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갈 때 뭘 준비하느냐는 보통 여행을 가서 뭘 할거냐에 따라 다르다. 뭘하든 돈하고 시간은 필요하고...
장기여행이라면 체력은 다져놓는 게 좋다. 아픈데가 있으면 고쳐놓고. 새로운 환경에 가면 스트레스 받기 마련이고, 스트레스 받다보면 체력손실이 크다. 여자는 보통 외국 나가면 편해지니까 대체로 상관없는데, 만약 배낭여행을 계획한다면 운동을 해놓는 게 좋다. 한국 여자 근력이 없어서 평소에도 비실대는데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 병 나는 경우 종종 봤다. 체력이 없으면 가방이나 가볍게 들고 오등가. 골아 빠져가지곤 드라이어, 화장품, 신발까지 몇 개씩 챙겨다니니 병이 안 나? 배낭여행은 (캐리어를 끌고다니더라도) 가볍게 가는 게 좋다.
워홀이나 유학을 갈 생각이라면 현지 언어를 어느정도는 습득하고 가는게 가서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편할 거다. 근데 보통 잘 안 지켜지지 ㅋㅋㅋ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을 봐도 공부를 미리 잘 해가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이건 성실성으로 결판나는 쪽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남들에 비해 준비하는 게 적다. 정보성 여행서도 잘 안 본다. 대신 지도는 열심히 본다. 요즘은 구글지도도 많이 보는데, 기본적으로 가려는 나라 전도랑 머물 도시 지도 하나씩 사 놓는 편이다. 이유는 지리적 위치로 알 수 있는 게 많다. 날씨나 하다 못해 마트의 식품코너가 어떨지도 예상이 가능하져. 그냥 간단하게 '여긴 추우니까 먹을 게 없겠구만' 정도만 예상해도 좋다. 난 알고 갔는데도, 독일 마트에서 채소를 구할 수 없다는 게, 6-7개월 지나니까 큰 스트레스였음. 감자, 당근, 토마토, 양파가 기본이고 여름에 좀 반짝하다가 봄, 가을, 겨울엔 진짜 먹을 게 없다. 빵 뜯어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여튼 지도를 보면서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도로와 철도가 어떻게 나있는지 보는 거다. 사람 다니는 길을 보다보면 생판 모르는 나라라도 수도, 지역적 특성 정도는 알 수 있으니 여행 경로 같은 건 저절로 빠진다. 관광지도는 말할 것도 없겠지. 주변국 나와있는 지도를 보면 엔간하면 뱃길도 다 나온다. 세계 여행을 한다면 항공로 있는 지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무식하게 검색부터 해대는 거 싫어한다. 안 그래도 검색이란 게 시간이 드는 일인데 길이 있는 걸 알면 검색만 하면 되니까 시간이 단축되거덩. 뭐든 검색하면서 계획을 잡지 말고, 계획을 짜고 그 다음에 검색을 하면 일이 훨씬 쉬워진다. 내 경우엔 여행 계획을 짜는데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게 지도라는 거임다.
아, 계획 짤 때 쓸데 없이 여행책자에 나와있는 '꼭 해야하는' '꼭 먹어봐야 하는' '꼭 가봐야 하는' 이딴 거 좀 보지 말았으면 한다. 여행할 땐 꼭 해야하는 건 없고, 그냥 관심있는 거만 하면 된다. 유럽에서 이력서에 쓰려고 배낭여행 다니는 애들이 관심도 지식도 없으면서 그렇게 공연이랑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는데, 그런데 시간 투자해봐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감동도 없다. 무엇보다 보통 별 생각없이 관람하는 애들이 다른 관람자에게 굉장히 피해를 준다. 빈 오페라 극장에서 마술피리 보는데 본 한국 대학생 둘. 오페라가 3시간이나 하는 것도 2막으로 나눠진지도 모르고 공연을 하고 있는 게 마술피리인지도 모르고, 당연히 마술피리 내용도 모르고...좀이 쑤시셨겠지. 1막 내내 떠들다가 1막 끝나니까 가더라능. 근데 이게 스탠딩 공연이어서 (나도 티켓을 못 구해서 스탠딩으로 봤는데) 표를 선착순으로 팔거등. 그럴려면 최소 1시간은 줄 서서 기다리고, 표를 사고 공연까지는 또 두어시간 텀이 있다. 어딜 가기도 미묘하고, 거기 있기도 미묘한 시간이란 말이지. 그렇게 공연 1시간 반을 쳐 봤는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빈에서의 반나절은 날려버리는 거다. 그냥 하지마. 그럴 필요도 없고 의미도 없다.
여튼. 지도는 그냥 보고 버리지 말고, 지도에 다닌 곳이나 다닌 길을 색칠하면 좋다. 네팔에선 다닌 루트와 날짜를 지도에 칠하고 표시했다. 다른 여행지도 대부분 루트나, 도시같은 경우엔 걸어다닌 도로에 색칠을 해 놓는다. 이게 나름 다녀오면 나만의 기념품이 된다. 나는 사진을 안 갖고 다니니까 더욱 그렇-긴 하지만 내가 뭐 이런 걸 보관하는 타입은 아니긴 하지. 네팔에 같이 갔던 친구도 이게 나름 마음에 들었던 모냥이라 줬음.
그리고 또 하나 준비하는 게 있다면 현지 분위기 파악 정도. 영화, TV, 만화, 소설같은 대중 매체도 보고, 이민자 커뮤니티 혹은 현지 커뮤니티를 검색해보거나 뉴스를 뒤져보거나 한다. 어떤 특정 주제로 찾는다기 보다는 그냥 그 나라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려는 거다. 경제나 사회, 문화 같은 거. 특히 그 나라의 문화는 이런 걸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면 책으로라도 읽고 가는 게 좋다. 현지 문화를 알고, 가서 경험하고, 좋은 건 배워올 생각이 아니라면... 여행 왜 다님? 아니, 뭘 꼭 안 배워와도 그렇지. 그냥 한국에서 세계문화기행같은 거나 봐. 프로그램 엄청 좋아서 여행 가는 나라 아니더라도 이건 실없이 보고 있는 일 많다. 책은 유시민이 번역한 제노포비아 시리즈도 좋다. 제목이 '유시민과 함께 읽는 ~ 문화 이야기' 이렇게 나간다. 특히 내가 다녀온 나라는 낄낄대면서 읽었음. 이게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니까 진짜 웃기더라고.
기본적으로 경제상황이 안 좋은 나라는 바가지, 소매치기, 거지가 많다. 이건 어딜가나 그렇슴. 외국인 여행자한테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나라 사람한테도 한다. 다만 언어가 안 통하면 이게 더 쉬워지니까 더 많이 당할 뿐. 관광지가 발달 된 장소일 수록 다니기 편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종차별을 당할 수 있다. (가서 하기도 한다. 여행자 주제에 현지인을 인종차별함. 세상엔 별별 개또라이가 많다.)
음식문화를 잘 알면 잘 먹고 다닐 수 있고, 관심있는 예술분야가 있다면 미리 알아놓는 게 좋음. 난 베를린에서 근대건축물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관심없는 사람한테는 굳이 알 필요없지만, 관심있는 사람은 베를린에 어떤 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가면 좋겠지. 나는 별 생각없이 갔는데 갔더니 뙇! 이 케이스였지만... 난 예전에 건축공부를 조금 했거덩. 당일치기로 간 데사우도 좋았음.
여행가기 전에 만날 사가야 할 거만 써 놓던데, 짐이야 사람마다 필요한 게 다르니까 자기가 필요한 걸 구비하면 된다. 그리고 빠뜨리고 가더라도 엔간한 건 (사람 사는 데라면) 현지에 다 있음. 그리고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거면 없어도 되는 물건이란 이야기다. 물건 없다고 큰 일 안 난다-ㅠ- 적당한 결핍은 정신건강에 좋다...고 나는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