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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26

고민 중

 

1. 집으로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들어가고자 하는 이유

내년엔 여행을 좀 갈 생각이고, 1년 길면 2년 뒤에는 (수도권, 도시를 떠나) 어디로든 갈 생각인데 그럼 집을 다시 빌리는 게 번거롭고 낭비같고 쓸데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행을 가면 고냥이를 봐 줄 사람이 없다.

부모님이 원한다. (집안 일 해줄 사람을...)

-들어가고 싶지 않은 이유

독립해 있을 때보다 돈이 더 든다. 독립해 있을 때보다 집안 일을 더 한다.

우리 부모님이 (만에 하나) 고양이를 학대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그랬을 경우, '아이고, 내 고양이 불쌍해~'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게 아니라, '역시 이런 인간이었다'는 확신을 얻게 될 건데 그러기가 싫다. 물론 아니면 정말 다행(!)이고.

 

 

2. 원래는 여행을 인도 요가아쉬람을 가려고 했다. 인도에 관심이 없어서 사실 인도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인도에 있는 요가아쉬람에 가려고 했던 것.

근데 나는 이미 (나에게 필요한 수준의) 요가를 할 줄 안다. 그렇다고 요가 선생이 되고 싶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수련을 하고자 한다면 지금도 가능하다. 규칙적으로 살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딱히 돈독 오른 할배들이 내 영혼의 구루가 될리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그런 걸 찾는 건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픽픽 대고 웃으면 무슨 수련이 되겠음? 거기다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살면 그 순간부터 (정신적 육체적) 수련시작이고 나는 선업게이지 수직상승 되걸랑.

여튼 그래서 아쉬람 말고 히말라야를 갈까 고민 중. 예전엔 랑탕하고 안나푸르나 갔으니 이번엔 에베레스트 쪽으로. 딱히 네팔이 너무 좋다기 보다는 트랙킹을 하다보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하루에 8시간 (아무생각없이) 걷고, 8시간 푹 자고, 8시간은 먹고 씻고 책 좀 읽고 트랙킹 하는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면서 앉아있는다. 굳이 아쉬람 가서 침묵 수행을 하네, 속세를 떠나네 어쩌네 할 필요도 없다.

산행하다가 경치 좋은데 앉아서 하루 종일 경치를 보고, 하루 종일 본 경치가 좋아서 그 다음 날도 보고, 며칠을 봐도 계속 좋은데 이게 자연이 아름다워서 좋은 게 아니라 경외감이 들어서 좋다. 거대하고 인간사에 초월한 존재 앞에서 우울증 따위 한방에 사라졌고 한국 와서 다시 우울증이 도지는데 약 2년 넘게 걸렸다. 비유하자면 네팔 트랙킹이 나에게 겁나 좋은 우울증약이라는 것 =ㅍ=

덧붙여 '헉, 이 사람 내 이상형!' 하는 사람을 네팔에서 만났다. 그것도 두 명이나... 시간이 없어서 사랑엔 못 빠졌지만.

 

물론 두 군데 다 가도 되긴 함. 그럴 생각이 있기도 하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