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사람들이 굉장히 큰 착각을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 대상, 사람에 대해 무턱대고 자기랑 코드가 맞거나 자기랑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그렇기 때문에 ㅋㅋ) 착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근데 그게 아니거덩.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1. 무한도전이 여성(인권)에 대해 무감각한 것은 예전~예전~시작 때부터 그랬습니다. 태호피디가 무한도전에서 풍자를 많이 했지만 그 중에 여성 문제는 없었거든? 아니 한번 여성의 날에 소시 불러다 개삽질을 하고(여성의 날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여성에 대한 태도가 엉망이었던 건 둘째치고 그냥 재미가 없었다. 재미없는 게 구리기까지), 그 뒤로 아예 그 비슷한 설정도 다루지 않았지. 이번에 할 때도 그런 생각은 안 했을 거야. 그냥 질색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으며 '그런' 태도가 상쇄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끕이 안 되는' 인간이 대놓고 (=주제도 모르고) 이쁜 여자 타령하는 것이 웃기는 설정이라고만 생각 했을 걸=ㅠ= 길도 두 개그우먼과 양다리 설정에 그 둘 중 하나 '고르는' 에피소드가 있었죠. 그 때는 왜? 개그우먼이 안 예뻐서 괜찮았냐? 진짜 하나하나 건들자면 끝이 없어. 아냐고.
나는 그냥 홍철아 장가가자가 재미없었을 뿐이고. 저들이 저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니 새롭게 실망할 건 없었을 뿐이고. 그래서 따로 욕은 안했을 뿐이고. 하지만 재미없는 거 안하니 좋구만.
2. 얼마 전에 친구가 어떤 남자한테 홀딱 반한 거에요. 무려 첫사랑이에요. 그 남자는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이었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름 실천도 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괜찮은 학자였어요. 나도 그 남자를 아는데, 차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이 친구가 그 남자에게 고백도 하고, 비록 (남자가 거절해서) 사귀지는 않았지만, 복잡미묘한 관계가 되었는데 그러면서 남자가 아주 개진상을 부리는 모습을 보게 된 거에요. 그리고 그 잘난 진보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여자에 대한 태도가 아주, 특별히 더 구렸던 거에요. 물론 그 남자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겠죠, 그런 정책도 지지하겠죠. 근데 실생활에서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너무너무 구렸어요. 그래서 내 친구(여자)는 대실망을 했지요. 그래도 나는 그 친구한테 '그래도 첫 사랑이고, 그 남자의 그런 태도는 그 연령대의 한국 남자치고는 특별히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거다. 그리고 그런 태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인간적으로 착하긴 하다. 찌질하긴 하지만, 원래 인간이 서로 엮이면 찌질한 모습을 보게 된다. 기왕 좋아하는 거, 좋은 면만 봐라.'라고 말했어요. 살아가려면 현실과 타협을 해야하죠... =_=
다른 것보다 나는 내 친구가 자기 감정에 대한 존중을 하길 바랬다. 요즘엔 그 좋아하는 감정 자체를 존중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3. 애초에 무한도전 멤버 연령대의 남성이 여성을 대함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올바르거나 좋은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그런 꿈일랑 접어둬. 이거 통편집 됐다고 여자들한테 진상 부리는 남자들을 대신해서 그들이 말 안하는 걸 내가 까놓고 말해줄게. (동서양을 초월해서)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여자는 그냥 구멍이야. 넣을 수 있는 구멍인가 넣을 수 없는 구멍인가, 그리고 넣을 수 있는 구멍에 대해서는 더 넣고 싶은 구멍인가 덜 넣고 싶은 구멍인가 하는 정도의 구분만 있을 뿐이라고. (걔들 입장에서) 인간도 아닌 구멍이 귀찮게 말도 하고, 문제제기도 하고, 이것저것 요구사항이 많으면서 만날 불평등이네 어쩌네 하니 얼마나 짜증이 나겠냐고. 게다가 평범한 서민 남자에게 한국은 충분히 남녀평등 사회다. 왜냐면 그들이 사회에 있을 때, 자기보다 돈 잘 벌고 학력 높은 여자들이 많걸랑. 자기 집구석에서 자기 엄마나 자기 누나 동생이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전혀 관심없어. 그냥 자기 보다 잘난 여자들이 많은 게 재수없으니까 세상은 너무나 평등해진거야. 물론 이들도 순수하게 사랑에 빠지기도 해.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이 어떤 구멍과 사랑에 빠지는 건 사실이니까 너무 좌절할 건 없다. 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거나 결혼을 하고 싶은 여자라면 구멍 취급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사랑받는 거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어려울 것도 없다. 평생 그런 취급을 받으며 살았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해할 수 없는데, 남자들은 무슨 생각인지 '단지, 구멍에 넣기 위해'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사주기도 하고, 간도 빼주고 한다? 내가 아는 (말이 잘 통하는 자칭 골수) 마초가 말하길, 남자는 다 멍청한 마초라서 우쭈쭈하면서 비위만 좀 맞춰주면 진짜 다루기 쉽다고 한다. 이른바, 만화가 야마시타 토모코가 말하는, '여자스킬'을 이용하세요!!
4. 기승전서예 ; 해서 하는 중.
기승전피아노 ; 바하 인벤션, 소나티네, 단조(이동도) 하는 중.
기승전태권도 ; 1단 시험 봤다.
공부 ; 음?
덧.
아, 물론 여자에 대한 태도가 꼭 그렇지는 않은 남자도 좀 있긴 하다. 정말이야. 있긴 있대. 나도 평생 반 명 정도 밖에 못 봤지만 여튼 존재하긴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렇다고 이렇게 세상에 몇 없는 사람이 나랑 꼭 통할 거라고 착각하진 마시라. 저 자칭 마초가 본 패미뇬은 내가 처음이라고 말하며, 의외로 말이 통한다고 했다. 사람이 서로 통하고 친해지는 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느냐는 (중요하긴 하지만) 의외로 그렇게 큰 역할을 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