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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05

-내가 일하는 식당 오늘 하루 매출 3000만원. 헐. 

노가다를 하면 왠지 기분이 업된다. 몸은 힘이 드는데, 일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하나. 오늘 일 할 때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음에도 지금은 기분이 좋다. 

그나저나 난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진짜 완전 짜증이 폭발하는데 인간이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식당도, 영화제도, 출판사도, 내가 일했던 다른 모든 직종도. 왜 그러고 일을 하는지...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건 자기 인생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여튼, 정신차려보니 뮤지컬 삼총사(신도림)와 파리넬리(서울 어딘가) 예매 완료, 연극 백석우화(인천), 컨셉있는 피아노연주회 피아노배틀(부천)은 가기로 결정. 헐? 반백수 식순이가 두달간 공연비로 40만원을 쓰다니 ㄷㄷ 이 또라이(?)같은 관람행태는 이소라 공연 보고 나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일 좋은 건 위에 네 공연 중에 하나가 넘나 좋아서 해갈을 해주는 겁니다. 백석우화가 제일 좋을 것 같긴 함. 스토리텔링이 제일 좋을 것 같아서. 연극인데 작창이 무려 이자람. 10월인가 이자람이 인천에 와서 그것도 보러 간다. 드디어. 


-하고 싶은 것은 있으나, 나름 잘 할 일이나, 게을러서 안 하고 있다. 나도 이런 내가 참...

그래서 노력형 인간을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어쨌든 범생이를 참 좋아해. 오직 그 성실성 때문에 ㅋㅋㅋ 


-언젠가 평론을 할 뻔했다. '뻔'한 이유는 하라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내가 도전을 안해서. 도전을 해봐도 안됐을 가능성이 있긴 하져. 한국에서 평론가 하려면 학력빨이 있던가, 출판사나 신문사에서 하는 문학공모전 평론부문에 뽑혀야 하는데, 난 학력빨도 없고 저런데서 뽑힐 자신도 없었음. 오늘 문득 든 생각인데, 내가 만약 평론을 했다면 안 그래도 (대부분의) 창작자 평론하는 인간을 싫어하는데 나는 정말 공공의 적이 되었을 수도..

난 일하면서도 대놓고 창작자를 편애하는 인간이었다. 그 기준이 내 '취향'이 아니라 잘함과 못함에 있을 뿐. 일하면서 누군 대우 잘해주고 누군 못해주고 그런 건 당연히 아니었고, 이를테면 사석이나 파티같은 데서 차기작에 물어본다거나? 못하는 사람은 차기작이 나오든 말든 관심도 없음. 근데 이 짓을 십년을 하니까 당연히 내가 어떤 인간인지 눈치 챔. 껄껄껄. =_= 

그리고 일을 하면서 많은 인간을 만나보니 몇 년 바닥에서 허부적대다 제풀에 지쳐 떨어져나갈 인간하고, 죽어라고 해서 뭐라도 될 인간이 딱 구분이 되더라. 슬프지 않냐. 너의 싹수를 알아보는 인간이 졸라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나는 나의 싹수를 알지. 아! 눈에서 육수가...

여튼 내가 스터디에서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아는 사람) 실명 거론하면서 대놓고 이빨까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럼 같이 하는 (오랜) 친구도 허허 웃고 말거나 그냥 반응을 안 한다. 동의할 수도 없고 동의 안 할 수도 없고. 애매한 느낌적인 느낌.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찍어내야겠냐'고 하는 말은 고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것 같다. 


-오늘 이 이야기는 하는 이유는 손석희를 봤기 때문? 인터뷰를 위해 인간관계도 절제한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었던 것 같아서. 

물론 난 반백수 식순이라 아무런 위협도 안 되기 때문에 내가 이빨을 깐다고 인간관계가 망하진 않더라고. 

여튼. 손석희 옹은 매우 잘 생김. 목소리도 좋음. 근데 오늘 너무 바빠서 얼굴 감상 못했음. 흐규흐규. 


-하현우가 아이돌 실력에 대해 말한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게 웃김. 하연우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걸 갖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그냥 하는 것만 알고 들여다보진 않았는데, 그래도 (벌써부터) 웃김. 박과 김의 뮤지컬 넘버를 비교하는 동영상도 웃겼지. 그냥 제목이 웃겼다. 내가 그게 웃기다고 그걸 클릭하는 게 아니었어. 씨바류 ㅠ 

여튼 한국 음악계가 좀 웃긴 면이 있긴 하다. 문학계도... 그래도 음악계는 괜찮아. 문학계는 웃긴데 초죽음 상태라 웃을 수가 없거든. 조올라 초죽음 상태인데도 정신승리하며 엉뚱한데서 원인을 찾고 있어서 더 웃긴다. 그거 갖고 대놓고 이빨 까면 다구리 당하고 그래도 웃지 못하고. 

참고로 이 웃김은 비꼼있는 의미가 아니라 순수하게 재밌다는 의미임. 이런 데서 드러나는 사람의 마음이나 가치관이나 관점이나 그런 게 흥미롭고, 관점과 가치관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 때 나오는 반응이 재밌다. 이런 거 보고 혼자 낄낄대고 있으면 진짜 오타쿠같긴 한데 안 그러기가 쉽나. 

 

-여튼 나름 쉬지 않고 피아노를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하고 싶은 걸 슬슬 해볼까 싶다. 어차피 취직은 안 될 것 같고, 나도 할 생각이 없어져 버렸다. 식당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나, 기관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나, 내 전공분야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나 짜증나는 건 매한가지고. 어차피 그렇게 할거면 하고 싶은 일이나 하지 싶다. 요즘 일하는 꿈까지 꾸기 때문에 더욱 땡김.

문제는 프로젝트가 너무 길다. 스테미너는 없고, 중도포기는 싫고. 뭔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