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관 갔다왔당.
스파이더맨 보러...
어렸을 때 스파이더맨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본 기억이 없는데 내가 젤 좋아하는 마블 히어로가 스파이더맨임. 뭔지 모르겠는데, 아마 설정만으로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나에게 '고삐리 + 주접 + 궁상 = 스파이더맨'이거덩. 기냥 스파이더맨 캐릭터 자체를 좋아하는 거라 샘레이미판도 어매이징스파이더맨도 다 재밌게 봤다.
소니가 북한에 의해 이메일 해킹을 당하고 나서 소니는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다. 성별에 따라 출연료를 다르게 책정한다는 것이 폭로되고, 인종차별적인 내용도 많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고, 그래서 투자가 안 이뤄진 것. (북한이 좋은 일도 한다 ㅋㅋㅋ 근데 이거 진짜 북한이 한 거 맞는 건가=_=?)
결론적으로 어매이징 스파이더맨 2가 폭망하고 돈이 없던 소니는 마블이랑 손을 잡음. 난 만세를 부름. 난 마블이 좋거덩.
마블이랑 디즈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얘네는 얘네가 뭘하고 있는지 잘 알고, 목적과 목표를 설정을 하고 그에 맞는 영화를 만들고 사업을 한다는 거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알고 그걸 잘 실행하고 그게 맞는 결과를 얻는 건, 삶을 살아보거나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이건 진짜 존나 힘들다. 특히 이런 문화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정말 쉽게 예술가병에 걸린다. 그러면 작품이 거지같이 되고, 팔리지도 않고, 그럼 관객을 욕하고... 그지같은 순환을 보여주는데 얘들은 그런게 없음.
얘들은 지덜이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어느 정도의 퀄리티가 나와야 하는지, 누구를 만족시켜야 하는지, 얼마나 팔려야 하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돈을 처 벌어야 하고 싶은 걸 한단다. 영화 뿐이 아님. 지원금도 하루이틀이고 응원이나 불쌍해서 봐주는 것도 몇 년 못 간다. (아이돌 그룹의 생명정도... 물론 아이돌 산업은 돈을 벌어 하고 싶은 걸 한다기 보단 그냥 돈을 벌기 위한 짓거리.)
마블은 초반에 금전적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 실제로 작품도 못 만들었음. 그러다 아이언맨이 성공하면서 신난 나머지 아이언맨2에서 설치다가 쫄딱 망했지. 이후 감독과 불화는 사실상 없어짐. 앤트맨을 오래 준비하던 에드가 라이트가 하차한 건 그 나름의 상황이 있었고, 어느 한쪽이 진상이 떤게 아니라 그냥 일을 하다보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 결론은 lesson well learned.
최근 마블 하는 짓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건 장르확장이다. 기본적으로 히어로 액션에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이는 거임.
사실 아이언맨도 액션영화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로 토니 스타크는 싸울 때보다 뭔가 만들 때 더 재밌다. 윈터솔져는 스파이물이고, 앤트맨은 가족영화, 가오갤은 병맛, 닥터스트레인지는 판타지. 드라마로 넘어가면 데어데블은 크라임드라마고, 제시카존스는 누아르다. 그리고 스파이더맨홈커밍은 하이틴영화 요소를 넣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었음 ㅠㅠㅠ 제가 하이틴 영화를 정말 좋아합니다 ㅠㅠㅠ 장르로 따지자면 홈커밍은 하이틴+코메디+액션히어로 봐야 할 거임. 실은 히어로라기도 하기 뭣한게 스파이더맨이 아직 히어로가 아니다. 스파이더맨이라기 보다는 스파이더 보이임. 그래서 액션도 스파이더맨이 활약하는 게 아니라 겁나 얻어터지는 게 위주다.
홈커밍은 예고편을 다봤는데 난 대략 미쳐버림. 내가 좋아하는 스파이더맨의 특징이 다 들어 있었거등. 애새끼, 진상, 궁상. 애새끼가 진상 궁상 떠는 것처럼 재밌는 게 없다. (어른이 진상 궁상 떨면 끔찍.)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피터 파커는 정말 애 같고, 진짜 좀 짜증스러울 정도로 진상이고 궁상스럽다. 표현이랑 연출이 넘 리얼해서 나중엔 안쓰러움을 느끼고 말았다=ㅠ=ㅋ 그만큼 웃김. 진짜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웃긴다. 푸학학 이렇게 웃기는 장면도 있지만 대체로 영화 내내 웃고 있게 되...는데 왠지 오늘 극장 되게 조용하고 반응이 없었음;;; 혼자 낄낄대니 오타쿠같고 아주 좋았다.
코메디가 굉장히 잘 짜여져 있다. 대본을 만들고 유머를 끼워넣는 게 아니라 상황자체가 웃기는 코메디. 이게 한국식으로 웃기는 게 아니고 유머가 유발되는 많은 포인트가 미국의 고삐리 생활, 친구관계, MCU, 스파이더맨 원작에 맞춰져 있는 게 많다. 스파이더맨이니까 지난 다섯편에서 질리게 보여준 뉴욕시내를 날아다니는 장면이 없다고 비판?한 한국 리뷰를 봤는데, 내 이런 멍청한 리뷰를 봤나. 그 장면 웃기려고 넣은거여... 빌딩이 없으면 어째야 하냐고. 슈퍼파워가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니 뛰는 수밖에 더 있어? 피터 파커가 스타크가 만들어 준 슈트 기능을 잘 모르는만큼 자기 능력에 대한 것도 잘 모른다. 그리고 그거 말고도 인간은 자기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다 힘들게 배워나가는 거임. 능력만이 아니라, 성격, 재능, 성정체성, 성지향성, 적성,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하다못해 나한테 맞는 헤어스타일나 옷까지, 몽땅 다 자기가 직접 겪으며 체득하고 알아가는 거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이런 걸 넘 잘 그렸다. 그것도 애새끼의 눈높이에서 애새끼수준으로 포기할 건 포기하고, 얻을 건 얻는 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네 아니네를 떠나서 일단 보고나면 피터 파커를 좋아할 수 밖에 없을 거고, 그럼 피터 파커가 나오는 영화는 다 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겁니다요. 게다가 다른 어른 히어로에 비해 피터 파커는 성장을 하는 캐릭터라, 이런 경우엔 사람들이 더 좋아함=ㅠ= 어쩔 수가 없음. 이 한편 안에서도 변하고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둑은둑은.
그동안, 모든 히어로 영화를 통털어서 성장하는 캐릭터는 사실상 토니 스타크밖에 없었다. 아이언맨 아머가 매번 디자인이나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는 거 말고도 인격적인 변화나 성격적인 변화가 나올 때마다 감지되는 게 스타크밖에 없음. 나도 아이언맨을 좋아하는데, 이런 캐릭터 만드는 건 넘나 힘든 것. MCU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니 스타크를 싫어하고 토니 스타크는 개뿔 신경을 안 쓰는 것도 웃기는 설정. 여기까지라면 그래도 좀 평범하달 수 있는데 부르스 배너랑 친구를 맺어주는 거나, 피터 파커의 멘토로 만들어주니 완벽하지 아니한가. 발을 동동 구르며 토니와 해피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피터 파커가 그걸 귀찮아 하는 해피, 반응은 없지만 다 듣고 있는 토니라니... 얼마나 좋냐고ㅠ
지난 스파이더맨 시리즈랑 비교질을 하며 순위를 정하는 것도 참 멍청한 짓임.
레이미는 공포스런 액션 연출을 잘하는 사람이라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액션씬이 굉장히 좋다. 정말 긴장되고 아찔하고 무서운 액션을 볼 수 있다. 액션 영화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함.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은 잘생긴 배우를 내세운 만큼 스파이더맨 스타일이 좋았고, 커플이 귀요미였징. ♥ 이 시리즈가 욕을 많이 먹는 이유는 그거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네. 하다못해 빌빌대는 병자악역인 데니 드한도 스타일이 좋았음=ㅠ= 젊고 싱싱한 배우의 매력에 초점을 맞췄으니 그것만 보면 얼마든지 재밌게 볼 수도 있다. 난 재밌게 봤음.
홈커밍은 성장스토리로 기획되고 연출됐다. 이걸 최고의 스파이더맨 영화로 꼽는 사람은 하이틴 영화로 봤기 때문임. 게다가 홈커밍은 하이틴 영화 중에서도 잘 만들어진 작품에 속함. 그리고 홈커밍도 재밌긴 하지만 그래도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 짱이라는 사람은 히어로 액션에 치중해서 보는 사람임. 알간? 비교 금지.
난 다 좋음. 근데, 확실히, 모든 피터 파커를 좋아하지만 톰 홀랜드가 유별나게 씹어먹고 싶을 정도로 귀엽긴 하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