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나는 이 영화를 이제 봤다. 뭐지 이 사랑스러움은!!! 아 막 너무 좋잖아 >.< 남들이 급폭풍눈물을 흘렸다는 장면에서도 나는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 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으냔 말이야. 그건 사랑스러움이라고 생각해.
이 사랑스러움을 계속 느끼고 싶어서 집에 있을 땐 계속 재생 중이다. 그리고 재생 할 때 80% 이상을 그냥 틀어놓는 걸 보면 난 이 영화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 (보통 좋아하는 장면만 돌려보는 덕후) 대본도 잘 쓰여졌고, 연출도 거기에 걸맞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너무' 무난하고 사랑스러운 나머지 정작 본국에서는 망한 것 같지만... 그래도 나에겐 이 영화의 과한 사랑스러움이 위악럽거나 괴상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를 뜯어보면 여러모로 굉장히 보수적인 면모도 많다. 정확히는 보수의 코드가 있다고 해야겠지. 개인과 개인의 관계(특히 가족), 일상의 행복, 중산층, 백인(유색인종을 구경도 할 수 없는 영화)으로 만들어진 영화니까.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교수 아버지와 개성있는 어머니 밑에서 사랑받으며 딱히 금전적 고민없이 자란 애가 대충 공부도 잘하고 긍정적이게 자랄 수도 있지 뭐. 무엇보다 주인공이 느끼는 삶의 기쁨과 행복이란 게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이라서 그런 것이 배경, 직업, 재력, 성격에도 온다기 보다는 결국 삶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게 또 매우 보수적이긴 하지만, 진보는 소박한 일상을 행복하게 느끼면 안되냐능.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말하는 것들이 거창하지 않아서 딱히 가르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실은 그냥 저냥 재밌게 이 영화를 보다가 어떤 장면에서 확 끌리게 됐다. 이 장면(혹은 설정)만 없었어도 그냥 재밌는 영화로 봤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 팀(남주)이 과거를 바꾸고 현재로 돌아와서 보니 딸이 아들이 되어 있어서 식겁하는 장면과 결국 '내가 키운 기억이 있는 딸'을 선택하고 다시 그 딸을 봤을 때 주인공이 보이는 기쁨이다. 주인공의 아버지도 자신의 병이 어쩌면 젊을 적 피운 담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담배를 끊고 와이프와 아이들이 바뀌는 것보다 지금의 와이프와 아이들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영화에서 이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꽤나 키포인트라고 느꼈고 엔딩도 팀과 딸이 장식하므로 내가 본대로 주요장면으로 밀겠음. ㅋ
이 영화로 연상되는 영화도 있는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내 기준으로는 꽤나 망측한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애가 태어난지 십년이 되도록 제대로 돌본적도 없는 아버지가 초딩 아들을 성취를 기준으로 애를 평가하고 핏줄이 아니라고 하니 보이는 반응도 웃기지만, 그 아이에게 애정을 느끼게(혹은 깨닫게) 되는 것도 아주 클리쉐 덩어리. 십년을 무심해놓고 아이가 '나'를 찍어서 마음이 동하셨쪄요? (웃기게 활용한 클리쉐는 좋아하지만 심각하거나 진지하게 정색하고 감동받으라는 장면에서 클리쉐가 나오면 진짜... 나도 정색하게 됨) 그래서 더욱, 어바웃타임에서 보여주는 부성애가 좋다. 자기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 아들이랑 탁구치고 영화보고 차를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게 뭐가 힘들다고 못하냐고.
여튼 반은 캐릭터 빨로 오렌지색 남주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영화가 지나갈 수록 잘 생겨진다! 이 배우가 나온 영화는 이게 처음인데 연기도 잘한다. 뭐가 제일 좋으냐면 아버지와 딸, 주변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게 연기하는 게 좋다. 친구는 너무 인물이 없어서 영화 처음 볼 때 이 남주로 로코가 가능한가를 생각했다지만, 내가 보기엔 인물이 없다기 보다 이 배우에겐 뭔가 궁극의 평범함이 있다. 멋있을 때도, 못생긴 표정도, 어떤 평범함의 범위 안에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냄새가 나. (좋아하는 타입 = 소박하고 우울증 없는 사람)
그리고 빌나이! 내가 이분 좀 좋아함. 뭔가 굉장히 외계인같은 섹시함이...-ㅠ- 닥터후에 나와줘요 빌 나이. (미국인 과학자 빌나이도 좋아함. 빌 아저씨의 과학이야기.)
덧.
특히 나는 요즘 내가 아는 누군가가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와 행동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미쳐버릴 지경=_= 짜증과 함께 안쓰러움, 불쌍하면서도 진짜 구질구질하다고 느끼는 걸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이 복합적이고 구질한 감정이 너무 싫지만 그래도 뭐라곤 못해. 왜냐면 나는 닥치고 사는 중이니까. 이 사람의 삶의 태도도 이보다 더 구릴 수가 없다.
덧2.
사랑스러운 영화를 하나 더 꼽으라면 스트레인져댄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