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넷을 안하다 보니 블로그도 안하게 된다. 이제 더이상 할 말이 없다는 것도 큰 이유가 되겠지만.
2. 대학원에 (또) 가게 됐다. (첫번째는 실패했음.)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출발점이 되는 건데,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인가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하기야 이 느낌이 가장 큰 이유는 '또 다시 인간들 사이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인 것 같기는 하다.
3. 보통 어떻게 살지는 생각을 안하고 뭘하고 살 것인가에 천착하는 편인데, 나는 뭐하고 살지는 생각을 안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만 고민해온 셈이다. 어떻게 살지는 벌써 애저녁에 결정됐지만, 뭘하고 살지를 고민해야 하는 판. 이라기 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 정확히는 일 자체가 사람 복창을 터지게 하는 경우가 많...
4. 핸드폰이 없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몇 있다. 그 중에 한명이 출판사 사장이다. 지금까지 4개월 넘게 이야길 하면서 한 개의 일도 완성이 안 됐으니, 내가 이 출판사에서 돈 번 건 아직(앞으로 몇달간도) 한 푼도 없다. 시간하고 정력만 사용하고 있지. 뭐 그건 됏다 치더라도 핸드폰을 안 만들어서 소통이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핸드폰은 소통의 수단이지 소통 그 자체가 아니다. 집 전화, 회사 전화, 이메일, 메신져를 다 두고 핸드폰 타령을 해대는데 짜증이 난다. 게다가 통화를 하면 말을 정리하지 못하고 했던 말 또하고 또하고 해야할 말 까먹고... 골고루 한다, 진짜. 뭐어, 이건 누구나 그렇다. 그러니 사장 잘못은 아니지만, 그런 걸 정리해서 소통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을 두고 왜 굳이 핸드폰에 집착하는지, 왜인지는 알겠는데 이해가 안된다.
5. 태권도를 배운다고 하면 여자 95%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살 빼려고? 두번째는 왜? 무슨 운동을 하든 여자들의 반응에 꼭 들어가는 거는 '살 빼려고?'이긴 하다. 건강을 위해서, 체력을 위해서, 하다못해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위해서는 아예 개념에 없는 것 같다. 남자의 반응은 95% 이상 '헐, 무서워'라고다. 맥락에 상관없이 말이 떨어지자 마자, 태권도 배워요 -> 무서워.
일단 말이 안 된다. 태권도장에서 나보다 액면가로 힘이 약한 사람은 열살 이하 '유아'로 불리는 아그들이다. 도장 밖을 나온다고 해도, 환갑 지난 우리 아부지보다 내가 체력이 떨어지고 근력과 '힘' 자체가 딸린다. 도장에서 돌려차기 같은 거 배우면서 넘어지는데 아프지도 않다. 속력과 알짜힘이 떨어지니 넘어질 때도 F가 모자라 아프지가 않다=_= 넘어지는 게 아니라 몸을 바닥에 갖다대는 굴욕ㅠ
사실 이걸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섭다'는 반응은 매우 즉흥적이고 본능적이다. 사고하지 않고 뱃속에서 바로 나오는 말.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한국) 남자 유전자에 '여자가 격투기를 배운다고 말할 경우 무섭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써 있을 것이다고 결론 내렸음.
6. 내가 싫어하는 인간은, 나보다 가방끈이 긴데 멍청한 인간과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속이 좁고 현명하지 못한 인간 두 종류로 나뉜다.
그렇다고 내가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보다 마음이 넓냐 하면 그건 아니고, 가방끈 짧은 사람보다 아는게 많냐하면 그것도 아니지. 거지같은 딜레마여. 같은 문제다. 나는 사람이 싫은데, 내가 사람이야=_= 내 극심한 우울증의 두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지.
요즘은 우울증 증상은 많이 완화가 됐다. 일단 꾸준히 운동을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먹는 것도 조심한다. 그러니 몸음 멀쩡. 다만 사고가 점점 더 막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몸이 멀쩡하니 이게 (어느 정도는) 콘트롤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티를 내고 다니는 정도는 아니다? 언제는 티내고 다녔냐만은. 하기야, 요즘은 전국민이 멘붕 상태라 나는 오히려 좀 정상으로 보일 지경. 우하하하하 =ㅠ=
7. 그래도 문화 공부한다는 사람이 빅뱅이론을 소개한다는 말이 '찌질이들 나오는 진짜 웃긴 드라마' 해버리면 나는 조낸 당황합니다. 그래도 아시아 정치와 사상 공부한다는 사람이 태권도 배운다는 소리에 무섭다는 말을 별 생각없이 내뱉어도 조낸 당황하죠. 예술가는 늘 항상 그따위로 예술가라 안 놀라움=ㅠ= 누구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거에 다른 것을 끼워넣는 것을 제일 잘하는 직종의 인간은 예술가와 먹물(=학자).
지금 편집하는 책의 저자(교수)는 '자기 책을 읽는 수준의 독자라면 한문으로 표기한 중국어 이름과 일본어 이름 정도는 읽을 줄 알 것이다'라며 한글표기를 거부하는 상황. 아, 웃프다. 또 웃픈 건, 출판사 사장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라고 반응은 하지만 사실 이분은 외국서적은 무조건 직역하자는 파. 영어 문법에 한글 단어를 얹는 수준의 글을 못 고치게 한다. 그럼 그냥 원어로 읽으라고 하지 뭣하러 번역은 하냐능. 난 그냥 일을 일답게 하고 싶을 뿐이긔. 벽 말고 사람하고 말을 하고 싶을 뿐이고. 인간하고 말 해서 복창이 터지느니 벽보고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뿐이고. 근데 벽 보고 혼자 이야기 하면서 가만히 내가 뭔소리 하나 보니 원 등신같은 소리만 해대서 이젠 그냥 피아노 뚱땅거리고 태권도하고 서예하는 게 훨씬 좋을 뿐이다.
8. 요즘은 말이 전부 기승전서예, 기승전피아노, 기승전태권도로 되는 것 같다. 좋아.
9. 중학과학은 지구과학, 중학수학은 확률하고 있다. 중고생 수준의 한국사도 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