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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별일없이 산다 3

내가 외쿡에만 나오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1. 비건 혹은 채식주의자
제일 높은 비율로 만나게 된다. 내 얼굴에 '고기 안 먹음'이라고 써있기라도 하나.
비건이나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고기를 거의 안 먹는 사람이 주변에 갑자기 넘쳐난다. 뉴질랜드에서는 베지테리안은 아니지만 6개월동안 같이 살면서 고기라고는 닭만 한번인가 두번 먹은 사람, 캐나다에서는 비건, 오스트리아에서도 비건, 베를린에서도 베지테리안 한 명에 베지테리안은 아니지만 고기를 거의 안 먹는 사람 2명을 만났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비율로 보면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이 채식지향적인 삶을 살고 있다.

2. 환경주의자와 진보성향의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
비건, 채식주의자가 환경주의자고 진보성향을 갖는 건 당연한 거고, 고기를 먹는 사람도 대부분 진보성향이다. 하다못해 내가 일주일에 두번 나가는 독어 학원의 선생도 진보성향이다=ㅠ= 이걸 눈치 채는 나의 눈치를 끝내준다고 해야할지 이런 인간들이 꼬이는 내가 끝내준다고 해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그런 사람들이 많다. 재밌는 건 나랑 같이 사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친구의 어학원 선생은 주워들은 말만 들어도 중도보수다.
역시 뉴지랜드, 캐나다, 오스트리아, 베를린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이 녹색당 혹은 녹색당보다 조금(아주 초큼) 덜 진보적인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하긴 어떻게 보면 지지당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신기한 걸지도 모른다. 

3. 중간계급 (중산층이 아님)
확실히 이쪽이 계급이 확실하게 나눠져 있는데, 상류층은 당연히 구경도 못하고 볼 생각도 없고, 갱이나 날라리들도 마찬가지로 구경할 일도 없고 볼 생각이 없다. 오히려 거지나 홈리스는 자주보는데, 그런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 보니 덩달아 나도 하게 되는 경우가 아주 가끔(정말로 가끔) 있어서.
여튼 만나는 사람들의 90%는 대학교육 받은, 욕 안하는, 절대 많다고 할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굶을 일은 없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뭐 맘먹으면 몇년뒤에 중산층이 될 수도 있으나 본인들은 별로 그런 생각 안하고 사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돈 벌 생각이 없는' 사람들. 혹은 중간 계급임. 누군가를 이걸 갖고 신분 상승의 욕구가 없다며 유럽 사회의 병폐라고 비판하던데. 그럼 모두가 신분상승에 몸부림치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뭐... 한국이 그러고 있긴 하지만. 덕분에 생기는 병폐는 어쩔?


이걸 한참 전에 써 놓고 업데를 안했다.
흠, '백인 외쿡인 친구'를 갖고 있는 종류의 인간은 아님. 왠지 그게 있으면 스포츠카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예쁜 여친도 있어야 할 것 같아. 스포츠카는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예쁜 여친은 있으면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