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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여기만 아니면 돼 7

저녁을 아홉시 넘어서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못 자겠다. (디저트로 초콜렛까지 엄청 먹어치움;;) 


오늘은 제목 있음. 국뽕 언저리. 

어느 나라를 가든 그 국민이 생각하는 내 나라 이미지가 있다. 애정이든 애증이든 어쨌든 愛가 기반함. 외국 나가면 애국자 된다는 건 한국 사람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많이 그런다. 비정상회담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 이게 표현의 정도만 있을 뿐이지 이런 게 아예 없는 사람은 못 봤다. 

이게 왜 그러냐면, 보통 개개인 정체성의 일부(혹은 상당부분)을 국가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교육, 사회, 문화 같은 게 성장하면서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니까 한국의 문제=내가 가진 문제가 되기도 하는 거져. 내 나라 욕 하면 왠지 나 욕하는 것 같은 기분. 내 가족 욕하면 나 욕하는 기분 뭐 그런 거라고 보면 됨. 그래서 난 뭐, 국뽕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함. 그걸 같이 욕하고 그럴 생각은 안 들어. 


물론 국뽕이 좀 웃기긴 하지-ㅠ- 

한국 국뽕이 웃긴 이유는, 한국 사람 대다수의 무의식에는 한국을 딱히 좋아하지 않고,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를 자랑스러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비하하고 낮춰보는 면이 있는데 이 사고방식을 국뽕으로 감싸서 그렇다. 밑도 끝도 없이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고 말로'만' 하는 거. 양가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을 안밖으로 마구 내뿜어. 캐릭터(사람으)로 비유하면, 자존감은 바닥을 치는데 쓸데없이 자존심 세우는 사람이랑 하는 짓이 비슷하다. 이런 사람 진상이기도 진상이지만, 좀 안 됐기도 해서 웃겨. 페이소스가 있다는 의미에서 웃김. 


가까이는 한강이 부커상 받은 것에 대한 반응을 봐도 그렇다. 아침부터 번역 스터디 모임에서 되게 웃긴 카톡이 막 날아오는 거다. '(결국 한국문학은 한국에서 얼마나 인정받든) 영어로 번역되지 않으면 우물 안의 개구리'라나. 한국 문학이 우물 안의 개구리인 이유가 영어 변역이 안 되서라니 ㅋㅋㅋㅋㅋ 너가 소설도 안 읽고, 문학계에 관심도 없는 건 알겠다. 이딴 개소리로 내 아침을 망치다니... 

이주 전쯤에 독서모임에서 '외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세계문학 변방의 문학은 세계문학 메인스트림으로 나갈 길이 완전히 막혀있는 거 아닌가'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 이야기가 나온 이유 중에 하나가 움베르토 에코가 '알려진 문학이 좋은 문학'이라는 맥락의 말을 했기 때문. (영문학, 불문학 처럼 제국을 거치면서 양-질적으로 좋아진 국가의 문학 말이오. 인터뷰는 못 봤지만, 그리고 그 말이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졸라 결과론적인 이야기.) 여기 뭐 좋은 문학의 기준이 뭐네, 알려지려면 인프라가 있어야 하네 마네 이야기는 다 접어두고. 


나는 근본적으로, 왜 굳이 외국에 인정받아야 하는지 자체를 모르겠다. 정신승리가 아니면야 '우리 좋은 거'를 굳이 외국인한테 '인증'을 받을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 하긴 나는 좀 '내가 좋다면 그건 좋은 거 맞아'하는 타입이긴 하다 ㅋㅋ 아, 나는 내 인생도 별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없구나. 내 인생 내가 행복하고 즐거우면 됐지 왜 남한테 인정받아야 하는지 자체를 모르겠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인정이 생활의 활력이 될 수는 있다. 칭찬받고 인정받으면 기분 좋지. 근데 칭찬받고 인정받으려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방식으로 살 수는 없는 일 아냐. 한국도 마찬가지. 딱 내 맘음에 드는 나라는 아니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라 다른 나라보다 더 잘 알고, 문화적으로 익숙하고, 싫은 부분이 많지만 좋은 부분도 있다. 어떤 사람이 나나 한국의 좋은 부분은 부정하고, 싫은 부분만 찝어내면 그건 그 사람이 좀 문제있는 인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고, 한국의 좋은 부분을 보고 좋아해주면 그건 덕친 하나 생기는 거, 그게 다다. 사실 대부분은 무관심이지. 한쿡? 그게 어디 붙어 있는 나라여. (북한 밑에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한국에 대해 이야기 할 일이 많다. 거의 자기 소개가 자국 소개로 대체되는 면도 있다. 

한국에서야 이름, 나이, 직업으로 자기 소개가 되는데 외국은 이름, 출신국이 되걸랑. 한참 수다 떨다가 나는 누구야 하면서 소개하고, 어디서 왔니-어디서 왔다하면서 출신국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게 그 사람한테 관심을 표명하는 거기도 하걸랑.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서구권에선 대체로 신상정보 터는 걸 굉장히 경계한다. 나이, 직업이 아닌 직장은 거의 말하지 않고, 묻지도 않는 게 좋다. 특히 여행하다 만난 사람은 다른 나라에 관심이 많으니 제 나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지 아무래도. 


근데 한국애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른다. 한국에 대해 설명을 할래도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내 생각엔 국뽕보다 그게 문제임. 일단 정치사회관련 시사이슈에는 엄청 약하고, 한국역사 자체를 모르는데다 역사 좀 안다 싶은 애들은 시험위주로 공부해서 서술을 못함. 한국인이 한국 돌아가는 꼴을 설명을 못 할 뿐 아니라, 역사적 맥락도 감을 못 잡는다는 이야깁니다요. 이게 비교가 되는 게 서구권 애들은 자국 역사에 대해 좀 잘 아는 편이다. 그니까 같은 수준으로 봤을 때-이를테면 비슷한 나이의 대학생이나 대졸자라고 봤을 때. 

아무래도 교육 제도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얘들이 어지간한 학교에선 수업시간에 자는 게 금지램. 한국이랑 일본은 애들이 수업시간 떠드는 것보다 자는 게 나은 거에 비해, 서구권은 자는 것보다 떠드는 게 낫다는 인식이 있더라고. 자는 애들도 없지만 자면 무조건 두들겨 깨운댐. 여기에 제국이었던 나라는 국뽕+자부심+일단 역사 배우는 게 씐남=역사인식 왜곡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알긴 잘 안다. 반면 식민지였던 나라(=한국)는 국뽕+바닥을 치는 자존감+근거없는 자존심+일단 근현대사 배우는 게 짜증스러움=역사 포기. 심지어 정부에서도 역사 교육 포기 ㅋㅋㅋ 그래서 되게 왜곡된 역사관+현실인식을 갖고 있는데 그걸 뒷받침할 논리도 없고 지식도 없으니... 그 뒤 상황은 상상에 맡김. 


대만에서 만난 호주애가 '한국인 웃김. 노무현이 대통령일 땐 완전 싫어하더니, 죽으니까 겁나 좋아함.'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게 사실이잖아. 한국인이 웃긴 것도 사실이고(호주인도 웃기고 미국인도 웃김. 다 웃긴 면은 있다), 대통령일 땐 이쪽저쪽 할 거없이 별 거지같은 걸 갖다 붙이면서 까더니, 서거 후엔 졸라 쫄아설랑 여론이 변했지. 정확히는 변한 것처럼 보인 거지만 걔가 보기엔 그럴 수 있어. 그러다 나중에 한국 정치에 대해서 설명해 줄 일이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 임기말 지지율이 제일 높았고, 퇴임 후에는 인기가 더 올라서(그러니 이명박이 그렇게 싫어했지=ㅠ=) 역대 대통령 중 선호도 조사에서 1위 아니면 2위다. (다른 1위 아니면 2위인 사람은 당연히 박정희임.) 서거 후에도 여론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그건 지지율이나 선호도에 대한 변화는 아니었다'고 했을 때 걔가 몰랐다며 겸연쩍어 했지만 나는 '네가 모르는 건 당연하다, 그런 건 외국 신문 기사엔 안 나오니까' 하고 말았음. 거기서 굳이 아닌데? 한국인 안 웃긴데? 할 필요도 없고, 그게 딱히 맞는 말은 아니지만 또 틀린 말도 아니잖아? 


내 생각엔 더 웃긴 상황은, 내가 이렇게 한국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설명할 때 한국인이 '너는 한국은 싫어하나보다'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서구권 애들한테는 '너는 너의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애정이 있구나'라는 말을 듣는다. 근거도 없고 빈약한 정보를 기반으로 자기 생각(애정)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하면 사람이 참 우습게 보인다. 그게 자기 나라든, 빠질하는 오빠든, 덕질하는 대상이든.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진짜 우습게 보임. 

근데 근거도 없고 사실이 아닌 걸로 칭찬을 하는 게 한국을 좋아하는 건가? 그냥 국뽕 아냐? 

나랑 열흘정도 영화제에서 같이 일한 자활이 스태프한테 편지를 썼는데 나한테는 '영어 잘해서 멋있어요'라는 썼을 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건 칭찬인가 욕인가. 나는 영어를 잘하진 않음.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영어 잘한다고 칭찬받았다고 기분이 좋아야 하나. 일단 칭찬이니까 무조건 기분 좋을 줄 알았음?) 일할 때 내 특기는 현장 진행임.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슴. 근데 정작 이거에 대한 칭찬은 없음. 그리고 이런 거 쓸 시간에 일이나 똑바로... 엉?' 


좋은 예가 또 있네. 

어제 비정상회담에서 장위안이 괴상망측한 소리를 하는데, 평소보다 쪼다처럼 보인 이유는 정우성의 미모 때문이다-가 아니라. 장위안 이야기 하는 거 보면 교육 꽤나 받은 걸 알 수 있다. 일단 기본 정보가 많아. (전현무도 마찬가지) 근데 정보를 모아서 사고를 하는덴 좀 모지람. 논리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의견이 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게 아니라 국뽕을 기반으로 해서 그렇다. 난 이것도 꽤 재밌다고 느끼는데, 중국은 문화적 자부심이 꽤 큰 나라임.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갖고 있는 포텐도 굉장히 높은 나라인데, 근대사의 풍랑 때문인지 엄청난 서양 콤플렉스가 있다. 한국이 '한국 후져+미국일본 멋져+국뽕'이라면 중국은 '중국 최고+서양 콤플렉스+국뽕'인거져. 중국이 저렇게 실패한 서구식으로 개발을 할 이유가 없걸랑? 근데 그런다? 대외 관계도 마찬가지. 2000년을 제국을 해먹으면서 쌓은 제국 아닌 제국 노릇의 노하우는 어디다 갖다 버리고 서구식 제국주의를 탑재함. 대체 왜? 왜 니들이 서양 콤플렉스를 갖고 있냐고. 근데 이런 사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서양 컴플렉스 없는 중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그냥 국뽕 맞은 소리하면서 오직 중국 위주로만 말하고 있는 거. 가방끈과 외모와 귀여움을 낭비하는 중국인 장위안님. 왜 그래=ㅠ=? 진심 궁금... 



음? 아직 안중근 얼굴 모르는 여돌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왤케 길지? 

1. 실물 사진인 안중근은 모르는데, 친일파가 그린 신사임당은 아는 (한국 현대사의) 아이러니.

2. 김두한의 일본 이름을 알다니, 나보다 똑똑하군. 

3. 안중근 얼굴을 모르는 건 괜찮음. 예능에서 웃기려고 오버한 것도 괜찮음. 

4. 내가 궁금한 건 역사관인데, 이건 답정너. 나는 90프로의 확률로 이미 알고 있다. 10프로의 여지는 인간에 대한 예의. 

5. 욕하는 인간 역사관도 궁금. 근데 이하동문. 

6. 아이돌 이쁘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면서 왜들 이러냐. 

7. 아름다운 인간이 똑똑하고, 노래도 잘하고, 몸매도 좋고, 춤도 잘 추고, 성격도 좋고, 도덕성도 높으면 우리(쪼다)같은 일반인이 아이돌을 그렇게 깔아뭉개면서 좋아할 수 있겠냐. 



헛. 

모두에게 좀 심한 말한 것 같은데? 나이 좀 먹었다고 닥치고 살겠다고 하더니, 그거 그만할 건가? 한 달 쌈구경하더니 맘대로 털어대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