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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52

퀴어애즈포크를 다시 보고 있다. 그 전에 노다메 칸타빌레도 다 봤지. (만화, 드라마, 영화-ㅠ-) 그 전엔 뭘 또 다 봤더라... 오덕내가 풀풀.

 

노다메 칸타빌레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치아키의 성장, 후반부는 노다메의 성장. 만화든 영상이든 노다메로 넘어오면서 재미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서로 다른 이유로 재미가 떨어진다. 만화는 올드 캐릭터와 뉴 캐릭터가 분산되면서 재미가 떨어지는데, 영상 쪽은 드라마에서는 코메디였던 부분이 유럽으로 옮겨가면서 설정이 되면서 웃긴 게 아니라 우스워지는 현상이 생긴다. 물론 만화든 영상이든 후반부가 더 진지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음악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후반부가 더 재밌다. 전반부는 본격 학원 성장물인데 비해서, 후반부는 본격 병아리 프로패쇼날 낑낑 대는 내용이거든=ㅠ= 음악에 대한 이야기나 표현도 더 풍부하다. 영상에선 지휘나 연주 태도도 좀 바뀐다. 치아키가 일본에서는 그냥 마냥 범생이처럼 (학생처럼) 연주를 하는데 반해, 유럽으로 넘어가면 꽤나 즐기면서 혹은 느끼면서 지휘를 하죠. 그 연기가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되지 않소? 밀회에서 유아인이 바흐의 평균율 1번을 느끼면서 치는데, 일단 그 곡을 그렇게 느낀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학생 주제에 아무 때나 막 그렇게 느끼지 좀 마라. 곡 해석은 할 줄 알고 느끼냐'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요.

이러든 저러든 다시 보니 만화든 영상이든 잘 만들어지긴 했더만. 만화가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졌다는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영상 쪽도 굉장히 발란스가 좋다. 음악이나 캐릭터도 만화에 있는 걸 다 꾸역꾸역 집어 넣었으면 이도 저도 안됐을 텐데 적당히 잘라내고 테마를 만들어서 집중을 하니까 음악 모르는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잖여. 그냥 이야기로도 좋지만, 음악 입문용으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같은 곡을 다른 분위기에서 쓰는 것도 괜찮고, 굉장히 무겁고 스케일이 큰 클래식 곡이 웃기는 장면이랑 무진장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ㅋ

 

퀴어애즈포크도 음악이 좋다. 온갖 클럽음악과 팝이 그냥 벗은 남자들 맨 몸뚱이랑 같이 막 쏟아져 나옴.

곡을 다 갖고 있었을 때도 있는데, 하드 날아가면서 화끈하게 몽땅 다 날렸지=_= (10년 동안 일하면서 모은 구할 수 없는 애니메이숑도ㅠ)

이걸 다시 본 이유는, 친구랑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퀴어애즈포크 이야기가 나왔고 친구가 '뒤로 갈 수록 브라이언이 너무 심하게 멋있어진'다고 해서 다시 보고 시작했다. 내 기억에는 브라이언은 그냥 정도를 넘은 진상 찌질이이었는데 얘가 어디가 어떻게 멋있다는 거지!! 하면서. (갠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에밋. 에밋!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어른이다. 착하고 멋짐.)

여튼 내가 에밋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나는 브라이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볼때마다 진상이라고 생각했지. 근데 다시 보니까 진짜 잘 생겼더라고. 브라이언이! 진짜 잘생겼어=ㅁ=! 그 전에도 잘 생겼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그건 얼굴 뿐이었지. 지금은 진짜 잘 생기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지. 여전히 나이만 처먹은 찌질이 진상 색히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멋지다는 생각이 들다니?

그래서 그냥 틀어놓고 계속 (지나가면서라도) 보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배우가 멋있으려면 캐릭터가 멋있어야 하는데, 브라이언 키니 캐릭터는 하나도 안 멋있단 말이지. 근데 배우가 멋있다니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게다가 퀴어애즈포크에는 잘 생기고 잘 빠진 남자 배우가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란 말이지. 하긴 퀴어애즈포크 종영하고 십년이 지났을 때도 게이가 뽑은 섹시한 배우에 브라이언 역을 했던 배우가 순위권에 있었으니까. 여튼 뭔가 있기는 있는데 아직 모르겠다. 표정? 말투? 태도? 자세? 뭐냐고! 왜 멋있는 거냐고! 병이 도져서 알 때까지 계속 봐 댈텐데-_- 친구가 말했던 뒤로 갈 수록 멋있어진다는 것도 잘 모르겠다능.

 

에밋만큼 좋아했던 저스틴은 여전히 백인 중산층 자제 같다. 나는 십대가 십대답게 나오는 걸 좋아해서 저스틴의 방황이나 진상은 꽤 귀여웠다. 하긴 저스틴이 진상 부려봐야 브라이언에 비하면 귀염상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