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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100

1. 

국립극장에서 향연 봤당. 관객 연령대도 (나름) 다양하고, 평일 저녁인데 관객도 많고, 다들 만족하는 것 같고. 조쿠만 ㅠㅠ 파리 날릴 때가 언젠가 싶을 정도. 전보다 관람매너도 좋아졌다. 대중 가수 콘서트는 한동안 안 가서 모르겠는데, 여튼 국립극장이나 클래식은 많이 나아졌다. 그래도 뭐... 옆에 계신 할매(아들이랑 온 듯. 훈훈)는 지루했는지 내내 사지를 꼬다가 결국 뽀시락거리며 사탕을 몇개나 까먹고 그러더니 소고무에서 흥 폭발. 역시 춤이란 신나야 하는가. 


일단 향연은 조선의 여러 춤(궁중, 종교, 민속)을 주제 별로 나눠서 구성한 공연으로, 묵향보단 구성이 좋았음. 이건 나름의 기승전결이 있는데, 묵향은 없었거덩. 춤 좋아하는 친구를 재워버리는 묵향의 위력;;; 춤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느낌느낌 하지뫄! 


국립무용단은 한국(조선)의 아름다움을 자기 스타일대로 아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함. 바라춤은 비쥬얼 쇼크. 미니멀리즘의 극단에서 아름다움의 끝을 보여줌. 아, 심장이 쫄깃해졌어요. 이런 자기 스타일이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좋아지긴하는데, 자기 스타일이란 게 하나라는 게;;; 잘하니까 좋긴 좋은데, 난 더 원해!! 국립무용단은 더 잘할 수 있잖아!! 이런 거지=ㅠ= 


영화제에서 일할 때, 분명히 다른 작품보다 캐나다영상진흥원 작품이 훨 좋은데 그걸 떨어뜨리는 걸 보고 '왜! 도대체 왜!' 했는데, 그 이유가 '얘네는 이거보다 훨씬 잘하는 애들임. 걔들 수준엔 평타이기 때문에 상 못 줌'해서, 그 때는 그게 참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내가 그런 소릴 하고 다니는 거다. 국립무용단은 이거보다 더 잘함. 춤도 이거보다 더 잘 췄는데? 향연은 중간에 (상대적으로 못해서) 학생 느낌의 댄서도 있고, 관객 반응 제일 좋았던 소고춤도 안무는 별로였는데... 묘기만 보여주면 좋은 거야? 그런 거야? 


좋긴 좋았는데, 오덕의 피를 뜨겁게 하진 않았어=ㅠ=



2.

내가 박효신 이야기 할 때마다 노래에 비해 노래가 별로다 이야기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임. 박효신 음악이 특별히 나쁘다기 보다는 그냥 되게 평범한 유행가라는 게... 그게 너한테 어울리냐. 물론 그냥 그런 곡을 그렇게 포장하는 게 대단하긴 하지만, 가수도 음악하는 사람 아니냐고요. 무엇보다 박효신 보컬 자체가 소품엔 (상대적으로) 안 맞는다. 노래 부르는 테크닉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음색의 질감이나 음악에 서사를 넣는 방식이 소품엔 넘친다

내가 박효신 노래 들을 때마다 클래식이든 뭐든 다른 장르의 음악을 공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 그릇을 키울 필요가 있어요. 곡 카피를 해도 좀 대곡 위주로 하지 소품 위주로 한 게 많았다. 좋아, 좋긴 좋은데, 그릇이 큰 노래를 더 잘 부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왜 그러냐고오오. 진심 이해가 안간다. 그러면서 노래는 점점 더 잘해;; 더 아깝게;;; 그리고 그 엄청난 실력으로 가창력(만) 자랑하는 곡(야생화)같은 걸 만들어 부름. 흐엉. 그래도 뮤지컬 하면서 (테크닉도 좋아졌지만) 큰 곡을 다루고 그 감을 익히는 것 같아 좋다. 

아직도 박효신 노래 듣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노래 참 잘 부르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음악이 별로... 내 마음에 별로... 그래서 자꾸 박효신 이야기하는 거임. 좋긴 엄청 좋은데 만족이 안 되서. 이거 은근 짜증나는 감정인데, 이거 내가 박효신 빠순이라 느끼는 감정이겠지=_=ㅋ



3.

식순이 된 뒤로 공연을 영 못 갔는데 이번 주만 공연 두 개 감. 어제 향연, 내일은 띠에리 마이야르(Thierry Maillard). 하도 바깥 외출을 안해서 국립극장 다녀오는 건 체력적으로 좀 힘들었는데, 마이야르 공연은 인천에서 하고 재즈라이브카페에서 하는 거라 관람비도 싸다. (국립극장도 싸지. 껄껄.) 

지나다 휘성+케이윌 인천공연 현수막도 보긴 했는데 주말이라 식순이는 몬 감ㅠ 게다가 삼산체육관 음향이 참. 노래 좀 한다는 가수나 밴드는 체육관보단 좁아도 전문 음악당에서 했으면 한다옹. 차라리 야외에서 하든가. 우리의 귓구녕은 소중하니깐여. 비용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관객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 같음. 아직 수지타산 맞추기는 쉽지 않지만, 좋은 현상이얌.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거지. 



4. 생각해보니, 보통 사람에게 예술가란 정말 더럽게 성질 더러운 인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난 예술가가 더 상대하기 편한 타입인데, 이유는 이런 종류의 인간이 솔직해서 이야기하기가 편함. 의뭉스럽지가 않다고 해야하나. 물론 유명한 남자 예술가는 개꼰대가 조올라 많음. 젊은 작가, 기자 성추행이 일상인 전국민이 다 아는 시인도 있음. 근데 이건 뭐, 어느정도 지위와 능력과 나이가 있는 남자라면 대부분 하는 짓이긴 하져. 아니, 지위와 능력이 없어도 나이만으로 이런 짓 하는 종자가 많아서 이런 경우는 그냥 무시... 그냥 전반적으로 예술가가 '상대적'으로 보통 사람보다 눈치가 없고 솔직하다보니 나로서는 그게 편하다는 거임. 

그리고 난 일할 때도 이런 인간이 편하다. 영화제,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대형 출판사에서 만난 직장인 형 편집자나 식당에서 일하면서 시간 떼우는 사람은 싫다기 보단 이해가 안 간다. 왜 시간을 집에서 안 떼우고 밖에 나와서 한다냐. 집에 있으면 할 것도 많고 즐겁고 훨 좋잖아? 근데 왜 회사 다니면서 본인도 괴로워하고 일 대충하면서 다른 사람도 괴롭히는지 당췌 이해할 수가 없다. 돈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일이 하기 싫으면 돈을 안 쓰면 됨. 간단하잖아. 도대체 뭐가 문제야? 

이에 비해 보통 자기 작업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하는 인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그 중에 소수는 정말 엄청난 노력과 집착으로 작업을 한다. 그러니까 작품이 나오는 거임. 모든 에너지를 한군데 모아서 이게 가능한가도 싶음.


작은 영화제에서 일했을 때, 초청 감독에게 단편 작품을 만들라고 요청했는데 이 인간이 영화제 내내 훈내 풀풀 풍기며 온갖 여자를 후리고 다니기만 해서 '과연 쟤가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했는데, 작업 시작하니 비교적 꼼꼼해서 얘를 좋아라하던 자활이 다 떨어져나감 ㅋㅋㅋ;;; 사실 그 정도면 별로 꼼꼼하지도 않고, 지랄을 한 것도 아닌데, 겨우 그 정도에 떨어져 나가면 어쩔? 이 감독은 심지어, 몇년이나 같이 일한 프로듀서가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 프로듀서를 무척 걱정하는 나에게 '그나저나 너 내 스튜디오 렌트하지 않을래? 싸게 줄게' 이러는 애였음. 얜 진짜 ㅋㅋㅋㅋ 조낸 ㅋㅋㅋㅋ 

이것도 실력있는 애가 이러면 (나는) 괜찮은데, 실력 없고 노력도 안하는 인간이 이러면 뭐... 


여튼, 직업 기획자나 프로듀서는 예술가가 작업하면서 부리는 까탈을 다 참아냄. 그게 직업의 일부니까. 근데, 본인이 예술가 하면서 프로듀서나 기획을 같이 하는 사람이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 인내심이 좀 없는 것 같다. 본인도 예술가니까 다른 예술가의 그런 부분을 이해한다가 아니라, '나도 예술간데 너 이 색히 오바 좀 하지마' 요렇게. 처음부터 그렇다는 건 아니고, 어느 순간 그런 감정이 비집고 나오는 것 같더라고. 난 어떤 개지랄을 해도 좋으니 좋은 작품을 내면 좋아요 타입...이지만 현재 식순이+반백수. 내가 자꾸 식순이 타령을 하는 거 보니 이제 식순이가 하기 싫은갑다. 



5. 

난 어떤 개지랄을 해도 좋으니 좋은 작품을 내면 좋아요. <-요걸 엉뚱한 분야의 엉뚱한 사람에게 적용을 하면 큰일 남. 근데 다들 하는 게, 완전 엉뚱하게, 자기 자식 새끼를 쥐잡듯이 잡는 거죵. 도대체 유딩, 초딩이 군무를 잘 할 이유가 뭐가 있음=_=? 그리고 그것들이 잘해봐야 뭘 얼마나 잘하겠냐고. 저 스스로는 열심히 못하는 인간이 꼭 자식 새끼를 쥐잡듯이 잡더라. 고마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