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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33

, 토 이틀 연속 국립극장 출근. 힘들지만 좋았다.

 

소울, 해바라기, 국립무용단. 1부 살풀이, 2부는 굿. 아주 시의적절한 공연이었음.

이 작품을 2006년에 봤으면 깜짝 놀랐을 것 같다. 십년 전에 만든 거라고 하기엔 음악 빼곤 시간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음악이 나쁜 정도는 아니고 그냥 들을만한 정도. 춤이 좋았다. 내용과 딱 걸맞는 안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분위기랑 춤 자체가 좋았음. 다만 국립무용단 공연 보면 입장 퇴장이 항상 비슷비슷하다. 매번... 그래도 뭐, 국립무용단이 춤을 참 잘 춰.

그나저나 내가 본 공연은 전공 학생이랑 관계자가 좀 있던 모양. 평소 국립극장 관객과는 다른 관람태도가 눈에 띄고 무엇보다 커튼콜 때 안무가에 그렇게 열광하는 건 또 첨 본다. 덧붙여 커튼콜 쓸데없이 너무 길다. 언젠가부터 한국식 커튼콜, 앵콜 문화에 질리기 시작.

 

국립극장 조명이 마음에 든다고 할 때는 대부분 조명이 연출을 하고 있을 때이다. (물론 기술적으로도 아주 뛰어나심. 넘나 좋은 것.) 그냥 불 켜고 불 끄는 용도가 아니라 이야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을 때. 이번 작품에서 조명은 주로 흰색과 붉은색 두 종류만 쓰였지만 공간에 입체감을 주고 이쪽과 저쪽 세상을 구분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반면 트로이의 여인들에선 그냥 그랬음. 조명탓이라기 보다는 연출이 그냥 그랬다. 연출이랄 게 없이 굉장히 심심하고, 영상... 이 영상은 뭔가요. 극단적인 절망과 슬픔을 그리는데 되게 후진 영상이 내내 깔림. 조명 써 조명. 연출가가 뭔가 유명한 사람이긴 하댐.

 

트로이의 여인들은 국립창극단 작품.

곡은 극에는 맞고, 따로 사다 들엔 그냥 그럴 듯? (, 갑자기 뮤지컬 그날들 CD 샀다가 겁나 실망한 게 생각나네. 공연을 못 가서 샀는데 망했음. 제길.)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대본 구성 마음에 들고, 곡도 괜찮고, 다들 노래도 정말 잘하고 연기도 괜찮은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기 때문. 연출 때문인가, 보수적(?)인 내용 때문인가. 굉장히 재밌게 봤지만 내용이나 캐릭터에 영 몰입이 안 됐음. 그냥 와~ 잘한다, 짝짝짝. 이런 감상.

 

그나저나 내가 김준수를 처음 보나?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헬레네가 나오는 순간 나는 모든 걸 까먹고 ? ...예쁘...예쁘...예뻐...’ 이러고 있었다. 한 번도 김준수 외모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헬레네 역 맡았다고 했을 때 그냥 밀어주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밀어 줄만 하네여. 화장빨을 잘 받는 건지 어떤 건지 여하튼 예쁘고, 제스쳐니 표정이니 연기가 굉장히 좋고 노래도 넘나 잘 부르는 것입니다. 노래가 판소리하고 성악(이라고 하긴 뭣한데 그렇다고 팝은 아님)이 미묘하게 섞여 있어서 개고생했겠수. <-그래서 찾아봤음. 하관이 작아서 살 빠지면 이쁘게 생긴 타입이긴 하구나=ㅠ= 허허.  

 

정재일은 어디서 들어는 봤겠지만 인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박효신 앨범 만든 거 듣고 쌍욕하고 치워뒀었음. 트로이의 연인들 작창은 안숙선 명창이 하고, 거기에 정재일이 곡을 붙인 것 같은데 크게 오버 안하고 괜찮았다. 헬레네 곡은 같이 했나 싶긴 하다. 그나저나 정재일 피아노 치면 되게 신경 쓰인다. 상체까진 그렇다 치고 발 좀 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

 

 

, 해바라기에서 뭔가 딱히 춤을 잘 추는 건 아닌데 메인인 사람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나는 깨달아버렸다. 외모 때문이구나! 아님 젊어서일 수도 있다.

이 국립 뭐시기는 일단 잘하는 사람이 들어가고, 한번 들어가면 나오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새 단원을 잘 안 뽑는다. 만날 천날 인턴만 뽑는다. 그리고 인턴으로 몇 년 버텨야 자리 하나 나고 그 자리 차지하는 식. 일단 월급 이렇게 따박따박 나오는 데가 없고, 무엇보다 창작 공연을 일 년에 평균 두 개씩 만들어내는 데가 한국에 사실상 없다. 그러니까 한번 들어가면 안 나옴. 이 말은 젊은(=어린) 단원이 많지 않음. 그럼 어린 캐릭터는 누가 맏냐고요. (국립창극단엔 유태평양 어린이가 어느새 다 커서 들어갔다. 지난번에 춘향전 사랑가 부르는 거 봤는데 귀염터진다.)

외모는, 어떤 도립무용단장이 새 단원 뽑는데 걱정을 하드라고. (몸매 포함) 외모냐 춤이냐. 제발여. 무용수가 몸매가 중요할 수는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외모는 화장시키면 되지 않나. 난 연기를 잘하면 외모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오이비치를 보라고!

 

댄서 얼굴 때문에 춤 보러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하지만, 보면서 알았는데 내가 특정 단원을 좋아하더군. 인지하고 있던 건 아닌데 (이름도 모르고) 몸짓을 기억하고 있더라능. 얼굴이 아니야! 그러나 이번 기회에 얼굴을 기억하게 되었어요. 어익후. 숨겨진 나의 사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