로 이민 간 연놈들까지 아프리카계를 무시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일제시대 때도 그랬는데 원래 일본 놈보다 일본 놈에 붙어먹는 조선 새끼가 더 지랄이거든. 이 이민자 놈들이 백인에겐 박박 기고 아양을 떨면서 흑인은 무시하는 겁니다요. 백인이 좋긴 하지만 정작 백인 커뮤니티엔 진출하기 어려웠던 이 이민자들은 주로 흑인 동네에서 장사(슈퍼)를 하곤 했다. 동네가 위험하니 월세도 싸고 다른 경쟁업체도 없고 그랬거등. 그런 이유로 장사가 꽤 잘 됐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럼에도 주 소비자인 흑인을 죄다 도둑놈 강도로 보곤 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 여자에게 카운터에 있던 이민자가 총을 쏴서 죽여버린 적도 있었다. 죽은 여자 몸에서도 무기나 다른 건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 이민자는 사람을 죽이고도 벌금만 내고 말았다. (500불.) 사족으로, 이민자들은 힘들게 돈을 벌면 자식은 백인이 다니는 사립학교에 보냈다.

 

법적으로 자유가 되면 뭐하냐 동등한 시민의 대접을 못 받는데. 덧붙여 미국이야 말로 경찰국가인데 진짜 경찰이 시민을 허벌나게 잘 팬다. 특히 사회적 약자는 쥐 잡듯이 잡는다. 늘 그랬듯 경찰 세명인가 네 명이 과속을 이유로 흑인 한 명을 체포하는데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했다. 이 사람은 폭행으로 청각에 이상이 생겼는데도 경찰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왠지 이번엔 봉기가 일어났다. 1992년 4월 29일. 아주 거칠고 격하게 그동안의 울분이 다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울분은 커뮤니티가 견고하고 상대적으로 치안도 좋고 (멀기도 한) 백인동네보단 이민자 동네로 향했다. 백인은 당연하게도 자기네 문제가 아닌 양 먼저 온 이민자와 나중에 온 이민자가 치고받고 싸우는 것처럼 자기네는 쏙 빠졌다. 이 일을 이민자들은 폭동이라고 부르고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은 혁명이라고 한다. 이때의 복잡한 감상은 감독 라이언 쿠글러 작품을 보면 조금씩 나온다. 쿠글러가 유년기 때 이 일이 있었걸랑. 블랙팬서의 킬몽거가 이 시기에 LA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느 날 집에 왔더니 아버지가 죽어있고 영화에 나오진 않지만 킬몽거의 어머니는 이후에 감옥에 가서 죽던가, 체포되는 도중에 죽던가 하는 설정이었다. 그리고 이게 그 당시에 너무나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이후로 최소한 대놓고 길바닥에서 아프리카계 아메리칸을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민자와 아프리카계(사실 모든 회색, 갈색 유색인종을 포함해서)는 뭐, 사이가 좋았던 적도 없으므로 더 나빠질 것도 없... 무슨 사이야, 대체. 물론 92년 이후 이 이민자들은 먹고사는 거에만 천착할 게 아니라 (그렇게 물고 빨고 했는데 정작 사건이 터지니 도와주지도 않는 백인 개객끼들한테 계속 기댈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권리와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자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민자들은 물론 한국인입니다요.

 

인종차별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인은 힘쎈놈한테 붙어먹는 게 종특이고 흑인은 만만한 한국인 줘 팬 거고.

좀 더 폭넓은 관점으로 생각하면 이런 게 권력이라는 거다. 거대한 권력을 갖고 그걸 휘두르는 놈들이 있고 그들에게 핍박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붙어먹는 사람도 있다. 권력이 크고 견고할 수록 대항하기가 힘들다. 그럴 때 인간은 보통 권력에 맞서 똘똘뭉쳐 싸우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싸우는 놈도 있고 붙어 먹는 놈 있고 방관하는 놈 있고 그냥 먹고 살기 바쁜 놈이 있는 거다. 그리고 권력은 보통 이 한줌도 안되는 싸우는 놈을 깔아뭉개지 못해 안달이 난다. 저 새끼들은 폭력적이고 불법적이고 무섭게 생겼고 무식하고 가난하고 게으로고 각종 프레임을 씌운다. 그러면 붙어먹는 놈들이 그런 말을 퍼다 나르고 방관하는 놈들이랑 먹고 살기 바쁜 놈들은 그런가보다하는 거지. 흠... 독립운동도 대부분 불법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합법적으로 독립운동을 해야한다는 사람이 있었다. (독립운동이 불법이니까 독립운동을 합법이 될때까지 기다리던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독립운동을 합법으로 만들자는 사람.) 이런 사람을 흔히 친일파라고 한다. 그리고 인종문제에서 권력을 갖고 있거나 권력에 붙어먹거나 외면하는 인간은 인종차별자 맞다. 하지만 인종차별자라고 해도 피해자가 안되는 건 아니다.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자연스럽다. 나쁜놈 착한놈이 딱딱 그렇게 나뉘지 않는다는 거임.

 

그래서 인권문제는 대체로 권력에 초점을 맞추고 당장에 문제가 된 사건에 집중한다. 가해자가 권력을 가진 사람이고 피해자가 그보다 권력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이 사람들이 원래 착한 사람이었는지 나쁜 사람이었는진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란 거 자체가 사회적 잣대거등. 언론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피해자를 무조건 밝고 착하고 성실하고 올발랐던 사람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람이 사고로 황망하게 죽으면 그런 식으로 완벽한 피해자를 만든다. 동시에 그렇지 않으면 완벽한 피해자가 아니므로 당해도 싸다는 프레임을 만든다. 소녀상은 완벽한 피해자를 그리고 있는데 예전엔 (지금도 몇몇은) 위안부피해자에도 그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를 만들어 붙여줬다. 세월호 직후에, 이건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긴데 (그것도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문화센터 선생이 한 말임) '평생 바람을 피어서 마누라 속을 썩인 남자가 내연녀랑 세월호를 타서 죽었음. 고로 억울한 죽음만 있는 게 아니라 잘 죽은 놈도 있는 거고 보상금을 졸라리 많이 받아서 마누라 팔자가 아주 쫙쫙 펴졌다'고. 사고 직후라 보상금 이야기가 나왔을 때지 지급이 됐던 것도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프레임이란 게 그런 거임.

 

다시 쌀국으로 가서, 물론 경찰은 여전히 쓸데없이 흑인 운전자를 세우고 경범죄자를 쥐잡듯이 잡는다. 그거 아냐, 미국은 체포에 불응하면 체포당한다. ㅋㅋ 그니까 경찰이 아무 이유없이 시민을 체포할 때 시민이 '나를 왜 체포하는데 이유를 말해라' 이러면서 버티면 체포불응으로 체포당함. 물론 총기규제가 사실상 없는 나라이니만큼 경찰의 리스크도 크지만 인식에 차별이 깔려있으니 멀쩡한 사람을 피해자로 만드는 시스템인데 죽어도 총기규제는 못하는 나라임. 게다가 인종차별자라는 단어가 너무나 모욕적이라 어떤 상황에서도 쓰면 안되는 말이 되었다.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에게도 인종차별자라는 말을 못하게 되는 괴상한 현실.

 

한국은 내 생각엔 그냥 이쪽으론 개념이 없는 것 같긴 하다. 인종과 출신(~계라고 불리는 문화적 배경), 국적을 구분하지도 못하고 차별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비해 본인은 차별하는 걸 모르는 상태. 한국 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이런 현상이 엄청 심하다. 그리고 내가 외국에서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아다니면서 구경해본 결과 한국사람처럼 한국인 아니면 백인이랑만 노는 이민자는 별로 없었다. 하다못해 내가 보는 오덕 유튭채널엔 다양한 인종이 섞여 나오는데 그 안에 유독 한국인은 없고, 한국인이 하는 영어채널엔 주로 한국인 아니면 백인만 나옴. (한국인 채널은 아니지만 영국남자 채널은 대부분이 백인이고 한국인이 아닌 유색인종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안 나온다. 런던도 엄청난 다인종 도시건만 인간관계를 어떻게 구축하신 건지, 아니면 채널의 시청자가 대부분 한국인이라 한국인 친화적으로 백인하고 한국인만 나오는 건지 잘 모르겠음.)

 

그래서 뭐가 어렵지 않은 거냐 하면

1. 인권 문제는 세부적인 내용이 무언가에 상관없이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해석이 쉽다.

2. 출신이나 계급, 권력이 많든 적든 인간은 대체로 하는 짓이 구질구질하다. (이건 내 의견이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