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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87

오로라를 보고 싶다면 옐로우나이프로 가라. 보통 오로라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지역은 날씨가 안 좋음. 근데 옐로우나이프는 비교적 날씨가 안정되어 있는 편. 나님은 옐로우나이프도 가봤지! 캬캬캬캬. 가서 3개월 이상 살아봤지렁!!! ...하긴 단지 오로라 때문에 아이슬란드로 가진 않았겠지. 



이하는 수업 때 못 했던 잡설 ; 

허. 왜 가난뱅이는 문화가 없고, 무조건 신분상승을 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할까.

보통 간절하게 신분상승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상위계층의 특권과 이익을 어느 정도라도 아는 차상위계층이다. 아예 가난뱅이는 상위계층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신분상승을 하고 싶어한다기 보다는 그냥 돈이 많기를 바란다. 그냥 배 부르고 등 따시고 고거면 된다고라. 제발, 니가 신분상승하고 싶다고 다른 사람도 하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지마. 쫌! 하지마! 

어쨌든, 다행인(?) 점은 한국 부자는 기본적으로 다 졸부거덩. 그것도 대체로 부정한 방법으로 부자가 됐거나 상위계층이 됐지. 그래서 진짜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한국엔 계급적 상위계층은 거의 없고 그냥 경제적 계층인 부자와 가난한 자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부자가 그들만의 문화라는 게 없어서 문화적인 방법으로 하위계층을 밀어낼 수도 없다. 그래서 보통 돈자랑(지랄)을 하지요. 한국은 아직 그렇게 해도 사회적 상위계층인양 살 수 있거덩. (얼마전에 시크릿가든 두어회를 다시 봤는데, 현빈이 자신을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데 그 캐릭터는 그냥 부자지 그 캐릭터의 어디를 봐도 '사회'적이지도 '지도적'이지도 않지라. 그냥 개인적이고 웃기지.)

물론 몇 안 되는 자기 문화를 갖고 있는 상위계층이 있긴 있는데(하긴 상위계층은 어느 시대나 어느 장소나 소수일 수 밖에 없긴하다), 이들이 꼭 부를 갖고 있는 건 아니라서 한국 사회에서는 별로 가치가 없음. 근데 자기들끼리는 이율배반적인 자부심이 쩐다. (교양은 있는데 돈이 없는 것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감정.)



그리고 문화라는 게 꼭 예술문화활동이 아니라고-_- 취미활동도 그런게 아니라고=_= 아, 짜증나... 

나는 시간을 엄청 다양한 방법으로 보낸다. 압도적인 시간을 멍 때리면서 보내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일도 하고, 서예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듣고, 피아노도 치고, 그림도 그리고, 커피를 볶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고, 각종 차를 마시고, 거지같은 음식을 해놓고 꾸역꾸역 처먹고, 처 먹었으니 싸고, 씻고, 잠도 자고, 테레비 보고, 쇼핑도 하고, 식물을 키우고, 앞으론 동물도 키울 거다. 여기서 어떤 것이 문화활동이고, 어떤 것이 취미활동이라고 딱 잘라서 말하기 힘들다. 생활은 취향과 결부되어 있고, 문화는 모든 것과 결부되어 있다. 나라는 인간이 생활하는 방식 자체가 시간과 공간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섥힌 것인데 그게 문화라는 겁니다요. 알겠습니까요? 어떤 방식이 우월하고 아니고가 아니라고요. 가난뱅이는 문화활동도 안하고 취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참... 누구든, 돈이 많든 적든 인간이 뭔가를 보고 말하고 듣고 몸뚱이를 움직이는 이상, 이 중에 한 두가지만 해도 문화활동을 하게 되어 있다. 제발 말귀 좀 알아들어처먹었으면 좋겠다. 귓구녕에 대못을 박았나. 



수업 때 재즈 이야기가 몇번 나왔는데. (아도르노가 재즈를 졸라 깎아내려서 이미 죽은 사람한테 진심으로 짜증이 나버린 나님...) 

음악의 스타일이란 것도 함부로 재단할 게 아니다. 그것도 비전문가가 할 건 아니지. 빅밴드라고 덜 재즈스러운 것도 아니고, 옛날 스타일인 것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게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동영상은 바비 맥페린와 링컨센터재즈오케스트라의 협연. 오케 멤버 중에 윈톤 마샬리스라고, 주로 마이크 잡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내가 환장하는 트럼펫 주자임. 솔로로 할 때도 멋있고 빅밴드할 때도 멋있다. 

바비 맥페린은... 난 이 사람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_= 저 사람이 음악을 하고 있는 거 보면 속이 다 울렁거릴 지경. 




악기는 뭐든 하나쯤 다시 배울 생각이 있긴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3년 전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클래식 공연을 한 70회 정도?를 보고 나니 음악공부는 안해도 듣는 귀가 생겼다고 해야하나. 말로는 설명을 못하겠는데, 대충 뭔지 알겠는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다. 음악은 다른 종류의 언어인데, 이 언어의 좋은 점은 따로 공부를 안해도 (보통 일상에서 습득한 것만으로도)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언어로 말을 걸 수는 없어도 누가 말하면 알아듣기는 한다는 거지. 굉장해. 멋졍. (그림도 이런 종류의 언어.) 그니까 경험치가 쌓일 수록 이해의 폭이 늘어나고, 어느 지점을 지나면 그 언어로 말도 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요. 

그럼 나의 현재 음악 수준은 이해의 폭이 늘어나다가 멈춘 상태. 이유는 요즘 음악을 잘 안 들어서--;; 반면 피아노 연습할 때 표현력은 늘어나고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듣는 연습은 좀 줄이고,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3년이나 지났음에도 아직 옹알이 하는 중이지만 말 배우는 재미가 이런 것인가!!!하면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