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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90

결국 아저씨스러운 나쁜 녀석들을 다 봤다. 이게 한국식 누와르라고 생각함. 그리고 누와르는 항상 느끼하지. 이건 한국 아저씨스럽게 느끼뤠~함. 마음에 안 드는 점 (굳이 쓸데없는 여자 캐릭터를 넣는 것)과 연출상 마음에 안 드는 것(너무 잦은 17대 1 싸움씬), 캐릭터 설정의 요상함(평범한 대학생이 부모의 복수로 잔학함이 폭발했다고 해도, 그 뒤로는? 얘는 단체로 싸울 땐 좀처럼 나서지도 않고, 칼이나 총을 잘 다루는 것 같지도 않고, 만날 비실비실한데 감방생활은 어찌하며, 머리가 원래 좋다고 해도 공부도 안한 놈이 범죄심리에 대해선 왜 그렇게 훤해? 아님 공부를 했나? 설정상으로? 감방에서 배웠나? 그보다 드라마 속 캐릭터는 왜 아무도 이걸 몰라?)이 있지만 재밌게 봤다. 


내가 생각하는 아저씨스러움 중에 하나가 뭐냐면. 앞에서 이야기 했던 그런 쓸데없이 심각하고 거국스러운 거 말고. 

이건 내가 응팔을 안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응팔을 보면 가족끼리 모여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정을 나누는 거야. 아주 지랄하고 자빠졌다 진짜 ㅋㅋㅋㅋ 지금만 OECD 국가 중에 근무시간이 제일 긴게 아니랍니다. 88년도에도 길었답니다. 아, 그 때는 OECD 국가가 아니었구나. 여튼. 그 때도 아빠들은 만날 야근하고, 야근하고 나서 끼리끼리 모여 술 마시고, 단란주점에서 단란하게 놀았단 말입니다. 아니 그 때 더 심했지 말입니다. 지금보다 그 때 더 가정폭력도 심했지라. 딸년이 남편한테 죽도록 맞아도 출가외인이라고 친정에서 불쌍해하기만 했지, 뭐 아니면 약자답게 맞는 이유나 찾고. 지금은 최소한 말이라도 못하지 그 때는 북어랑 마누라는 삼일에 한번씩 패야한다는 말을 너도하고 나도하고 애새끼들도 했던 때지 말입니다. 전 연령 시청가인 마봉춘 대표 예능인 일밤에서 여성을 납치하는 걸로 웃겼고, 나도 그거 보고 배가 째지게 웃었지 말입니다. 이거의 제일 무서운 게 그 때 실제로 여성들이 납치되고 매매되었지 말입니다. 내가 지금 힘있고 타락한 어떤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정서가 좀 그랬다고 말하고 있지 말입니다. 

지금과 그때가 다른 것 중에 하나 꼽으라면 지금은 가구당 머릿수가 작고, 그 때는 가구당 머릿수가 많았지. 가족수가 많았다고 밥을 같이 먹는 것도 아니고, 따뜻한 밥을 먹는다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도 아니다. 내 친구가 자기 집은 아버지가 자영업을 해서 그런지 매일 둘러앉아 따뜻한 밥을 먹었대. 근데 내 생각엔 내 친구 가족이 정을 나눈 것 같진 않아. 나름 서로 사랑하는 건 알겠는데, 서로 정말 정을 나누고 사랑했다면, 가족을 사랑하는 딸이 10년이나 사귄 남자를 부모에게 소개 안 시킬리도 없고, 아버지도 그렇게 아끼는 딸이 그렇게 좋아하는 남자를, 그리고 그 남자가 자기 딸을 무지막지하게 아끼는데도 단지 딸보다 스펙이 낮다는 이유로 반대하진 않았겠지. 그러냐고 안 그러냐고. 엉? 머릿 속에서만 살지 말고 좀 기어나오라고.


나쁜 녀석들에서 형사아저씨가 딸내미를 겁나 좋아하는 거야. 매우 아껴. 내 친구 아버지처럼 마음 속으로만 ㅋㅋ 비록 마초 아저씨답게 고삐리 딸한테 밥도 시키고 집안 일도 시키지만, 딸년은 착하게도 아빠한테 용돈 올려다라는 소리도 안하고 무려 피아노 천재야. 그래서 더 이상 한국에서 배울 게 없다(ㅋㅋㅋ)는 애를 유학 보내기 위해서=딸을 위해서 뒷돈(것도 꼴랑 5천만원)을 받고 타락함. 너님의 타락은 너님 때문이구만 이 드라마에서는 여지없이 나님이 우리 가족을 너무 사랑해서 타락을 함- 뭐 이런단 말이지. 

내가 어렸을 때 겁나 가난한 동네서 살았거든. 뭐 겁나 가난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소릴 듣고 살았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 '내가 이 고생을 누구 때문에 하는데' 이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 소리나 그런 개념만 보고 들으면 일단 반감부터 들걸랑. 아, 쫌! 엉?

결론은 내가 겁나 싫어하는 아저씨스러움이라는 겁니다 ㅋㅋㅋ 나님의 고생은 너(따위)가 놀고 먹게 하기 위해서임 그러나 나님은 군소리 않고 남자답게 계속하지. 이런 거. 하긴, 이게 아저씨스러움은 아니다. 이런 식의 자기정당화는 인간다움이지.

갠적으론 멘탈리스트에서 복수에 사로잡힌 제인의 상황이 마음에 든다. 4시즌에선가는 제인이 약에 취해있을 때 딸의 환영을 보는데 그 딸이 '아버지가 그렇게 계속 복수를 하겠다고 설치는 거 징그럽다'며 집착 좀 부리지 말라고 한다. '그건 우릴 위해서가 아니라 아빠를 위해서 하는 거야'라고. 난 그래서 제인이 복수를 맨손으로 하는 게 좋았다. 총이나 다른 연장 안 쓰고, 직접 목 졸라 죽이는 거. 니 놈이 죽어가는 걸 내 손으로 느끼고 싶다는 뭐 그런 게 느껴지잖여. 그래야 내 속이 시원하겠다-그런 느낌 말이오. 

생각해보니 닥터 그린도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그냥 죽도록 내비둔다. 그냥 이 인간을 살리면 나와 내 가족을 죽일 것 같아서. 거기에 대해 뭐 가타부타 말도 없고 의도가 뭐든 거기에 따른 죄책감이든 뭐든 다 자기가 안고 가는 거지. 


어쨌든, 멘탈은 누와르가 아니고 나쁜 녀석들은 누와르. 느끼한 정서에 느끼한 화면에 느끼한 음악을 까는 장르가 (내가 생각하는) 누와르! 그래서 괜찮다. 게다가 나쁜 녀석들은 연출이랑 음악은 별로 안 느끼함. 아, 내가 이 드라마를 다 본 이유 중에 하나가 킬러하고 사이코패스가 잘 생겨서이다. 특히 그 사이코패스 드라마 내내 한가지 표정으로만 있는데 그래도 엄청 잘 생겼어! 헐. 근데 킬러처럼 앞머리 좀 까지 왜 잘생긴 얼굴을 가리시나. 앞으로 나올 땐 씨원하게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눈은 좀 다 보이게 하고 나오길. 김상중 아저씨랑 세트로 진짜 답답... 


하긴 이러네 저러네 해도 이런 건 잘도 본다. 난 절대 지슬 안 본다. 진짜 인간성을 제대로 다룬 걸 보면 내 멘탈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서 그런 거 안 본지 좀 됐다. 딱 예고편 보고 아 이건 아니다 싶으면 다 걸러내고 있음. ㅋㅋㅋ 그냥 이런 아저씨스러움이나 보면서 가볍게 씨바씨바하는 게 현재 내 상태론 딱 좋음. 


자, 이제 실종느와르 M을 보러갑니다. 리포트 마감 20시간 남았는데=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