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람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
공연 보고 이자람 빠순이 됐당. 예전에 친구가 보러 간다고 했을 때 한창 국립극장 다닐 때라 안 갔는데 이걸 갔어야 했다. 이 멍청한 년아 ㅠㅠ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에여.
일단 글을 잘 쓰고, 곡을 잘 썼음. 정말 괜찮은 이야기꾼이다. 하악 하악 하악. 너무 좋아서 어지럽잖아요.
브레히트 작품으로 작업하고 있다고만 (옛날에) 듣고 갔는데 엄뭐, 마르케스 소설이얌 ♡ 개작도 잘하고, 구성도 좋고, 농담 아니라 글(가사)도 좋음. 표현이랑 연기도 넘나 좋았다. 80먹은 인텔리 노인네, 30대 가난뱅이 남자와 여자를 다, 잘, 정말 잘, 매우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 사람이 멋있다. 자신감+안정감+여유+실력=멋있음. 멋이 막 줄줄 흐름.
사천가랑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CD로 좀 내 주시고, 앞으로도 계속 계속 좋은 거 많이 많들어주세요. 굽실굽실. 사랑합니다.
이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마음에 들었다. 더하고 빼고 할 것 없이 다 좋아서 구구절절 좋다 어떻다 말할 필요도 못 느낀다. 그냥 '좋음'이면 됨.
그에 비해...
-박효신 콘서트 암어드리머.
시작하고 30분 동안 이런 생각을 했음.
아, 운동장 공연 + 얼굴 앞에 스피커가 있으면 이런 기분이구나 / 이렇게 들리는 구나 + 스피커 출력이 큰 것과 음향이 좋은 건 다른 겁니다.
정확히는 고문 당하고 있다고 느꼈고, 진지하게 나갈까 고민했다=_= 나의 귓구녕은 소즁하니까. 그래도 오프닝이 끝나고 좀 조용한 분위기로 가니 좀 나아져서 참았다. 뭣보다 본전 생각도 나고 ㅋㅋ 그 뭉개지고 울리는 음향으로도 악기 구분이 다 되는 나님이 진짜 대단함. 그러고 있는데 졸타에서 개빡침. 농담이 아니라 진짜 화가 났어요.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건지 이번 공연에서만 그랬는지 박효신이 어떤 소리를 내면(고음이 아님) 스피커가 죽을라 그랬다. 찢어지는 소리는 아닌데(고음이 아니니까...) 찢어진다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 공연장이 그 소리를 소화 못하면 그 소리를 내질 말든가 아님 스피커 소리를 줄이든 다른 악기를 때려넣질 말던지. 게다가 '우와와왕 고양감 쩔지!!!!'를 노리는 음악에서 뭔가 설정을 바꾸는 건지 소리가 더 찢어지고 깨지고 울린다. 도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냥 한국 공연 음향의 현실인가 싶기도 하지만 짜증나는 건 짜증나는 거고요.
그래서, 노래 들으러 갔는데 노래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던 난 기분이 매우 나빠짐. 그래서 제 점수는-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감상은요...
7집 앨범은 6집 파트3 같다. 해피투게더, 홈, 기프트, 뷰티풀데이, 뷰티풀투모로 비슷비슷. 감수성도 비슷, 표현도 비슷, 곡도 비슷 ㄷㄷ 따지자면 6집보단 7집이 나은데 다른 게 아니라 곡이 스케일이 좀 커진 게 마음에 든다. 편곡이나 마스터링은 6집보다 잘 됐으나 곡 자체는 고만고만. 문제는 6집 곡이 별로였음. (난 젤리피쉬가 다른 빠순이랑은 다른 이유로 별로였는데 그 이유가 음악이 가수랑 안 맞는다고 느껴서다. 근데 소속사를 옮긴 이유는 다른 이유라는 게 참...) 야생화 가창력 자랑 노래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앨범에서 야생화가 제일 낫고, 중간에 한 곡은 진짜 심하게 '나쁘'다. 듣다가 =ㅍ=? 이런 표정이 되버림. 이 곡은 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빠순이의 도리인 '장점을 찾아보려고 노오력'하는 것도 못하겠다.
그리고, 노래가 좋든 음향이 좋든 둘 중에 하나만 좋았어도 안 들었을 생각도 있쥐.
영어 그따위로 쓸거면 사용을 말아라. 근데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를 못한다는 게 진짜 큰 문제인 것 같다. 말을 못하는 것도 좋고 어휘력 딸리는 것도 좋은데, 제발 좀 말을 좀 끝까지해서 문장을 끝내주라. 하는 말의 2/3가 말줄임표로 끝남.
말하는 내용을 보면 주절대서 그렇지 생각하는 거나 사고방식에 크게 거스르는 거 없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가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솔직한 타입이라 글도 그렇게 쓰면 내용은 괜찮을 것 같은데, 가사가 영 별로인 걸 보면 (멋도 많이 부리긴 하지만) 한국어 문제가 맞는 것 같다. 가사를 본인이 안 쓰면 쉽게 해결 될 문제이지만, 이번엔 작사가랑 같이 일했는데 왜 안 나아지나. 옛날엔 이소라한테 원포인트 레슨까지 받았는데 왜 그러냐고.
그리고 '뭐라고' 쿼터제 하자. 한회당 10회 정도? 하지 않으면 더 좋고.
이건 물론 심술이다. 내가 얠 데뷔 때부터 17년을 좋아했는데, 노래 외에는 나아지는 게 없다는 거에 좀 빡쳐도 된다고 봄. 아니, 빡친다기 보단 이해가 안 가니 답답하다. 저 재능에 저 노력에 저 실력에, 자기가 잘한다는 걸 아는데도 안정감이랑 여유가 없다는 게 속 답답하다. (생각나는 사람 한 명 있는데 그 사람은 나이가 어리다. 어리면 다 용서가 됨 ㅋㅋ)
노래는 잘해. 진짜. 정말. 내가 몇년 째 욕하면서 그래도 앨범 사고 콘서트 가는 이유가 뭐간디. 오직 노래 잘해서 그거 하나임. 그래서 그냥 노래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덧.
-박효신 공연에선 꼰대처럼 시종일관 앉아만 있었다. 원래부터 야광봉같은 거 안 흔들었기 때문에 팔찌인지 뭔지도 안 받았다. 받아봐야 쓰레기니까.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함. 내가 일하는 사람이라면 쓸텐데, 내가 관객일 때는 쓰고 싶지 않은 물건)
여튼 공연 분위기 망치는 1인이 되고 나니까 기분 묘하네영.
-운동장 공연도 오늘로 끝인 걸로 결정했다. 내 공연관람역사상 처음으로 앵콜 듣다 말고 나왔다. 앵콜 문화가 마음에 드네 안 드네를 떠나서 늘 마지막까지 좌석 지키는 편이었는데... 이게 다 베를린필 때문인가. 그러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