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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54

0. 6.4 지방선거 다음 날.

밤을 새고 아침에도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피곤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오타가 작렬할 듯.

 

1. 이번 선거를 통해 야권 의원(지도부)에 대한 호불호가 더욱 확실해졌다. 역시 나는 일 잘하는 사람이 좋다. 일도 못하는 게 제 주머니만 챙기려고 들면 짜증이 나요. 나는 일 잘하는 놈은 제 주머니 좀 채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뭐 대단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니구만.

 

2. 정부가 집회, 시위, 하다못해 일인시위까지 막는 건 헤게모니를 잡지 못해서다. 달리 말하면 정치 기반이 취약하다는 뜻. 독재라는 것 자체가, 그 속성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내버려두면 당연 비판받고 독재 정권이 쉽게 뒤집히기 때문에 억압하는 것이다. 행정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은 있지만, 정치 권력은 없다는 얘기죠. 대부분의 독재 정권은 힘으로 헤게모니를 틀어 쥐고 있다가 결국 망해먹기 마련.

물론 우리나라는 지금은 독재 정권은 아니지만  현정권이 더럽게 촌스럽게 굴고 있는 건 사실임. 그게 다 헤게모니가 없어서 그렇심. 걔네들도 나름 속이 터질 거임. 옛날 식대로 하면 좋은데 이젠 그렇게 못하거덩=ㅠ=;;; (안 하는 게 아님. 못 하는 거임. 지금 그렇게 했다간 그나마 있던 지지층도 떨어져 나간다는 걸 아니까. 지지층이 필요한 정당의 하나일 뿐이란 뜻임.) 생각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아서 그렇지 결국 변하기 마련.

 

3. 헤게모니가 어느 쪽에도 확실히 넘어가지 않고 한동안(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을) 이런 상태로 유지 될 것 같긴 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양쪽이 다 일을 구질구질하게 못하네요. 보통 정부가 삽질을 하면 야당이 커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나란히 같이 못하니까. 근데 야당만 못하냐면 그건 아니다. 언론도 못하고, NGO도 못한다. NGO야 돈이 없어서 그러다고 치지만 다른 애들은 뭐여?

 

4. 결국 그 놈의 세월호 효과는 교육감 선거에서만 본 듯. 하긴 애초에 참사 특수 보려고 했던 것도 웃기지 뭐.

근데 앵그리패어런츠는 교육감 투표만 하고 다른 건 안 한 거? 아님 교육감만 진보 인사 뽑으면 될 거라고 생각한 거? 세상이 안 바뀌는데 교육이 어떻게 바뀌나여. 부모가 안 바뀌면 애들 안 바뀌는 거랑 똑같은 거에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좀 보삼.

 

5. 인천은 개발 정책으로 시가 부도나기 직전까지 갔는데, 당선 된 시장 제 1 공약이 '개발 더 하겠심'이었다. 이걸 웃기다고 봐야 하는지, 슬프다고 봐야 할지. 게다가 당선인이 전 안행부 장관, 재수 좋게 세월호 직전에 빠져나온 분 되겠심다. 본인도 당선 안될 거라고 생각해서 되게 나오기 싫어했는데, 인천 시민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박근혜 대통령님과 친한 분을 뽑아주심.

앞으로 인천은 '파산을 기대해 시즌 2 ; 부채는 얼마든지 더 늘릴 수 있다 3' 되겠심. 부채 줄이겠답시고 유일하게 든든한 수입원인 인천공항을 또 팔아먹겠다고 덤비겠지.

 

6. 시가 부도 나면 당연히, 닥치는대로 팔아먹는다. 미국의 디트로이트시는 파산 후 전기도 팔고, 수도도 팔고, 공기업도 팔고 있는대로 다 팔았슈. 이미 사유화 되어 있는 건 보조금을 줄 수 없으니 당연히 가격이 올랐지유. 전기세가 무려 열 배가 올랐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있다. (무슨 다큐에 나왔다는데 내가 직접 보진 못했다. 여튼 부도 이전에 전기세가 10만원을 냈다면, 부도 이후엔 100만원을 내게 된 거다. 시가 파산할 정도면 지역 경제도 바닥이라 평균 수입도 줄어든다. 당연히 보통 사람들은 그냥 전기를 끊고 산다. 이거시 바로 친환경 무동력임.)

우리나라에서야 수도 전기는 못 팔겠지만, 인천은 전국 최초로 공공도서관을 민영도서관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돌입하고 있져. 여기서 되면 다른 데서도 하겠다고 할 거임. (전환 방법 ; 일단 현재는 재정을 시나 구에서 제공하지만, 재단을 만들어서 운영은 거기서 하게 한다. 점차 재정 독립을 시킴. )

부평구립도서관, 그러나 재단이 운영하는 이 일곱 개의 도서관은 관장이 한 명이다. 도서관은 일곱 개인데, 관장이 한명. 왜 때문에? 인건비 때문에. 관장을 이렇게 굴리니 직원은 어떻겠냐능. 인간들이 몰라서 그렇지 도서관장의 일이 겁나 많아서 하나하는 것도 정신이 빠지는데 일곱 개를 어떻게 관리하겠냐고요. 그래서 관리를 잘 안 함. 참 쉽죠?

 

7. 아니, 글을 쓰면서 뭘 쓸지 까먹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다시 생각 났음)

8. 역사는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랑 비슷하다. 하나 하나 밟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빨리 가겠다고 두 칸씩 뛰어오리면 중간에 다시 내려와서 건너 뛴 계단을 다시 밟아야 한다. 세상에 거저 되는 거 하나 없거덩. 유럽은 약 300년, 미국은 약 200년에 걸쳐 산업화, 민주화, 근대화 과정을 거쳤다. 그런 과정을 다 건너 뛰고 바로 선진국형 민주주의, 근대적 산업 구조를 갖겠다고 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죠잉.

난 서구식 민주주의나 근대적 산업구조를 바라지도 않고 싫어해서 이건 논외지만 사람들이 너무 급하게 구는 것 같다. 사회 변화도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되겠음.

 

9. 앞으로 인류가 만년은 존속하려나? 생각해보니까 (우주적 시간관념에 의하면) 얼마 안 남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