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44

1. 요즘 하는 짓은 유투브로 양덕이 방송하는 영화리뷰와 리액션을 보고 있다. 인터넷을 안한다 싶더니 이런 노다지를...

리액션은 대충 반응 패턴을 알겠다. 재밌는 건, 연기하는 애들은 인기가 없다=ㅠ= 오버를 해도 자연스럽게 해야 인기가 있는 것... 인기 얻기란 정말 힘들구나.

 

아무래도 주로 영화리뷰를 보는데 그냥 영화리뷰는 많지도 않지만, 만화 좋아하는 애들이 하는 히어로물 리뷰가 짱 재밌음-ㅠ- 원작이랑 비교해가며, 해석의 정도, 개작의 허용정도, 영화에 대한 이해, 이야기나 연출에 대한 이해에 따라 반응이 천차만별임. 흥미롭다고 느끼는 건 '나는 이게 좋아 싫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게 좋고 이게 싫어'라고 이유를 말하고 있다는 것. 이유를 대는 것도 흥미롭지만 '내 의견일 뿐'이라는 관념도 흥미롭다. 서구권에선 신기할 것도 없지만 요즘 한국인들하고만 놀다보니... =ㅠ=

 

그리고 적어도 히어로물에 한해선 한국 전문가 리뷰보다 양덕리뷰가 훨 낫다=ㅠ= 얘네들 이거 연구하나 싶을 정도 ㅋㅋ

 

 

2. 취직 실패 후 먹고사니즘을 고민하다 작년 초에 번역 수업을 하나 들었다. 혼자 작업하고, 하고 싶은 책 하면서 일년에 서너권만 하면 내 수준으론 먹고 살 것 같아서리. 근자감의 이유라면 글을 쓸 줄 안다는 것. 오히려 영어가 문제라 번역수업을 듣고나서 나한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문법과 라이팅 위주로 영어 수업을 일년 정도 들었다.

그리고 책을 찾으면서 마음에 드는 출판사를 찾아서 리스트를 만들고, 책을 찾아서 기획서를 쓰고, 그 책에 맞는 출판사에 연락을 해서 계약을 했다=ㅠ= 생각보다는 빨리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고, 출판사도 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생초짜인 나와 일을 하기로 함.

뭔가 일이 쉽게 풀리네...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사실 그렇게 생각함. 근데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뿐이다.

 

나는 환경+유전자+성격적 이유로 중딩 때부터 우울증이 심했고, 고딩 때부터는 입만 열면 독립을 하네 외국에 가네 짓거리고 다녔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게 우울증 덕분에 애가 무기력해서 사고를 치고 다니진 않았다는 거=ㅠ= 그냥 떠들기만 한거다.

여튼 그러다 결론적으론 21살에 뉴질랜드에 워홀비자 받아서 감. 울 부모는 당연히 반대했음. 이유는 여자라서. 모은 돈으로 가슴수술이나 하라는 소리도 들음. 레알 이 인간들 수준 알만하져. 여튼 고등학교 졸업하고 딱히 금전지원을 받은 게 없기 때문에 (대학을 안/못 가서 용돈이고 뭐고 없었음.) '나는 반대하나 네가 네 돈으로 간다면 말릴 순 없지'하는 정도였다. 글고 나도 '댁들이 반대를 하든 말든 언제는 내가 하는 일에 칭찬하고 찬성했냐'라며 내 갈길 감 ㅋㅋ

 

내가 집에 돈을 갖다줘야 하는 환경이 아니었다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엔 진짜 그 정도의 가난뱅이가 좀 많았다. 그러니 그 친구들에 비해 외국이나 팽팽 돌아다니며 영화제나 출판사에서 잠깐씩 일하는 내가 팔자가 어지간히 좋았던 건 사실이다. 물론 돈은 적게 벌었지만, 나는 그동안 대체로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나름 즐겁게 했다. 영화제, 출판사 모두 고졸일 때 시작했기 때문에 흔한 케이스는 아니다. 이걸 행운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음. 영화제는 자활부터 시작해서 알바 거쳐서 스태프로 일한 거고, 대부분 단기 스태프였다. 출판사는 블로그 글을 읽은 출판사 사장이 글을 쓸 줄 안다고 뽑아준거지 낙하산 아니었음. 나름 운때가 맞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거저먹은 일은 없었다.

 

근데 운때가 정말 맞냐하면 그건 또 아닌게 나는 그냥 돈을 징그럽게 안 쓰는 인간이라 돈이 많이 필요없다. 그러니 일을 좀 안해도 산다. 굶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화생활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여튼 나는 내 나름대로 쓸만큼 쓰는데 돈이 안 나간다. 아니다. 정확히는 에너지, 물품 낭비를 싫어하다 보니 돈이 안 나간다. 내가 돈을 쓰는 걸 보면 대부분 문화소비가 젤 높고 그 다음이 서비스비용인 듯... 돈도 못 버는 년이 가사도우미를 부른다네~

 

그니까 때가 맞을 때까지 기다려도 삶에 문제를 못 느끼니 일이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2년 쯤 전에 구직을 위해 노오력을 해봤으나 잘 안됐다. 그 때도 딱히 좌절하지 않았음. 그냥 '음, 안 되는군, 나님 일 잘하는데 니들 손해지 뭐' 이 정도? 실은 면접보는 사람도 그 짓을 하루이틀 하는 게 아니니 자기 회사나 단체에 맞는 사람을 뽑는 거니 잘 뽑았겠지 싶지 감히 날 떨어뜨리다니이이이!!하는 느낌도 없었다. 무엇보다 구직(혹은 일)에 실패하는 게 인생 실패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난 일에서 실패했다고 인생까지 말아먹을 생각은 없다.

 

3. 그런 사람 하나 안다. 일도 실패하고 인생도 실패한 사람. 일이야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제 인생을 제 발로 똥통에 처 넣고 다른 사람한테 빨대 꼽고 숨만 쉬며 살고 있는 사람. 왜 사는지 레알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