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의 덧.
-아, 나 랑랑 피아노 리사이틀도 갔었구나. 커흑.
가끔 연주자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나 자세(?)를 갖고 놀리는(?) 게 좀 이상한데, 일단 한번 들어봐=ㅠ= 저 정도 테크닉과 실력이면 표정이 문제가 아니다, 이놈들아. 어흥. 사실 난 이상한 것도 모르겠다. 신경도 안 쓰임.
근데, 고등학교 때 내 친구가 엑스재팬 빠순이라 같이 공연실황이나 뮤비를 봤는데 요시키 드럼치는 거 보면 참 신경쓰임. 연주자가 이쁘긴 이쁘다? <-일본 음악 자체를 잘 안(못) 듣는다. 심지어 토종 일본인이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도 별로 재미를 못 느낄 정도인데 왜인지는 심각하게 생각해본적이 없고 그냥 정서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그냥 만화 외에는 일본 문화 자체에 관심이 없다. 일본 만화가 다른 일본 문화 매체랑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매체보다 표현력이 뛰어나다고는 생각함-이라고 해봐야 난 만화라는 장르, 매체 자체를 표현력이 뛰어나고 창의적이라고 생각함. 그 매체의 성격 자체가. 만화, 매우 좋아합니다. 하악하악.
-티켓은 안 모은다. 모으는 이유 자체를 모르겠음. 이런 거 모으는 인간이었으면 여행다닐 때 사진도 찍는 인간이었겠지. 아, 딱 하나 안 버린 티켓이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티켓으로 사놓고 까먹고 안 가서... 그날 진짜 드러누웠음. 나를 죽여버릴 뻔.
때때로 블로그에 감상기를 쓰기는 하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만화든 공연이든 보고 쓰는 것보다 안 쓰는 게 더 많다. 요즘은 재밌게 본 것도 잘 안 씀. 이건 글 자체가 잘 안 써져서 그런거지만... 나 요즘 글 고자. 히밤 ㅠ
-분명히 안 간건데 안 간게 후회되는 콘서트는 송창식+함춘호 콘서트, 이소라+박효신 콘서트. 난 계속 할 줄 알았다고오오ㅠㅠ 가끔 그런 공연을 흘려버린 나의 멍청함이 생각나서 하이킥을 한다. 박효신은 이소라의 남자버젼 같은 느낌이 있음. 그 반대는 아님. 이소라 공연 가기 전에 이소라 앨범 돌리는 중. 8집의 난 별.
유튭이 좋긴 좋네. 이 앨범 나왔을 때 샀는데 뮤비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박효신이 부른 난 별.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음. ㅋㅋㅋ
-실력있는 예술가룰 예술 이외의 것으로 까거나 놀리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사안이란 것도 있지만 여기서 그 이야기가 아님), 실력있는 예술가를 그 이외의 것으로 찬양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이를테면 마이클 잭슨을 성형으로 까는 것도 웃기지만, 마이클 잭슨이 얼마나 착하고 순수한 인간인가를 두고 찬양하는 것에도 아연실색. 뭐래...
마이클 잭슨 죽은 다음에 '불쌍해서' 마이클 잭슨 팬이 된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재밌는게 엄청난 찬양을 하는데 마이클 잭슨이 '왜' 대단한지는 잘 모름. 그냥 대단하댐. 특히 음악 안 들은 사람은 마이클 잭슨이 좋긴 좋은데, 왜 좋은지 어떻게 다른지 무엇 때문에 좋은지 모르고 솔직히 알고싶지도 않고 뭐 그런 상태로 좋아함. 근데 엄청난 찬양은 한단 말이지?
90도 인사하는 아이돌이나 가수나 배우를 보고 그걸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럴 때 기분 참 불편. 특히 젊은 사람이 그러면 진짜 불편하다. 예의 바른 건 나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90도 인사로 상징되지는 않고, 예의라는 것도 딱히 필수요소는 아님. 실력있으면 싸가지 없어면 어떤가여. 실력도 없고 싸가지도 없는 인간이 수두룩빽빽한 세상에 이상형을 유명인에게 투영하는 것도 못할 짓.
그리고보니 언젠가 배철수, 이문세, 김창완 등의 실력있는 사람에게 꼰대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뜨악한 적이 있다. 아니, 자기 일을 잘 하고, 잘 알고, 그 영역에 대해 의견도 있고, 그 의견을 피력할 만한 나이도 있고, 나이가 있으면 그런 것도 해야하는 게 마땅한데 그걸 갖고 꼰대라니=_=?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 꼰대는 아님. 그렇게 생각하는 게 꼰대지.
내 친구 중에 하나는 가수 임재범을 되게 싫어하는데(진짜 진심으로 엄청나게 싫어함), 이유가 (개)마초라서. 음... 그건 그래. 근데 노랜 잘 불러. '그 사람이 개마초가 아니라는 게 아니라 노래를 잘 부른다고' 했음. 흐으.
-아... 나 더블 팬미팅을 갔었구나. 여러가지 의미로 심장마비 걸리는 줄. 신세계라면 신세계였다. 생각난 김에 그날 포스팅한 거나 찾아봐야겠다. 경각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에서 ㅋㅋ
무도에 나온 젝키를 보면 나는 어디서 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쩜 무도에 나오는 젝키 노래의 반도 모르냐=_= 폼생폼사하고 럭키인지 러브인지?? 여튼 두 곡 밖에 모르겠다. 그래도 젝키의 해체에 대해선 알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빠순이들이 매니져차인지 회사차인지를 뽀샤버렸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무슨 십대 청소년 자식을 둔 부모님처럼 뉴스를 접함. 하긴 신화는 심지어 드라마 불새를 재밌게 보던 울 엄마 덕분에 알게 됐다. '저 잘생긴듯 안잘생긴듯 잘생긴 애가 아이돌이라며?' '몰라. 난 처음 봐.' 하고 찾아봐서 알려주는데, 헐랭, 나 고등학교 때인가 데뷔했... 고등학교 때 내 짝꿍이 젝키를 좋아했는데 얼굴만 가끔 보여줬나봉가. 신화팬은 확실히 없었던 것 같음. 있으면 최소한 이름은 알았겠지. 하긴 애들이랑 음악이랑 가수 이야기 잘 안했음. 서태지 음악 별로라고 했다가 다굴 당할 뻔 하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때 같은 반 애들은 나한테 '이상한 음악' 듣는 애로 각인이 된 모양. 언젠가 모임에 나갔더니 '너 아직도 이상한 음악 듣냐'고. 난 내 평생 이상한 음악 듣고 산 적이 없는데 ㄷㄷㄷ
그나저나, 나는 토토가 시즌 1은 나름 재밌게 봤는데, 시즌 2는 좀 불편한 구석이 있긴 한 것 같다. 일단 나는 '그 때가 좋았지' 정서가 아예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식으로 포장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젝키 멤버들이 지금 사는 모습은 그 때 인기가 많아서 지금 비교적 편하게 사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해체 후 현실이 더 가혹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지금 잘 나가고, 잘 안 나가더라도 자기 필드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면 그 때를 굳이 그리워하거나 돌아가고 싶어하진 않겠지. 아이돌 양산 시스템 자체가 정상적인 게 아니라 더 하다. 회사야 제품 만들어서 몇년 굴리고, 다시 신제품 내 놓으면 되지만 물건도 아니고 사람이 구제품이 되어 버리니까 조낸 답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 아니냐고요. 가수는 가순데 음악은 쥐뿔 모르는 가수가 나오는 거고, 끼는 있는데 개성은 없는 연예인을 만들어버리는 거 아임까. 그래서 살기 위해 뮤지컬도 하고, 연기도 하고, 다른 것도 하고... 근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게 함정. 아이돌이라서 비싼 몸값에 섭외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그게 계속 되는 게 아님. 더 안 좋은 건 한 때 성공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닥부터 시작하기가 더 힘들다. 마인드 세팅 자체가 처음 시작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안 된다고.
결론은 연습생 때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어떤 회사의 상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썼다면 돈은 좀 덜 벌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음둥? 난 그런 선택을 하는 것도, 그런 선택을 하는 아이를 그냥 두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
-부모님이랑 같이 갈만한 공연 ; 중대형 규모의 뮤지컬과 창극. 지역 문화회관 등에서 하는 마티네 콘서트. 싸고 쉽고 해설있고 공연시간도 1시간에서 2시간 이내로 짧고 좋다. 같이 밥 먹고 공연 보고 하면 됨. 클래식도 해설 있는 거, 유명한 게 좋음. 부모님이 지루함을 느끼고 사지를 꼬다가 사탕 까먹거나 코 골면서 자면 겁나 난감해진다.
이문세, 이은미 단독 콘서트, 엄마랑은 이소라, 거미 등 슬픈 노래에 특화 된 여자 가수 콘서트도 괜찮음. 인순이, 조용필 콘서트는 단독 콘서트가 아니라 기업체 후원받아 하는 이벤트 콘서트를 갔어서 그런지 그냥 그랬는데(갠적으로 서사 없는 콘서트 싫어한다. 어디에서든 스토리텔링을 찾는 나님. 첫공이 마이클 잭슨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 세대는 좋아하긴 했음. 좋은 음악+좋은 보컬+연예인 얼굴 구경을 다 하니까요. 난 어른이랑 콘서트 가면 재밌는 게 어른들 감상.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목 컨디션이 똑같다'는 감상을 50대 아줌마가 함. 중년들이 표현을 못 할 뿐 듣는 귀는 정확한 편이다. 그동안 흘려들었다고 해도 음악을 들은 깜이 나온다고 해야하나.
디너쇼도 비싸지만 좋다.
데이트 용 ; 연극. 상대가 책을 좀 읽는다면 점수 얻을 겸 시도해 볼만하지만 둘 중 하나가 자면 조낸 민망하겠지.
역시 중대형 규모의 뮤지컬이나 창극. 비싸서 간지남. 규모있는 공연엔 이쁘게 입고 가면 더 간지남. 일단 규모가 있어서 극이 좋든 나쁘든 볼거리가 있다보니 끝나고 나서 할 이야기도 많다. 오페라나 시향도 좋은데, 이건 기본 소양이 좀 탑재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이런 공연에서 다른 공연에서 진상부리듯이 진상부리면 본전도 못 찾는다. (실제로 내가 한번 쫓아낸 적 있는... 게 아니다, 쫓아낸게 아니라 지들이 나갔음.)
공연은 3-40대 중견가수 공연은 다 괜춘하다고 생각하지만, 데이트 하는 사이에는 내 생각엔 자라섬재즈페스티벌(며칠 같이 있을 수도 있음. 껄껄), 그랜드민트페스티벌, 통영국제음악제(역시 여행 겸), 락페스티벌(역시 기본 1박 2일 땡겨줘야), 홀가분 페스티벌같은 음악제가 더 좋을 듯. 내가 발라드로 유명한 남자 가수 콘서트에 끌려온 남자친구가 사지를 베베 꼬는 걸 너무 자주 봤걸랑. 기왕 온 거 재밌게 놀지, 난 정말 여기가 싫다고 티를 팍팍 내는 애들이 있고, 기어코 중간에 나가는 애들도 있음.
여자여자 친구끼리 ; 그냥 아무나 좋아하는 공연 취향 껏 가면 됨. 내 보기엔 이쪽이 스펙트럼이 제일 넓다. 아무데나 가도 부담이 없음. 오덕인 거 틀켜도 괜찮고, 심지어 친구를 오덕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음.
남자남자 친구끼리 ; 다니긴 하는 건가? 락페는 가는 것 같긴 하다. 락카페나 재즈카페에서 남자끼리 오는 거 종종 보긴 했는데 술을 마시는 건지 음악을 듣는 건지는 잘 모르겠음. 왠지 남자들이 최소한 겉으로는 '실력파'를 매우 찾는 것 같음. 그렇다면 클래식, 국립극장 위주로...가 아니라, 이런 덴 (전공자 아님) 남남 관객 거의 없던데?
이런 거 좀 웃기다고 생각한다. 남자끼리 군생활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운동도 하는데 유독 문화생활은 같이 하는 걸 싫어함. 왭니까. 문화생활은 남자끼리 해도 되고, 제발 군대나 학교나 동아리나 운동은 여자랑 같이 하세요. 남자들끼리 있는 건 (특히 군대나 학교처럼 오랜 기간 남자끼리 고립되어 있는 건) 정말 정신건강에 매우 안 좋은 것 같다. 나름 20년간 관찰해온 결과임.
혼자 ; 취향 껏. 난 콘서트고 공연이고 혼자 잘 다님. 그리고 다니다보면 혼자 다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공연은 음악과 스토리텔링을 좋아해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평소에 음악을 많이 듣고, 드라마 뿐 아니라 소설,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즐겼다면 공연에 가서 재밌게 놀 수 있다. 백날천날 아이돌만 파는 아이돌 빠순이나 나이가 어린 사람이 공연을 못 즐기고 진상 관객이 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음. 얘들도 억울한 게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하나여... 티켓값도 비싼데 관심없으면 굳이 다닐 필요가 없져. 공연 안 본다고 큰 일 안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