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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졸립다

요 며칠 잠을 못 자서 몸은 졸려 죽겠는데, 뇌가 말똥말똥.
정작 누우면 잠이 안 온다. 투덜대는 일기를 쓰다가 마음을 고쳐먹음.

내년에 9월쯤에 유럽간다.
가서 최소 1년을 굴러다닐 것이고, 길면 10년 체류가 될 수도 있다.
최소 1년만 있게되면, 바로 세계여행 고고.
내 친구에게 '내가 자전거 여행으로 유럽에서 한쿡까지 오면 몰골이 어떠려나'
친구 왈 '시체로 올테니 장례식을 하고 가라'
오오오오오오, 좋은 생각...인가 ㅋㅋㅋ
세계여행이라고 해봐야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의 여러나라 그리고 러시아와 몽골 정도려나. 
러시아와 몽골 말고 로망의 나라는 체코, 오스트리아, 그리스, 이집트, 터키, 사바나사바나, 쿠바, 브라질~ 등등.
인도의 다즐링이랑 아쌈에 가서 차도 사고 싶다=ㅠ=
물론, 올웨이즈 마이 패이보릿 뉴질랜드. 

한번 이야기가 나왔지만, 내년은 내가 뉴질랜드 출국 10년 째 되는 날. (1년 거주 했었음. 20대 초반의 일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침.)
원래는 호주 1개월, 뉴질랜드 1개월로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그걸 6개월 이상으로 왕창 늘려버려도 괜춘할 것 같아서 대굴빡을 빡빡 굴리고 있는 중이다. 3개월/3개월 가던가, 1개월/5개월로 가든가. 하여간 가서 비비대고 사는거지. 좋겠지=ㅠ= 좋을 것 같아. 난 좋아 ㅋㅋ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다. (유럽에 가는 것도 워홀로 가는 것.)
도합 2년을 넘게 영어권에서 체류를 했으니 공부를 했든 안 했든 어쨌든 영어라는 게 늘게 되어 있다. 드라마 보는 거 외엔 쓸데도 없지만. 애초에 나는 영어를 배우려고 외쿡에 나간 게 아니라 좀 벗어나고 싶어서, 계속 살다간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나간 거였으니까.
보통 워홀의 정석이라고 하면 3-4개월 어학연수->3-4개월 알바->번돈으로 남은 기간 여행이라고들 한다.
대충 영어도 배우고, 배웠으니 일하고(농장이든 식당이든 회사든), 일 했으니 여행.
내 경우는 영어, 돈, 여행이 다 필요없었다.
누가 나보고 '그래도 여기까지 나왔는데 여행 안 다녀?'라고 묻길레, 내가 '한국 여행도 안 다니는데 밖에 나왔다고 여행을 할리가...'
게다가 가방 베낭 들쳐없고 도장 찍듯 돌아다니는 것엔 별로 관심이 없다. 단기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단기 거주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다르다. 나는 여행보다는 짧게라도 사는 걸 선호하는 편이고.
어쨌든 워홀에서 나의 일상이란 대략.
잠자기->밥먹기->산책->아무데나 경치 좋은데 앉아서 멍때리기->산책->도서관, 박물관, 미술관(다 공짜)->잠자기.
돈 쓸 일이 없으니, 일 많이 안 해도 되고,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끽해야 3일, 그것도 파트타임으로 일한 정도. 뭐, 내가 보기엔 편한 삶이고, 울 엄마가 보기엔 극빈이고, 내 친구가 보기엔 청빈인 모양 ㅋㅋㅋ

주변에 진로에 대해, 혹은 인생에 대해 방황하는 여인네가 있으면 무조건 '일단 나가보'라고 한다.
경험의 척도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몇살에 뭐하고 이때쯤엔 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고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나가보면 각양각색의 사람이 각양각색으로 산다. 대부분의 방황은 길이 하나밖에 없는데 내가 거기에 적응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기인하는 게 많다.
길은 많다. 사는 방법도 많고.
좋은 길과 나쁜 길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길이 여러 개 있는 것. 그중에 나한테(내 생각에) 맞는 걸 선택하면 그만이다. 
돈 없어서 못 나간다고? 외쿡에 나가는 것에 있어서 돈이 없다는 것=돈을 벌어서 내가 쓰는 게 아니라 가족이나 누구에게 줘야 하는 것이다. 외쿡에 나갈 때 돈 필요하다는 게 제일 이해 안 감--;; 물론 기본 계획은 필요하지만.
물론 꼭 나가야'만' 하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지구도 우주고, 지구인도 우주인인 것처럼, 한쿡에 살면서도 밖을 경험할 수 있는 거니까. 한쿡도 밖이야~.~
다만 스스로 자각하는 건 힘드니까 충격 요법을 주는 것 뿐.

어쨌든, 주변에 이런 여인네가 몇명 있어서 '나 독일 갈건데 갈 생각 있음 따라와. (물론 내가 책임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무서워서 출발도 못하는 일은 없겠지.)'라고 말하고 다녔더니, 독일 워홀 동행자가 두명이나 생겼다능. 원래는 세명이었다. 그 세번째 친구가 히말라야 같이 갔던 친구인데 히말라야에서 빛나는 별을 보며 '나도 독일에 가게써!'하더니 귀국 후 돈에 목이 매여버려서 포기했지만,.. 같이 가서 양념통닭집을 하기로 했건만 ㅋㅋㅋㅋ 이름도 벌써 있잖아. 치킨 프린스. 얼마나 좋아.

어쨌든, 사람마다 스타일도 달라서, 한명은 독일에 가긴 갈거임. 근데 현재는 무계획.
또 한명은 가겠다고 결심하자마자 독어 배우기 시작하고 몇년치 계획(유학)을 짜느라고 정보를 다 뒤지고 다니고.
내 경우는... 이미 유럽 정보는 많이 알고 있고, 외쿡에서 먹고 사는 방법(요령)은 대충 알고하니 살 도시만 물색하고 있다.
내가 세운 계획이란 것도,
1. 클래식 - 공연을 많이 본다. (베를린 필하모닉이여 기다려라.)
2. 유럽연합 연구. 
언어야,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것이고.
유럽의 메리트가 또 뭐가 있으려나. 난 유럽(잘 사는 나라) 판타지가 별로 없어서리.
아, 유럽'연합'에 대한 판타지는 있다. 2천년을 지지고볶고 배가 터지게 싸워댔으니 적당히 사이 좋게 지낼 때가 된 것 같긴 하지만=_=


벌써 2시가 넘었군. 억지로라도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