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 인터넷이 된다. 작년 6월에 왔던 그 공항이 맞는 것 같은데 왤케 많이 변한 것 같지 ㅋㅋ
바로 옆에 한국 커플이 상봉을 했다. 오빠가 오면서 '오빠 왔다~' '오빠가~' '오빠는~' 여자 쪽도 '오빠, 오빠, 오빠' 오랜만에 들으니까 재밌다. ㅋㅋㅋㅋ
1. 응답하라 1997
내가 주인공들과 동갑. 나랑 동갑인데 검찰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형아는 마흔도 안됐는데 대선 후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장점이 많은 드라마, 재밌게 보고 있다. 지방 배경, 사투리 구사, 십대문화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좋아여. 현재나 과거나 캐릭터와 나와의 공통점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공유하는 사회, 문화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께요. (그 사회, 문화적 분위기 공통점도 거의 없다는 게 좀 웃기지만 ㅋㅋㅋ) 아다치 미츠루와 감수성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가요. 막 갖다 붙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2.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나 이거 동인지로 알고 있는데... 진짜 동인지에서 이런 게 나왔단 말인가=_=;; 진짜 야오이가 지금의 야오이로 자리를 잡게 된 게 이 작품이란 말인가=ㅁ= 지금의 야오이는 포르노인데 이건 포르노가 아니잖아 이 거지들아. 이 작품에 따올 게 겨우 미소년 성교장면 밖에 없더냐.
하도 할 일이 없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헐. 이거... 이거...? (중반부터) 이거 잘 만들었잖아!! 이러면서 봤다. 심리묘사도 심리묘사지만 심리가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 과정이나 상황을 설득력있게 잘 그렸다.
보면서 생각나는 작가(작품)이 있는데 사카이 쿠니에의 꽃이 있는 정원. 소재가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가 좀 희망적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구원 없음' 정서와 결말도 좀 비슷하다. 내가 보기엔 사건이나 심리의 본질을 더 파고 들어가는 쪽은 꽃이 있는 정원 쪽인 것 같다. 주인공의 심리를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쪽이 더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야기 진행이 순정이라고 해야하나 신파라고 해야하나 그쪽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정리가 잘 되고 표현을 잘한 건 상대적으로 꽃이 있는 정원 쪽이라고 기억 된다. 만약에 실행했다면 희대의 막장씬이 됐을 마사키가 자기 딸을 폭행할까 언듯 생각하는 장면까지. '내가 여기서 딸을 폭행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그러면 답이 나올까. 당신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고 거기서 무엇을 얻었냐'
제레미(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는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살인을 한 범죄자라는 양극의 감정에 따로 시달리고, 마사키(꽃이 있는 정원)는 피해자이자 가해자이자 공범자라는 감정이 한 그릇 안에 들어가 개죽이 되어있는 상황. 물론 폭력 행위에 무슨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백번 천번 양보해도 좋게 생각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그래서 공범자라는 정서를 넣은 듯), 개차반이 된 정서상태로 그냥 사는 마사키가 마음에 든다. 그래서 뭐, 어차피 벗어날 수도 없어, 잊을 수도 없고, 더 나아질 수도 없다. 내 인생 남이 구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죽지도 못하고 그냥 사는 거지.
3. 그렇게 포기하고 흘러가는 대로 보고 있으면 좀 편하다. 가끔 꼴이 웃기지만.
내가 늘 이야기 하잖아~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