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대만 다녀왔다. 대만에 비하면 한국은 선선하구나~.~
가서 학교에만 처박혀 있어서 뭐 할 말이 따로 없다. 그냥 덥고 지친다는 거 밖엔 기억에 없음.
9월부터 가서 살 곳이 학교 기숙사(4인실)인데 과연 제대로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생겼다. 이번엔 2인실이었는데도 죽을 맛이었기 때문에. 하긴 매끼를 사먹어야 하는 것도 압박이다. 식사는 느끼하고, 식사 이외의 것이 좀 단데, 그건 좀 괜찮은가? 태국에선 밥도 달아서 먹을 수 있는 게 없었다. 근데 태국사람들이 집에서 먹는 음식은 달지 않다고 함, 문제는 식당인건가?
그동안 다녀 본 곳을 정리할 겸 여행기를 쓰려고 하는데 시작을 못하겠다. 물론 귀찮아서 그런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사진도 없고, 그 때 써 놓은 일기도 없으니 오로지 기억으로만 써야하는데, 선명한 건 꽤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데 기억 안 나는 부분도 꽤나 많다. 하긴, 장기여행을 하다보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보다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더 기억에 남는다. 나라마다 도시와 자연의 색깔이 다르고, 사람들의 표정, 말투, 행동방식이 다르니까 그런 거 위주로 기억하게 되는데 그걸 서술하는 게 힘들다. 이를테면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북유럽의 개인주의 양상이 다른 데 그걸 보면 아는데 설명을 못하겠는 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동북아시아의 집단 성향이 나라마다 다른데 그걸 서양애들한테 딱 잘라 설명하기가 힘든 거랑 비슷하다. 사례를 주절주절 늘어놓아야 좀 이해가 가고, 그나마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음.
그나저나 대화 능력을 잃어버렸다. (글쓰기도...)
대략 4년간 친구도 잘 안 만나고, 학교나 일하는 데서도 딱히 사람을 접하지 않고 살았더니 안 그래도 결여되어 있는 대화 스킬이 제로가 되어버렸음. 영업용 처세술까지 홀랑 까먹은 모냥. 처음엔 영어(랑 한국어)를 잊어버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어는 당연히 잊어버린 거고 그 외에는 그냥 대화 스킬 부족이라는 결론이... 하긴 뭘 떠들려면 관심이 있던가 그게 아니면 몰라도 뭔가 대화를 하고 싶어야 하는데 도통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인간이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야 말이지. 난 요즘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다. 아니, 서예 피아노 빼고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서예 피아노는 대화 따위 필요없고 혼자 책 보고 혼자 연습하면 끗. 옆에 사람 있으면 연습도 안되고...
대만 가기 전에 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를 봤는데, 요 몇달 본 드라마 중에 제일 낫다. 재밌음. 나중에 자세히 감상문 제출해야징.
아, 본격 안정환 빠순이가 되었음. (축구선수를 축구할 때 안 좋아하고 왜 이제와서...=_=;;)
처음엔 세면 후 5초 잘 생긴 걸 보려고 본건데, 지금은 잘 생긴 것보다 캐릭터가 재밌어서 보게 된다. 선수 때는(정확히 축구나 컨디션에 대해서는) 굉장히 예민했을 것 같은데 예민함(축구)을 버리고 살과 넉살을 얻어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하긴 넉살이 있다고 하기엔 친해지는데 시간 좀 걸리는 타입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친했던 사람들에게 했던 행동들일테니. 안정환은 일면 상반되는 성격이나 특징이이 한 몸에 있어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입은 마초인데 행동은 아니고, 말은 되게 저렴하게 하는데(중계 이야기가 아님) 말투는 안 저렴하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바른 것 같단 말이지=_=?
제일 신기한 지점이자 자꾸 보게 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테레비 백날 봐야 이게 보이겠냐만은... 하긴, 얼굴 파먹는 안방 빠순이가 뭘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