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씨를 본 직후의 나의 상태 ; 어흥. 디게 좋음. 뭐지 이 병맛. 캬하핫.
그 다음 날인 현재.
고선웅이 각색을 잘함. 이자람이 노래를 잘 붙였음. 국립창극단원들이 노래를 잘하고 (대체로) 연기도 잘함.
창극은 일단 유우머가 있어서 좋다. 물론 그런 거 일도 없었던 창극(트로이의 여인들)도 있었고 그것도 재밌게 잘 봤지만, 판소리도 창극도 마당놀이도 웃기지 않으면 뭔가 장르 특성을 못 살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에게 소리란 극단적으로 웃기고 슬픈 게 같은 선상에 있는 것.
어차피 도 트는 이야기라면 흥보가 초반에 그냥 착한 게 아니라 어디가 모자라서 어리숙하고 착한 거였으면 (모자르다고 착한 건 아니지만) 더 좋았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가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그렇다고 천성(혹은 성격)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딱히 이야기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 같고, 1막도 좀 더 웃길 것 같다. 신세한탄도 그냥 착한 사람이 하는 것보다 어딘가 덜 떨어진 인간이 해야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해서 좋거든=ㅠ= 심봉사처럼. 심봉사는 레알 쪼다새끼...
1막에선 이야기 구성이나 개연성이 엄청 좋은데 2막에선 병맛의 끝으로 가는 면이 있다. 그 병맛이 좋기도 했지만, 흥보 캐릭터를 약간 손보고 2막의 병맛에 약간의 개연성을 줘도 괜찮을 것 같단 말이지.
아, 사또도 좀 또라이같다. 자의식 쩌는 엘리트인 건 알겠는데, 뻔히 알고 있는데 흥보는 왜 조짐? 벌 받고 고문당하는데 그걸 재밌게 그린 것도 아니라서 이상하다. 그 장면이 아주 조금만 더 길었어도 인내심이 끊어질 뻔 = 한참 재밌게 보다 한순간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당함.
덧.
유태평양이 참 잘한다. 전에 여우락에서 춘향가의 몇 대목 부를 때도, 마당놀이 놀부가 간다에서 흥보역 할 때도 느꼈는데 이번에도 역시 잘함. 그냥 노래 잘해, 연기 잘해 이런 것보다 뭔가 천연덕스러움이 있다. 어린데 흥보할 땐 어린 것도 모르겠다가 이도령으로 노래 부를 땐 또 어리고 귀엽단 말이지. 뭔가 주저함이 없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음. 이뻐 죽겠네.........이뻐 죽겠는데 볼 때마다 자세 교정해주고 싶다 ㄷㄷㄷ 너 인마 서 있는 자세가 잘 못 됐어. <-후천적 평발일 것 같다.
김준수는... 트로이의 여인들 이후로 이쁘게 보이네;;;; 극 볼 때 특정배우를 인지하는 것은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이자람을 실제로 봤다. 관람 온 모냥. 들이대고 싶어도 들이댈 명분이 있나. 이럴 땐 백수라 슬프다. 뭔가 문화기획회사에 있었으면 명함이라도 들이밀었을 텐데. (그러라고 다니는 회사가 아니겠지만 회사의 좋은 점이 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