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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 없이 산다 36

1. 카레가 맛없다. 두번 연속 맛없다. 어떻게 카레 맛이 없을 수가 있지? 그러고보니 전에 부침개도 두번 연속 실패해서 그 뒤로는 안 만든다. 부침개가 맛이 없을 수가 있다니. 정말 충격 받았다고. 이제 카레도 만들지 말아야 하나--;;

 

2. 노벨상 수상자 강연은 생리의학상까지 봤는데, 되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되게 재미없게 해서 웃겼다 ㅋㅋ 세포 단위로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드는 속성이라니! 속성이라니! 세포 기억을 지워도 그 속성이 계속 남아있다니!! 

예전에 스터디하면서 내가 '이유없이 과도'하게 정조랑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내 몸을 이루는 원자 중 정조와 모차르트의 비율이 높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거덩. (실제로 시간적으로도 맞는다. 어떤 것이 분해되서 원자가 되고 다시 다른 것으로 이뤄지는 그 기간이 저 두 사람하고 이 시대하고 얼추 맞는다. 어떤 책에서 봤는지는 기억 안 난다.) 뭐, 이렇게 막 갖다 붙이는 거지. 물론 지금 내 성향을 본다면 다른 인간이었던 원자보다는 자연이나 인간이 아니었던 원자가 내가 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 같지만... 정조님과 모차르트도 그 음악이나 학문적 관성은 안오고 성격적 관성만 왔나벼... 조금 눈물 ㅠ  <-이거슨 나름 환생설.

나머지는 시간이 안되서 못 봤는데 찾아봐야지. 재밌다.

 

3. 멸종한줄 알았던 '순수예술하는 사람만이 예술가'라는 바보? 멍청이? 꼴통? 예술가?를 만났다. 존재하지 않는줄 알았던 게 앞에 떡하니 나타나니 이런 부류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_=? (꼰대라고도 하지만 꼰대는 나니까.) 그 사람 작품은 안 찾아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악착같이 다 찾아보고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정확히는 속이 시원해졌다고 착각할 때까지) 작품에 대해 조목조목 까댔겠지. 구뤠, 나 유치해.

 

창작은 놀라울 정도로 그 사람을 그대로 보여준다. 편협한 사람은 편협한 작품밖에 못 만든다. 보통 이런 건 작품이라고도 안하지만,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응께롱. 근데 인격적으로 모지라는 인간인 인내심이 부족해서인지 어째서인지 연습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그래서 기술적으로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피아노 시작하면서 피아노 연주에 관한 책을 읽는데,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정신이 성장해야 음악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음악이든 수학이든 철학이든 과학이든 우주(인간이든 진리든 뭐라고 말하든 하여간에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고, 이걸 이해를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이 그걸 표현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안 그러냐고.

 

4. EBS 다큐프라임 편지를 봤다.

첫번째 편에 정약용과 정약전이 유배지엣 주고 받은 편지가 나온다. 정약전이 정약용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관찰해보니 바다가 들고 나는 게 달의 주기와 맞는데 이유를 아느냐, 혜성을 봤는데 그게 뭔지 아니 하는 것을 물으며 지전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정약용도 나름의 관찰과 추리+논리로 답장을 한 것을 현대 과학자가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흐흐하고 웃는 장면이 있다. 정약전에 지구본을 만들려고 생각만 하고 못했다는 편지를 보면서도 웃는 지리학자가 나오는데, 나 그렇게 웃는 기분 알거덩 ㅋㅋㅋㅋㅋ 어떻게 보면 좀 어처구니가 없는 감정이랑 비슷한데, '아니 이 사람들 도대체 뭐임?' 하는 기분이다. 어떤 수준을 뛰어넘거나 어떤 정도를 벗어나서 사고하거나 작품을 만들거나 활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느끼게 되는 질투나 경의도 벗어나는 그런 미묘한 감정. 그냥 헛웃음만 나는 거. (상대적으로 3번 같은 인간을 보면 비슷하게 헛웃음이 나긴 하는데 순수하게 어처구니 없어서, 뭐냐 이 등신은 하는 느낌. 극과 극은 닿아있다고 하던데 극과 극을 만났을 때의 반응이 비슷하눼. 흐...)

 

5. 한국사능력시험 강의를 EBS 중학, 고등 사이트에서 각각(중급, 고급) 하고 있다. 중급 먼저 보고, 고급으로 복습 계획 잡고 하고 있는 중. 최태성이라고 꽤 유명한 강사 같은데 실제로 재밌고 잘한다. 자기만의 역사철학과 관점도 있고, 맥락이 있어서 정보습득 뿐 아니라 기초 공부용으로 꽤 좋다고 본다. 문제가 있다면 쉽게 설명하는 만큼 일반화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죵. 이건 근세사-특히 조선 후기로 오면 어쩔 수 없이 식민사관이 드러난다. 식민사관을 비판하면서 나오는 사관도 식민사관이라는 게 세상의 아이러니--;;

이거 다 보면 공부 깨나 했다고 생각할 텐데, 물론 여기서 하는 것만 다 해도 공부 많이 한 게 맞긴 하지만, 조금 더 공부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네염.  

이 강의가 꽤 좋다고 생각하는 다른 이유 - 일단 강사가 한국사를 좋아함. 객관적으로 보려고도 하지만(보통 이런 거 때문에 식민사관=제국주의 사관이 나오게 되는데 이건 이 강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니 나중에) 한국사를 긍정한다. 나는 어느정도의 민족주의 마인드는 필요하다고 본다. 비록 나한테 그게 없지만 필요한 건 필요한 거다. 제국주의 마인드로 한국사를 보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말라는 것도 좋네염. 꺄꺄꺄.

 

6. 보통 성리학자 하면 만날 공자왈 맹자왈하는 줄 알지만 알고보면 조선시대 모든 학자는 기본적으로 성리학자였다. 실학자도 성리학자였고, 중농학파도 성리학자고, 중상학파도 성리학자였다. 주판을 튀기며 계산하는 사람도 성리학자고 정치인도 행정인도 기본적으로 학자 딱지 달고 있으면 다 성리학자였던 거지. 그러니 그 시대에 성리학자(인문학자)가 별보고 저게 왜 저럴꼬하는 게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연암이 청나라에서 지전설(지구가 둥글고 돈대라는 말과 그 논리)를 듣고 '(논리적으로) 정말 그럴 법하다'며 쉽게 받아들인다. 관리이자 정치인이자 성리학자던 정약전이 귀향 가서 생선 관찰해서 생선 백과사전(현산어보)을 쓰던 세상이랑께 ㅋㅋㅋㅋㅋㅋㅋ 으악, 좋아 ㅋㅋㅋㅋㅋ 진정한 통섭의 시대였다능. 경계가 없다는 건 능력을 확장하게 만든다. (요즘은 통섭하자며 통섭의 기초 학문을 인문학으로 해야하네 과학으로 해야하네 하며 왈왈대는 세상입죠. 그러지 좀 마라=_= 어디서 밥그릇 싸움이야.)

 

7. 정조를 요맥락에서 말하자면, 중농학파라는 정약용과 중상학파라는 박지원을 같이 우쭈쭈쭈 이뻐한 왕이었다. (둘 다 실학자로 묶기도 한다. 그렇게 따지면 두 사람은 실학자고 정조는 정통 성리학자였음요. 물론 그 외에도 이뻐한 사람들 많음.) 정조는 개혁파였지만 어떤 사람이 보기엔 완죤 꼴보수 개혁파였고(성리학 원론주의자? 이런 이유로 고미숙이 비판함. 문제반정으로 드러나는 정조님의 나만 잘났어하는 '꼴통기질'을 비판하는 것), 왕권강화에 '매우' 힘 쓴 만큼 행정부에 대해서는 권력 분배에 힘 썼다. 능력 위주 등용을 해서, 인간이나 집안이 좀 모지라도 한번 찍으면 물고 빨고 끝까지 뒤를 봐주지마 동시에 죽도록 일을 시켜먹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좋은 상사인데 또 어떻게 보면 완젼 악덕 상사. 이 시대를 지금 시대의 관점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그 시대가 달려가고 있는 것이 지금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되. 다르다고 알았냐.

 

 

덧. 근데 2년이나 문화연구를 연구하고 예술 운운하는 건 도대체 뭐여... 아, 여러모로 걱정된다=_=

<-이런 집요함으로 공부를 했으면 세상을 지배했을 거라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라고 했지만... 음, 난 생물학적으로도 에너지를 막 쓰고 있으니까=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