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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으힝힝

1. 해수의 아이 4권이 나왔다.
이가라시 다이스케랑 같이 살고 싶다.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작품하는 거 구경하고, 완성하면 그자리에서 바로 보고, 출판사에 보냈다가 다시 오면 또 보고, 책으로 나오면 또 보고. 으힝 ;ㅁ; 이가라시 다이스케님 사랑함미다. 난 일본엔 관심도 없고, 별로 갈 생각도 없지만 내가 일본 가면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가서 열심히 핥아주고 싶...
근데 해수의 아이는 추천을 못 하겠는게, 이거 사람들이 이해할까 싶다.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다른 작품은 좀 덜한데(특히 리틀포레스트) 해수의 아이의 경우엔 언어 자체가 좀 달라서, 평소에 환경이나 인간중심주의 쪽에 관심이 없어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면 이 작가의 세계를 이해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작품 보면 재미있어서 몸에 베베꼬이는데, 많은 사람들이 해수의 아이에 대해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식으로 말을 해서 좀 삐짐. 그야 해수의 아이는 작가가 구축한 어떤 세계를 너무 멋지게 보여주지만... 이걸 그냥 작품성으로만 따지기에는, 재미가 아깝다-ㅠ-

2000년 전까지만해도, 아니 초반까지만해도, '일본에선 만화 못하는 애들이 건축하고 건축 못하는 애들이 미술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데는 건축-공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거덩. 출판만화는 2차원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상 2차원에 공간, 시간을 더해서 4차원을 구현하는 표현매체이다. 가끔 만화를 못 읽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이걸 일종의 '증상'으로 본다. 만화에서 제시하는 시간과 공간을 인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림과 글을 동시에 못 읽고, 흐름을 잡아내지 못해서 만화를 아예 읽을 수가 없다. 친구 하나는 만화를 읽을 때 한 페에지에 있는 그림따로 글따로 읽는 애가 있었다. 한권 읽는데 한시간 반씩 걸리던 슬픈 소녀.
내가 고기를 잘 안먹으니까 사람들이 '세상 사는 재미를 하나 잃는 것'이라고 말하던데, 나에게는 만화가 그렇다. 만화를 못 읽는다는 거는 너무 많은 것을 놓치는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포인트는, 나는 이가라시 다이스케랑 살아야겠음.


2. 페르세폴리스를 추천해줬더니 재밌게 읽었다고 해서 다른 만화도 하나 둘씩 추천해주고 있다.
취향과 이해는 성향을 반영한다. 비록 아직 성장을 안했더라도 인지를 못하고 있더라도 조금만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면 금방 따라오고 금방 배운다. 나는 남 욕하는 거나 잘하지 남 가르치는 데는 소질이 없지만, 가끔 찰떡같이 알아듣고 떡밥 던져주면 알아서 따라오는 애들 보면 기특해 기특해ㅠ
페르세폴리스를 설명하자면, 추천받은 친구 왈 '동생이 만화책이라고 쉽게 보고 덤볐다가 중간에 떨어져나갔어요 ㅋㅋ'
짝사랑하는 상대가 만화를 무시해서 열받은 지인이 '페르세폴리스로 그 낮짝을 눌러주고 싶었다.'고 말한 책임.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음.


3. 간만에 재밌는 아마추어 소설을 찾았다. 야오인데 평소 야오이는 무조건 포르노그라피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유는 인간 관계 묘사가 현실적으로 잘 되있어서.
난 이 소설을 쓴 사람에 대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단편은 써봤을지 모르겠지만 장편으로선 첫작품인 것 같고, 문체 독특하니 평소에 어떤 식으로든 글이든 뭐든 자기표현을 하는 편이고...' 이런 식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궁금해서 좀 뒤져볼까 하다보니 다른 블로거 감상을 읽게 되고, 거기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모 블로거 왈 '이 작가는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것 같다'
!!!!!
그렇구나, 나는 연애를 안 해봐서 그걸 못 잡아냈구나-ㅁ-
읽으면서 참 관계묘사가 리얼하다 싶었는데, 그냥 그러고만 있었지 이게 경험에서 나오는 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한 것이다.
난 작가 찾는 것도 그만두고, 친구1에게 대략의 자초지정을 설명하며 말했다.
'나랑 친구2가 연애 소설을 못 쓰는 이유를 알았어. 우리가 경험이 없어서야.'
백날천날 연애물 좋아하면 뭐하나. 이걸 알고 나니 왠지 나는 죽을 때까지 연애소설은 못 쓰겠다 싶었다. 안그래도 소설만 쓰면 정부에서 나온 계몽소설 삘 나서 짜증나는구먼.

나는 꼭 1절만 하면 되는데 2절까지 해서 망치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그날이 딱 그랬다. 

<-소설에 나온 대사. 이건 연인 뿐만이 아니라 울 엄마랑 나의 관계에도 통용이 된다. 진짜 1절만 하고 살고 싶다.
인간 관계에서, 특히 연애를 할 때 서로에게 하는 요구, 그 요구 때문에 만들어지는 갈등, 싸움, 화해, 그리고 또 요구, 또 갈등, 또 싸움, 또 화해. 한 쪽은 '이러이러하니까 앞으론 잘해야지'하는 타입이고 '이러이러하니까 그냥 헤어지자' 타입. 연인들이 주로 싸우는 게 환경적인게 아니라 단순 의견 충돌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 소설 보면 그걸 너무 재밌게 써서 홀딱 빠졌어-라기 보다는 그냥 내가 연애하고 싶은 걸지도. 죽기 전에 한번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귀찮다.

내가 친구들한테 만날 '야설 공모전' 하자고 하는데 (물론 귓등으로도 안 듣지만) 그거하면 상주고 싶은 작품임.
물론 이걸 현재의 포르노그라피로 하기엔 좀 억울하고, 내가 원하는 '올바른 포르노그라피'의 일부를 보여줬다고나 할까~.~


4. 발칙한 여자들에 보면 이유도 모르고 차인(이혼당한) 여주가 '그러고 나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냐.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못나서 그런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런 생각하면서 보냈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런 비슷한 감정 느껴 본 사람 의외로 많을 것 같다. 연인관계에서도 그렇고, 학생 때 선생한테 혹은 군대에서 선임한테 이유없이 맞아 본 애들도 그럴 거고. 탓할 사람이 사라지니 질문이 자기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내가 잠깐 해외입양 된 사람들 한국으로 왔을 때 만나서 노는 역활을 하고 있을 때, 친구 하나가 '뭐하러 그러는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한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자기 생각엔 키워준 부모도 있고, 자기 나라가 있는데 뭐하러 여기까지 오느냐는 거였는데, 그건 너무 '핏줄' 위주로 생각을 한 거였다. 대부분의 해외입양 됐던 사람은 가족을 찾으러 오거나 제 나라를 찾으로 오는 게 아니다. 아이덴티티를 찾으러 오는 거지. 가족도 자기 나라도 있지만, 밑도 끝도 없는 정체성의 상실을 느껴서 그러는 거다. 물론 여기에 '왜'라는 것도 있다. 나를 왜 버렸지, 내가 뭐 잘못했나. 
한국 사람이 단체로 정체성 상실병에 걸렸다는 생각은 비교적 최근에 들었다. 조선 공부하면서 더 느꼈다. 우리한테 뭐가 없는 건지 그제야 알았다고 해야하나. 중국에 한국 문화원을 세우는데, 거대한 건물의 5개 층이나 빌려서 거기에 하나는 한류 영화나 드라마 틀어주는 곳, 또 한층은 할류 상품 파는 곳, 또 한층은 특산물 파는 곳...이런 식으로 기획을 했다고 조성룡 선생님이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나라는 딱 그정도 인식이라는 거지. 한류한류 하면서 어떻게든 더 오래 더 많이 팔아먹고 싶은데, 백날천날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 해봐야 우리 것이 뭔지를 모르니 뭐가 어떻게 좋고 그걸 어떻게 재생산 할지도 전혀 감을 못 잡는다.
내가 느끼기에 지금 제일 문제는 우리가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정체성을 찾을 생각도 없을 뿐더러 몇몇은 오히려 탓할 놈을 좋은 놈으로 만들고 자기에게 총구멍을 겨누는 경우가 있다. 속터져.

애니메이션 오세암을 보다가 항상 우는 장면이 있는데, 이틀이면 돌아온다던 스님이 사흘이 지나도 안오고 일주일이 지나도 안 온다. 그러니까 애가 막 울면서 '내가 못 된 애라 엄마도 날 버렸고, 누나도 떠나고, 이젠 스님도 나를 버렸다'면서 잘못했다고 비는 장면이 나온다. 앞으론 무조건 말 잘 들을테니 돌아와 달라고. 진짜 볼 때마다 울컥, 가끔은 생각만 해도 울컥.


5. 고졸이여, 같이 노세~
뭐, 이런 걸 하려고 하는데... 주변에 고졸 참 없다=_= 이건 뭐 서울대 나온 애들보다 고졸인 애들 찾기가 더 힘들어.
출판쪽에는 고졸은 뭐 아예 씨가 말랐고, 아주 가끔이지만 영화제 쪽에서는 만날 수 있는데 그럼 나도 모르게 =///= 반가워~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게 된다. 김현중 공고 나와서 맘에 들기도 했고. 난 더블 애들 거 다니지도 않을 꼴난 대학 좀 다 때려쳤으면 좋겠는데 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