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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윤상콘서트 play with him

한줄감상 : 오빠아아아악, 너무 좋았어여어어어어어억.


1. 음악.
기본적으로 play with him 앨범 공연이었다. 본인 말대로는 혼자서는 구매력이 딸려서 일부러 빵빵한 출연진을 포진 했단다. 확실히 빵빵한 출연진이 맞긴 하나, 일단 컨셉이 그러니 괜춘하다-라는 것과 애초 가수보다는 작곡가 프로듀서의 성격이 강한 윤상이기에 비록 타이틀은 윤상 콘서트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지. 김동률과 유희열, 윤상을 한큐에 해결하기가 어디 쉬운가. 크하하.
누군가는, 혹자는 윤상이나 유희열이 노래를 부를 때 웃기도 하고, 어지간히 노래 연습을 안하는 그들을 욕하기도 하지만...그건 글쎄...꼭 가수라고 노래 잘 불러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 윤상은 윤상 노래만 잘 부르면 되는 거고, 애초에 윤상에게 요구하는 건 노래 실력도 아니지 않은가. 오늘 공연엔 코러스도 없었다. 애초 윤상이 어떤 가수고 공연에서 하고자 하고 보여주려 했던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한다면, 윤상이 공연에서 삑사리 좀 냈다고 그게 무슨 큰 대순가=_=? 난 도대체 윤상이나 산울림같은 가수-밴드한테 '보컬 실력'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뇌구조가 이해가 안 간다. 이 보컬실력에 대한 대중의 괴상한 집착과 판타지에도 할 말 많음.

연주는 좋았다. 근데 음향이 좀... 특히 베이스기타와 드럼은 뭉개지는 일이 많았다. string(바이올린2+첼로)도 음향세팅 잘 못 된 것 같던데. 그래도 역시 연주는 좋았음. 특히 기타ㅠ 그분 누긔? 베이스기타도 좋은 것 같던디ㅠ 남자 키보드도ㅠ 이름은 두번이나 들었는데 까먹었고=_= 아코디언처럼 생긴 그 남미 악기도 음색이 너무 좋더라. 그래도 확실히 윤상은 분위기 자체가 일렉 쪽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그런가 키보드만 윤상 본인 것 합해서 3대. 여기에 피아노 가끔 출연해주시고.

곡이야 말할 필요 있나.
갠적으로 play with him 앨범 자체엔 큰 기대 안 했고 들어보니 딱 생각한 만큼만 나왔지만, 마침 맘에 든 곡을 했던 사람들이 나오기도 했고... 말할 필요가 있나. 윤상인데. 그저 좋을 뿐. 아마추어인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곡만 듣고 누가 작곡(편곡)했는지 알아맞추는 작곡가가 딱 두명인데, 그게 모차르트와 윤상이다. 컬러 자체가 독보적이다. 자기만의 색채가 확실한. 좋기만 한게 아니라 온전히 그 사람만의 창작물인 거다. 멋있져.
그래도 설마 '바람에게'를 아예 준비를 안했을 줄은 몰랐다. 윤상 공연에 바람에게가 빠지면 앙꼬없는 찐빵, 김치 없는 라면. 준비 안 된 앙코르라도 안 했다면 뒷풀이에 쫓아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근데 준비 안한 앙코르 좋았음. 우후훗.


2. 윤상과 그 패거리들.
한동안 아저씨니, 상이형이니 불렀지만 오늘보니 역시 오빠는 오빠더라. 곱단이는 동률이 형이 아니라 옵하 당신이라긔!!
어쨌든, 윤상옵하와 그 패거리들은 아무래도 감수성(지향점?)이 비슷하고 이렇다보니 팬들도 겹쳐서 윤상팬이 윤종신팬, 유희열팬이 김동률팬, 이적팬이 윤상팬, 윤종신팬이 김장훈팬, 김장훈 팬이 이승환 팬. 이런 식이다. 나도 본의 아니게 이 패밀리 음악은 다 좋아하는 편이다. 게다가 취향에 안 맞더라도 좋은 곡을 쓰기도 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커서 군소리 못하게 하는 패거리 이기도 하다. (여기서 흔히 그 패거리들, 다른말로 패밀리들하면 윤상, 윤종신, 유희열, 015B, 김동률, 이적, 김장훈, 이승환, 이소라, 유영석, 신해철 등)

예전에, 라고 해봐야 10년 조금 더 전. 내가 중삐리 때, 고삐리 때는 가수 좋아하는 게 별거 아니었다. 정확히는 가수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 가수가 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거였다. 가수는 좋은 음악을 만들면 됐고, 팬은 앨범을 사고 조금 더 적극적이 되면 공연을 가는 정도였다. 가수와 팬사이에 오가는 것이 음악 뿐이었고, 좋은 음악 그거면 족했다.
조금은 우울하고, 뭔가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열정, 생각한 걸 기어코 내뱉는 성격이라든가 설핏 배불러보이는 고민들. 음, 이런 감수성조차 음악으로 보여주는 게 더 컷지. FM에서 '수다 떠는' 라디오야 90년대 후반에야 유행하지 않았나? 별밤조차도 그때는 음악위주였던 것 같은데.

공연 중에 팬들이 준비한 작은 이벤트. 케익을 은근슬쩍 무대에 올려줬다. 그래도 6년만이니 준비해준 것이겠지. 근데 그걸 무척 난감해하면서도 부끄러워한다. 유희열 아니었으면 그냥 버려뒀을 거 아냐. 공연은 무슨 앨범이나 만들면 되지하는 것도 이해가 가. 라이브 연주 들으니 좋긴 좋았지만 윤상은 공연보다는 집에서 혼자 듣는 앨범 쪽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 대신 오디오가 좋아야 한다ㅠ) 
그런 의미에서 오빠, 5월에 나올 새 앨범. 기대는 안해도 기다리기는 하겠어용.


3. 진행.
아니, 상이형 왜 자꾸 감독님은 부르고 긔래여. 눈에 띄는 실수 중에 감독님이 잘못한 건 하나드만. ㅋㅋㅋ 음, 근데 영상 나올 부분에서 조금씩 늦어지는 건 있었다. 근데 뭐, 이 옵화 워낙 능청스러워서 실수를 해도 '실수했네요- 아이고 부끠러'이러니 보는 사람도 웃고 마는 거지. 아무래도 윤상 콘설이다 보니 '쇼'를 기대하고 간 게 아니라 오히려 이상은처럼 대놓고 설정이고 기획이고 없이 노래만 줄줄 부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예쁜 기획에 귀여운 멘트에 되려 땡큐하고 앉았고...=ㅁ=

무대와 조명은 완죤 윤상. 윤상적이고 윤상스타일이고 윤상답다. 으컁컁. 인트로 및 사이사이 영상도 맘에 들었음.
조명은 왤케 이쁜지. 확실히 공연장 인테리어가 어느정도 되야 조명도 이뻐보이지 운동장에서 같은 조명 썼으면 훨 때깔 안 났을거다.
음향은 저음부가 둥둥 울려대서 조금 거슬렸다. 그닥 좋은 공연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론 전문공연장(??!)인데 무엇보다 윤상인데. 잘 좀 하지. 하긴 그 공연장 꼬라지가 음향 맞추기 참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라는 생각은 윤상이기 때문일 거다. 업보야 업보.



뭔가, 더 쓸게 있었던 것 같은데, 졸려서 생각이 안 난다. 그래서 일단은,
깨달음 : 윤상은 역시 오빠였다. 
            곡이 좋고 연주가 좋으니 다 좋구나ㅠㅠ 음악회 갔다 온 기분이다.  
            간만에 오빠라는 단어를 쓰니 손가락에 닭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