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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5

1. 2년 쯤 전에 친구가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면서 못 그만두는 거다. 이미 재취직을 했는데도 회사를 그만두지 못해서 결국 재취직한 것을 취소하더라고. 난 그 상황이 이해가 안 갔다. '왜 못 그만 두는데? 그만두겠다고 말해'하면 말했는데 못 그만두게 한다는 거다. 말을 했는데 못 그만두게 해? 그게 뭔소리여. 이해가 안가서 그냥 '다시 제대로 이야기 해봐'라고 이야기했더니 '싸우기가 싫다'는 거다. ? 그만둔다고 말하는데 싸워야 하나? 왜 싸우지=_=? 그냥 말을 하라니까. 나는 그 뒤로도 일년 넘게 그게 뭔소리인지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작년 말 룸메랑 지지고복고 지랄을 해댈 때,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말을 했는데도 네가 못 알아듣더라'고 했더니 '왜 화를 안 냈어?'라고 하는 거다. 그 친구야 나름 나를 생각해준다고 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때 내가 든 생각은 '아니 씨발, 서른줄이나 처먹었는데 화를 안내면 말귀를 못 알아처먹는 거냐'라는 거지. <-말로는 안 했음.

요즘 인간들이 진상을 부리는 이유가 그거였나? 남들이 자기 말을 못 알아들어 처먹으니까? 근데 보통 진상 부리는 인간들이 남의 말을 안 듣잖아? 흐으. 인간들이 홧병이 나서 눈이 뒤집히고 부글부글 끓는데 자기를 화나게 하는 곳에는 화를 못 내니까 엄한 곳에 분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화가 난 상태니 남의 말이 귓구녕에 들어올리도 없고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으니 자꾸 서로에게 화를 내는 거 아냐.

 

1-2. 내가 참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친구 중에 하나는 상황과 분위기에 상관없이 자기가 생각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전반적으로 맥락없는 말을 내뱉는데 이젠 이야기 하기가 힘들다. 정말 되게 피곤하고 좀 짜증이 나.

 

1-3. 그러고 보니 5년쯤 전에 친구의 남자친구가 소개팅을 소개시켜줬는데 그 사람이 '참 착한 보통 한국 이성애자 남자'였다. 특징 장점 '참 착함'. 문제는 '보통 한국 이성애자 남자'. 이유는 모르겠지만 보통 한국 남자하고 상성이 안 맞는다. 서너번 만난 것 같은데 말하는 족족 대화가 엇 나감. 친구의 남자친구의 선배라 함부로 할 수 없었던 나는 가능한 좋게 그러나 분명히 '우린 안 맞음. 안 될 거임' 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말귀를 못 알아먹음. (마이동풍?) 그래서 최후(최악)의 수단 문자로 고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분은 충격을 많이 먹었댐--;; 나도 충격을 많이 먹었음. 말귀를 못 알아먹어서.

 

2. 물론 옛날에도 별것도 아닌 것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곤 했지만 사람들이 요즘처럼 '혐오'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담배라든가 개라든가 한국 여자라든가. 예전에는 아무리 연기 싫다고 말해도 신경도 안 쓰고 뻑뻑 잘도 피더니 요즘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알아서 간접흡연을 조심하며 죄인인 양 군다. 동물을 그렇게 혐오하지도 않았다. 동물이건 벌레건 그냥 주변에 많았지. 여자도 마찬가지. 간접흡연을 조심하는 건 좋지만 그 사람들을 죄인취급하고 싶지는 않고, 나에게 애완동물은 그냥 동물이지만 그렇다고 멀쩡히 지나가는 동물에 욕을 한다거나 사람들이 자기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데 딴지를 걸고 싶지도 않다. 사람도 동물이다. 그것도 해로운 동물. 개나 고양이는 귀엽기나 하지. 그리고 한국 사회의 여자 혐오는... 답이 없다=_=;;

걱정되는 부분은 혐오를 기반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다. 다음 혐오 대상이 뭐가 될지 어찌 아나.

 

2-2. 나는 애완동물 개량이 그런 식으로 진행되는지 몰랐다. 근친교배 정도만 생각했지=_= 역시 인간은 해로워. 짜증나는 고기들.

내가 별 생각이 없었던 동물에 대해 관대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인간들 때문이다. 초딩 때 옆집에 도베르만 비스무리한 애가 있었다. 까맣고 큰 애. 그냥 까맣고 크기만 했다. 잘 짖지도 않았고, 공격적이지도 않았고, 그냥 개였다. 그냥 개. 내 기억으론 동네 사람들 잘 따랐다. 근데 몇달 못 살고 다 크기 전에 (주인이) 죽였는데 사람들이 하도 까맣고 커서 무섭다고 해서 그냥 먹어버렸댄다. 헐? 난 이때도 엄마 설명을 잘 이해 못했다. =_=? 까맣고 커서 죽여? 아무짓도 안 했는데 무서워?

무엇보다 나는 호랑이 같은 동물도 아니고 그냥 길바닥에 널린 동물을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 말을 들으면 성격 드센 여자 싫어하는 이성애자 남자들이 흔히 하는 '어우~ 저 여자 너무 무서워'랑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자기가 (사회적이든 뭐든) 강자인데 말 한마디로 약자 포지션을 취하며 마치 자기가 무슨 피해라도 입은 양 구는 거. 좀 토 나온다.

근데 내 주변에 그런 인간이 둘이나 있네? 그래서 '무섭다'라는 말을 못 쓰게 하고(정확히는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싫제로 심리적 '공포증'이 있는 것도 아니니 더더욱이 틀린 말이다라고 설득. 심리적 공포증이 있으면 그림도 못 본다. 테레비에 나오는 것도 못 본다. 생각만으로도 땀이 나고 열이 치솟는 게 공포증.) '싫어'라는 말을 쓰게 했더니 그말 잘 안하대. 그러니까 '난 (별 이유는 없지만 저 동물이 그냥 막) 싫어'라는 말을 못하겠는 거지.

 

3. 농촌 배경 만화책 찾느라 바쁘다. 농사나 축산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 하는 백성귀족, 은수저 당연히 넣었고 이젠 그냥 시골이 배경이어도 좋다~는 심정. 심지어 모야시몬이라는 애니메이션까지 받아봤다. 근데 죄 일본 만화... 박흥용 작가가 우리나라 시골 배경으로 작품 참 잘 만들었는데... 또 뭐 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