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에서 "잘 한다"로 감상이 바뀌기 시작하면, 당연히 감상 포인트도 바뀐다. 특히 내 경우는 잘 만들었다, 잘 한다를 느끼기 시작하면 더이상 극에 감정이입을 잘 못한다. 어~쩜 저렇게 잘 만들수가~하며 감탄을 하며 보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할 여지가 줄어든다.
무한도전을 예로 들면 초창기엔 멤버 누가 좋네, 누군 별로네 이야기를 하며 봤지만 지금은 그런거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물론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난 근 2년은 무한도전 보면 그저 잘한다는 생각만 하면서 본다. 감탄대상이니 그날 재미가 있었나 없었나는 둘째가 된다. 오히려 그회에 얼마나 잘했느냐가 더 중요한거지.
물론 재밌다 없이 그냥 잘 만들었다만 느끼는 경우엔 애정도가 떨어지긴 한다. (쇼셜 네트워크, 인셉션 등)
11회에서 독고가 눈물 흘리는 거 보고 많이들 감정이입을 했나본데, 그 때 내 머리 속엔 오로지 "잘한다. 정말 잘한다. 눈물 참으려고 하는 거하며, 눈물 훔치는 거 하며, 저 입 모냥하며 어린애같아. 진짜 독고 같아"하면서 봤다. 너무나 자유롭게 진지함과 발랄함을 오가는데 그것도 너무 잘해서 안 그래도 정신이 혼미했는데, 이제는 내가 작가나 연출자나 기획자라면 내가 저 사람을 데려다 쓸 수 있었을테데! 저 사람이 완벽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캐릭터가 있는데!! 라며 사지를 꼬아대고 있다. 한번 재밌다에서 잘한다로 넘어가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슈. (쿨럭)
재밌는 사실, 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더라도 상대에 따라 대화 내용이 달라진다.
내 기준으로는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뉜다. 기획자, 창작자, 오타쿠 혹은 빠, 일반 대중.
기획자나 제작자, 창작자는 아무래도 작품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보니까.
기획자하고 창작자하고 구분한 이유는 기획자는 잘하든 못하든 지 나름대로는 비교분석을 하는데, 창작자는 좀처럼 이걸 못해.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창작자는 예술가에 가깝다. 나야, 제작자도 예술가라고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성향으로 보면 한없이 예술가에 가까운 직장인인 것도 사실이걸랑.
일반 대중은 뭐, 개인적으로는 제일 좋아하는 부류다. 얄팍하기도 하지만 제일 순수하니까. 제일 골치아픈 종족은? 오타쿠 혹은 빠. 지 보고 싶은대로 보고 지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기 제일 쉬운 종족인데 그 주제에 자기의 지식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주워들은 말은 많아서 자기가 마치 제작자라도 된양 떠들어 대는데 그러다 보니 제일 쉽게 키보드 워리어가 된다. 헛소리하면서 자기가 맞다고 우겨대니까 ㅋㅋ (그니까 요즘 감상 중에 뻑하면 연출이 어쨌네 편집이 어쨌네 대본이 어쨌네~하는 사람들 치고 그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 없다는 거다. 난 하도 나가수 편집 욕을 해대길레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봤더니 그냥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는 걸 말하는 거였다=_=)
이런 성향을 구분하기 제일 쉬운 방법 중에 하나는 번역같은 걸 시키면 된다.
기획자, 창작자는 최대한 번역하는 작품의 창작자의 마인드로 번역을 한다. 덕후는 지가 하고 싶은대로 번역하고(그래서 얘네들은 오역이 많음), 일반 대중은 대부분 아예 번역을 못한다--;; 흔히들 번역을 외국어를 얼마나 잘하느냐로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냐가 더 중요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혹은 그 작품)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를 간파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니 성향따라 번역을 잘하고 못하고가 차이 나는 거다. 외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일반적인 감상자 입장에서는 사업용 번역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그리고 솔까 이건 외국어만 잘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창작자의 철학과 의도를 간파해야하는 작품은 못하는 거다. 인터넷에서 번역 뿌리는 사람들 중에 정말 제대로 번역하는 사람은 다섯손가락 안에 든다. 그걸로 번역해봤다고 잘난척 하는애들 데려다 해봤는데 진짜... 내가 그 때 고생한 걸 생각하면 다 몰아다 한군데 묻어버려도 시원치않당께롱.
사실 더 쉬운 방법은 가둬놓고 흰 종이랑 연필만 던져주면 되기도. 그럼 나오는 게 다 다를 걸 ㅋㅋ
평론가를 어디다 넣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오타쿠인데 전문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본인들은 어떨지. ㅋㅋ
그냥 최고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에 따라 나오는 이야기가 다 다른게 재밌어서.
덧. 오스트리아 FM에서는 말만 독일어고 음악은 90%가 팝송이다. 그나마 말도 거의 없고, 좀 나와도 대부분이 광고다.
나의 독일어 향상엔 전혀 도움이 안되겠죠잉...
덧. 하긴 오타쿠 빠들만 뭐라고 할것도 없는 게 비율로 보면 전문가 중에서도 제대로 된 인간 별로 없는 것처럼 이쪽도 마찬가지다. 잘난척 하는 것도 오타쿠보단 전문가가 더 하니까=_=
별일없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