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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춤 춘향

잇힝. 이히힝. 우히힛. 으헝헝.
춤 춘향 너무 좋아여. 진짜 좋아여. 너무 좋당께. 으하하핫.
오늘 부로 내가 본 국내창작극 중에 제일 맘에 든 작품이 되었고, 내가 본 연극, 뮤지컬, 춤공연을 통털어서도 역시 제일 좋은 작품이었다. 아니, 그냥 모든 공연으로 하련다. 오늘 4시 전까지만해도 한불수교 100주년 기념 공연 '귀족놀이'가 제일 좋았음. 지금도 내가 본 공연 중엔 국내화를 제일 잘한 작품이라고 생각함. 가수 공연 중에는 마이클 잭슨. 뭐, 마이클 잭슨은 좀 차원이 다르니까 여기에 끼워넣는 거 자체가 에러지만, 어쨌든 이 공연을 보면서 나의 들뜬 마음은 엔간한 정말 즐겁게 뛰논 락콘서트 본 기분과 거의 동급임.

로비에서 설문조사를 해서 기쁜 마음으로 하는데, 질문이 '이 공연의 어느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드셨습니까'.
답변 자리엔 대충 1. 춤  2. 연기(배우)  3.의상  ......  6. 기타.
난 춤, 의상, 연출-무대효과랑 조명 좋았다. 특히 무대효과랑 조명이 환상적이었고, 옷도 너무 이뻤다. 색감이 너무 좋아. 거기에 조명 받으니 너무 아름답고, 이쁜 언니들도 많이 나온다. (<-기생 좋아함. 돌아온 일짐매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기생집 장면이었다. 난 늘 그랬다.)
춤도 좋았지만, 내가 뭐 한국무용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름다우시네여~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전혀 어렵지 않아서 좋고.
디테일도 좋고, 이야기 자체도 흐름을 탄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상징적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도 무척 좋았다. 부채에 올라서는 연인, 변사또네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발바닥춤으로 표현한 것도, 부패한 자들을 허수아비로 표현한 것도. 청사초롱도. 봄-여름 이지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을-겨울의 이미지는 좋았고,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인 겨울은, 진짜 아름다워. 이쁘다고 하면 안 됨. 그냥 아름다워. 눈에서 국물이 난다.
아, 진짜 또 보고 싶다. 이렇게까지 공연을 또 보고 싶은 건, 한 2번째. (역시 춤춘향, 귀족놀이)
그나마 춤 춘향은 국립극장 창작작품이고 앞으로 일년에 한번씩은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매년 보겠사와요'하는 결심만하면 되지만, 귀족놀이의 경우엔 원작을 가져와서 국립무용단, 국립국악단이 음악과 춤의 추임새를 넣은 공연이어서 다시 볼 수 없다. 정말 아쉽다ㅠㅠ

내용은 다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공연 내용.
1막. 춘향과 몽룡이 처음 만날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이야기.
첫눈에 홀딱 반한 춘향과 몽룡은 그날부터 사귀기 시작해서 계절 지나는 것도 모르고 연애질을 한다. 부럽다=_=
얼마나 이쁘던지. 춘향과 몽룡 관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좀 더 명량한 관계로 그리면 좋았을텐데 너무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춘향의 소극적인 성격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고...원작에서 춘향은 고집도 있는 편이고, 좀 맹랑한 편인데 여기서는 다소곳하고 여리다. 그래서 2막에서 수청을 거절하는 춘향의 모습은 더욱 '정절'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사또를 몰아낸 암행어사가 '내 수청은 들겠느냐'고 하니 '어디 똑같은 놈이 내려왔다'며 대놓고 면박을 주는 춘향은 여기엔 없다.
뭐어, 그래서 그냥 한없이 로맨틱하고 예쁜 연애로 보면 된다. 극 자체도 그것에 충실한 편이고.

2막. 몽룡이 과거를 보고 급제를 하고 내려와서 변사또 몰아냄. 그리고 춘향과 몽룡의 재회.
1막이 서정적이면 2막은 역동적이다.
과거 보는 장면이 재밌다. 과거 시험문제가 보여지니 '헉'하고 놀라고 고민하는 시험자도 그렇고, 이리저리 커닝해보려고 하는 사람도 그렇고.
(실제로 과거 때 컨닝을 하기도 했단다. 시험문제 유출도 있었고, 쪽집게 과외선생이 대신 시험을 봐주는 일도 있었음.)
그 와중에 혼자 자신있게 답을 쓴 몽룡, 장원급제를 한다. 1막의 몽룡과 2막의 몽룡은 조금 다른데, 1막에서는 연애하는 잘생긴 선비뉨, 2막에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관리(암행어사)가 된다. 춤 자체가 힘이 있어지고, 연출도 그렇다. 부패관리를 향해 강하게 칼을 내리치기도 하고.
변사또의 생일잔치는 화려함의 극치. 변사또도 좋아죽는다. 변사또 캐릭터는 방정맞고 천박하게 표현을 잘한 것 같다. 근데 갑자기 들이닥친 암행어사에 혼이 빠져 호로롤로로로롤로 하는 장면은 그냥 그렇다. 이 장면의 변사또가 더 방정맞고 더 천박하게 더 우왕좌왕하고 혼이 빠졌어야 했는데, 몽룡이의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연출을 해서 해학성이 떨어진다. 발바닥은 좋았지만 이 점이 좀 아쉽다.
그리고 뭐, 뒷부분은 다들 알듯이 둘이 만나서 결혼하고 씐나게 살았대요. (진짜 씐나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의 눈으로 보면 조선은 이상한 부분이 많은 나라였는데, (그리고 나는 조선의 이런 부분이 되게 웃기고 좋다=_=)
원래 춘향전에는 몽룡이랑 사귀는 춘향이 '그럼 도장찍고 서명날인 하'라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몽룡이도 얼씨구나 '그래~ 나는 좋쥐~'하면서 맹새의 글을(지금식으로 하면 계약서?) 쓴다. 이런 부분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고, 몽룡의 입장에선 명쾌한 허락의 뜻이었던 것이다. 현대라면 몽룡이가 (조낸 개고생한) 춘향이한테 떠보듯이 '수청들테냐'고 수절을 테스트하는 게 눈꼴 시고 재수없었을텐데, 여기서는 연인과의 장난질처럼 보이기도 하고 뭔가 괴상하기도 하고(춘향아 서방 목소리도 못알아듣냐, 몽룡이 네 놈도 마누라가 반쪽이 됐는데 어디서 장난질을...). 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러고본이 조선 고전 읽은지 오래됐다. (이거봐라, 또 길어졌네=_= )


어쨌든.
잇힝, 나 연애물 좋아하는데, 이 연애물 삼삼하니 보고 있으니 기분 좋구마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