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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ER, 인간들.

근 2주 동안 ER만 보고 살았더니 ER 빼고는 할 말이 없는 거지=_=
ER의 메인캐릭터는 다 일을 잘한다. 솔직히 일이라도 잘해야지 이 찌질한 캐릭터를 참고 보지, 일도 못하고 사회생활도 못하고 만날 찌질찌질 대는 인간들이 뭐가 이쁘다고 15년이나 볼 수 있겠나. 그래도 인물이 아무리 찌질해도 결국엔 이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는데 ER의 캐릭터 구축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이건 교본으로 써도 되겠다 싶을 정도. 다른 드라마에 비해 유색인종과 외쿡인의 비율과 비중이 높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요즘. 일 없이 메인 캐릭터 및 커플들 소개. 인물만 써놓고 보니 서른명이 넘길레 너무 길어서 커플(관계) 위주로.
마지막 시즌에 초반 캐릭터가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ER의 팬이 초반 캐릭터에게 애정이 많은 것은 둘째치고, 인간관계가 거미망처럼 얽히고 설켜서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게 재미기도 하고.

0. 할레, 릴리, 츄니, 리디아. 말릭.
재밌게도(?) 인종을 분배했다. 할레-흑인, 릴리-아시안, 츄니-남미계, 리디아-백인. 말릭-남자(흑인)
ER의 간호부장이 누구든, 간호사, 응급실의 왕언니 노릇을 하는 할레, 응급실의 15년 째 비정규직 말릭.
귀여운 간호사 언니 리디아와 릴리, 응급실 과장(그린이랑 코박-ㅠ-),이랑 한번씩 해 본 권력지향(!) 츄니
1시즌 부터 15시즌까지 ER을 지키는 간호사다. 응급실에서도 주인이고, 갠적으론 ER에서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후반으로 가면서 이 간호사들의 비중이 주는 것이 안타까워. 수 많은 의사의 연애놀음과 인생역경에 온 힘을 쏟는 ER 후반부. 안타깝고 아쉬웠다. 데스트의 제리와 프랭크도. 그 자리에 있어야 더 재밌다고. 만날 의사 뒷다마 까면서 노는 것도 재밌어 보인다=ㅠ=

1. Mentor and Mentee. 피터 벤튼과 존 카터.
아, 이 두 사람 관계만 생각하면 눈에서 국물이... 쿡 카운티는 교육도 하는 병원이기에 많은 학생들이 실습을 나온다. ER에서는 학생으로서 와서 배우고, 진단하고, 의사가 되고, 의사가 되서 다른 학생을 가르키는 과정이 계속 된다. 의사라는 직업이 계속 배워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레지던트가 되고 어텐딩이 되도 누구에겐가 계속 배운다. 이런 과정의 상징 같은 관계 벤튼과 가터.
둘은 잘 맞는 타입이 아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 오로지 공부공부공부만 한 피터 벤튼. 레지던트가 되고서도 한참 동안 대출한 학비를 갚기 위해 허리가 휜다. 그에 비해 일리노이 주에서 3번째로 부자인 카터네 집안.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잘 돌아가야 마음이 편한 완전 긍정적인 인간 카터. 카터는 벤튼에게 종종 애정을 표현하지만, 벤튼은 늘 그런 카터에게 질색을 한다. 나중엔 좀 나아지지만, 벤튼은 카터를 자랑스러워하지만 절대 입밖으로 '카터, 나는 너를 믿어'라고 할만한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이 둘은 많은 부분에서 부딪히고, 싸우고, 배우고, 가르치고, 서로를 질투하며 신뢰를 쌓아간다. 카터는 다른 많은 의사에게서 배움을 받지만 벤튼은 그중에서도 역시 특별하다. 카터가 약물중독이라는 걸 알았을 때 모두가 놀랐지만, 마지막까지 '그게 말이되냐'고 말하는 것도 벤튼이다. 카터가 본인이 약물 중독이라는 것을 못 받아들이는 카터를 치료 병원에 우겨 넣을 수 있는 것도 벤튼이다. 한동안 연락없이 떨여져 있어도 언제든지 다시 그 관계로 돌아가는 두 사람. 알흠다워...=ㅠ=
ER엔 이런 관계가 많이 나온다. 특히 멘토가 된 카터가- 정말이지 사사건건 부딪히며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루시라든가 그렉 프랫, 그리고 상대적으로 말 잘 듣는 마이클과의 관계는 아주 재밌다고 할 수 있져. 특히 카터와 마이클은 그린과 카터의 관계를 기억나게 해주기도 하고. (맞나?) 어쨌든 내 보기엔 ER내 베스트 릴레이숑쉽. 아니, 많은 영상물을 통털어 베스트 릴레이숑쉽.

2, 로맨스 커플.
ER내 로맨스를 담당하는 커플. (...) 캐롤 헤서웨이-더그 로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애비 록하트와 루카 코바치.
일단. 저는 캐롤 헤서웨이를 완전 진짜로 젤로 좋아함니다. (내 첫사랑은 엑스파일의 스컬리, 두번째 사랑은 ER의 캐롤 헤서웨이.)
그래서 더그 로스를 싫어한다. 진짜 완전 찌질한 섹히... 얼굴만 반반한 놈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ㅠ
캐롤 헤서웨이는 성격 좋은 만능 간호사. 더그 로스는 fuck the system. 모두와 잘 지내는 캐롤 헤서웨이 뻑하면 사고치는 친구라고는 마크 그린 밖에 없는 은따 로스. 시스템을 이용할 줄 아는 캐롤 헤서웨이와 시스템이라면 학을 떼는 더그 로스. 도대체 비슷한 점이라고는 없는 두 사람이지만, ER 6시즌까지는 이 두 사람이 가장 로맨틱한 커플이었다. 가장 로맨틱한 장면이래봐야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한 겨울에 캐롤과 더그가 중무장을 하고 출근을 한 뒤 근무 준비를 하는 닥터's 라운지. 캐롤의 부피 큰 머리카락(!)이 마술처럼 모자에 감쪽같이 다 들어 있다가 나오자 더그가 '으흐흐흐흐'하고 웃으며 '그 머리가 어떻게 다 그 안에 들어가나 몰라'라고 말하니 캐롤도 '으흐흐흐흐'하고 웃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이게 초기(1-5시즌) ER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면 중 하나.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고 믿고 서포트 해주고 서로 잘 되기를 바란다. 더그가 사고만 안 치면 둘이만 있을 경우엔 크게 싸우는 일도 없다. 캐롤이 워낙 성격이 좋아서 다 참아주기도 하고. 그리고 오랫동안 둘이만 좋아했다. 이상하게 로맨틱한 커플은 이렇다. 중간에 깨지고 다른 사람 만나도 결국엔 나의 운명은 너여하며 캐롤이 더그에게로 가지. 애비 록하트와 루카 코박도 그렇다. 캐롤과 더그의 뒤를 잇는 캐릭터이자 커플.
사실 애비와 루카는 제일 귀여운 커플에 속하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이랑 사귈 때는 안 그런데 둘이 붙어 있으면 그렇게 귀여운 짓을 해대요=_= 막판에 루카가 너무 로맨틱해져서 본좌는 구역질과 진저리가 났다. 아무리 '외쿡인'이라지만, 저렇게까지 로맨틱해질 수가 있나.
애비와 루카. 욕을 하는 것도, 질겅질겅 껌을 씹는 것도, 방황하는 것도,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고,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잘 참지 못하고 금방 화내는 것도 대부분 애비다. 그만큼 애비는 자기 자신을 잘 못 믿는다. 잘할 땐 잘해. 근데 한번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끝없이 추락한다. 이러면서도 독립적인 애비. 그래서 자기 일을 참견하고 대신 해주는 사람보다는 그냥 거기서 있어주는 사람이랑 잘 맞는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루카. 사실 루카는 대부분의 관계에서 '내가 다 퍼줄게요'하는 타입. 상대가 화내면 사과하고, 상대가 욕하면 말리고, 상대가 지랄하면 참는다. 그렇다고 고집이 없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왕고집. 화를 잘 안내지만 한번 화나면 풀리지도 않애. 함부로 자기 과거 들추는 것도 싫어한다. 그러니 애비와 루카는 잘 맞는다. 둘 다 독립적이면서도 둘 다 혼자 있지 못하고, 둘 다 개인과거사를 들추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둘 다 본능에 충실. (브라보=_=) 
조지 클루니가 5시즌에서 떠나면서 '더이상 더그 캐릭터에서는 나올게 없다'고 했다는데, 이 남자 참 똑똑해용=ㅠ=

& ER의 슈퍼휴먼 캐롤 헤서웨이. 루카 코바치.
ER의 캐릭터가 모두 일을 잘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캐롤은 참 멋있쪄요. 우울증만 빼면 전형적인 슈퍼우먼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캐롤은 찌질하지 않아. ER의 캐릭터는 다 찌질한데 그녀만은 멋있다. 인간관계 좋아, 성실해, 착해, 다정해, 생각 올발라. 일도 잘해요. 다만 우울증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항상 행복해지고자 노력한다. 나는 캐롤이 일상적 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정말 잘 그린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하루종일 우울하다고 하고 다니지도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울고 짜증내지도 않는다. 멀쩡히 일하고 멀쩡히 사람과 사귀고 멀쩡히 살아간다. 그러다 집에 가면 냅다 약을 먹거나 손목을 그어버리는 것이다. 유서도 없이. 더그는 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것이다. 캐롤은 그냥 있으면 불행하고 우울하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만사가 다 노력이다. 공부도 일도 모든 인간관계도. 다 노력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캐롤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15시즌에서 돌아온 캐롤과 더그. 거기서 더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캐롤이다. 노력한 사람도 캐롤이고 그래서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을 얻어낸 것도 캐롤이다. 난 15시즌에서 조지 클루니가 돌아온다고 많이들 떠들어댔지만, 내가 기대한 것은 이 것이었다. 행복해진 캐롤. 흙흙흙 ;ㅁ; 기뻐...진짜 기뻐.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또 한 사람 루카 코바치. 애비와 헤어지고 방황하며 완젼 찌질의 끝을 달리던 시기를 빼면 전반적으로 슈퍼맨이라고 해 줄 수 있다. 일 잘하고, 국경없는 의사회의 일원으로 심심하면 아프리카로 자활가고. 무엇보다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무서운 캐릭터. 환자와 학생에겐 친절하고, 낮은 직급의 사람에겐 배려하고 잘못을 커버해주며, 상사에겐 제 자리에서 일 잘하는 능력 좋은 직원이며 여친한테는 자기가 한 말을 지킨다. (헉!) 종교인이면서도 동성애자의 사랑을 응원하고, 부당한 임신에 대한 낙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그 외에 정치적으로 참 올바르시다. 캐리 위버가 루카를 위해 자기 자리를 내어 놓을 정도면 말 다했지. 
루카는 폭격으로 부인과 아이를 잃었다. 눈 앞에서 처자식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 본 의사-남편으로서의 죄책감과 분노... 보통은 허구헌날 땅이나 파는 캐릭터로 만들어놨겠지만 루카는 아니다. 원래 성격이 엄청 밝았던 모양이고, 지금은 비록 그 빛은 바랬지만 그 빛을 되돌리겠다는 것. 내 인생이 처자식을 잃은 채로 끝나도록 두지 않겠다며 관계에 매달린다. 애비가 '너는 너의 애를 낳아줄 사람을 찾는거냐'고 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루카는 자기 아이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 중에 한명은 잘 자라서 건강하게 사는 것을 보기를 원한다. 이쯤되면 인생 참 피곤할 것 같은데, 그래도 이게 루카 코바치가 사는 법이다. 어쨌든 루카는 처음엔 참 좋아했던 캐릭터였다. 방황하며 찌질해지는 것까지도 괜찮았는데, 너무 로맨틱해지니 구역질이 나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었던데다가, 크로아시아를 떠나온 것처럼 시카고를 떠나는 걸 보고, 어째 루카 캐릭터는 전혀 변혀지 않았냐며 '저 찌질한 색휘'가 내 마지막 감상-이었어야 했지만 그래도 '넌 미국인이야, 카터.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가 도입되면 사람들이 행복해질 거라고 믿잖아. 너희(미국)는 전쟁을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본적이 없어.'라고 말하는 캐릭터를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겠수. 다만 그의 로맨스를 조금 역겨워할 뿐.

3. 귀염둥이 커플. 
마크 그린-엘리자베스 코데이.
정확히는 엘리자베스 코데이가 완전 귀염둥이. 닥터 그린도 아주 초반엔 완젼 귀염둥이었지만,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안 귀여워지는데 엘리자베스를 만나면서 다시 귀여워진다. 그냥 진짜 의사 일이 좋아여하는 마크 그린과 정말 실력있는 외과의지만 그만큼 야망도 넘치는 엘리자베스 코데이. 모든 관계에서 좋은게 좋은 거지 하는 마크 그린과 좋은 건 좋은 거고, 나쁜 건 나쁜 거지 하면서 뒷다마도 까는 엘리자베스 코데이. 마크 그린이 좀 나이브 한 편이라면 엘리자베스는 맺고 끊는게 확실하다. 그러면서도 마크 그린은 고집이 쎄고, 엘리자베스 코데이는 일단 납득만 시키면 쉽게 설득되는 타입. 둘이서 연애하고, 결혼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말도 못한다. 육아에 정신을 못차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완벽하게 해내려고 거의 발악을 하면서 자신과 마크 그린을 볶는 엘리자베스 코데이와 은근 다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알고보면 많이 도와주는 게 아닌 마크 그린. (이 남자는 이전 결혼생활에서도 이런 이기적인 생활 문제 때문에 이혼했다. 정확히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이기심 때문에.) 아...이 캐릭터의 일관성...멋쪄...=ㅠ=
어쨌든. 그런 생활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둘이서 암을 헤쳐가는 모습도 로맨틱하다기 보다는 좀 더 귀여운 쪽이다. 뭐어,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부분이 엄청 귀엽져. 물론 그린의 죽음은 너무 슬퍼서, 7년이 지나서 인터뷰를 해도 여전히 엘리자베스 코데이는 눈에서 폭포가, 그린의 죽음을 보고 또 본 나도 볼 때마다 눈에서 국물이 난다. 그래도 마크가 죽고 나서 '너무 이른가? 너무 일러. 너무 이른거지? 너무 일러' 이러면서 다른 남자랑 시험 데이트 하는 코데이. 역시 귀엽다. ㅋㅋ

존 카터와 루시.
존 카터의 담당 학생. 정말 미스커뮤니케이션의 끝장을 달린다. 당사자들은 정말 진지하게 싸우는데 그 미스커뮤니케이숑 자체가 진짜 웃기다.
얘네 둘을 보면 생각나는 애들이 있어서 더 할 것이다. 정말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참 정상인데, 붙여 놓으면 미친듯히 서로를 미워하던 애들이 있는데, 걔네도 그 이유가 오로지 미스커뮤니케이숑이었다. 놀라워=ㅠ= 어쨌든 이 둘이 화해를 하고 나서도 미스커뮤니케이숑은 계속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비극도 유발되고. 미스커뮤니케이숑을 극복하나 했더니만...참 인생 맘대로 안 돌아간다. 어쨌든 현실에서 보자면 관계에서 끔찍한 결과를 유도하지만, 3자로 구경하다보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자신의 상태도 돌아볼 수 있는 커플. 무엇보다 둘 다 귀엽다. 둘 다 비슷한 점도 많고 ㅋ

그리고 ER의 진짜 주인공. 닥터 그린과 닥터 카터.
ER의 중심축이자 응급실의 중심축. ER은 마크 그린과 존 카터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ER엔 주인공이 많지만 그 중에 한 명만 꼽으라면 당연히 마크 그린이다. 그리고 나에게 의사=마크 그린이라는 생각을 심어준 캐릭터. 그는 의사고, 아빠고, 남편이고, 선생님이고, 남자고, 그냥 아저씨다. 평범하다고나 할까. 계급상승이나 돈에 대한 욕망은 없지만 의술을 행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자부심과 이기적 욕망은 큰 편이고, 자기가 의사가 되도록 도와준 마누라가 법을 공부하는데 도와주는데는 소극적이며, 딸네미가 사고칠 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트렌스젠더나 동성애 환자가 왔을 때 뭔가 껄끄럽고, HIV에 감염 된 직원이 있는 게 싫은,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신에게 피해가 될까봐 무서워서 어떤 사람이 죽도록 내버려두는 그냥 보통 사람. 죽음조차 너무나 평범하다. 자신이 죽은 뒤의 딸 아이의 인생을 걱정하며 딸에게 남니는 유언도 너무나 평범하다. 그래서 더 마음을 움직이지. '내가 너에게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정말 오랫동안 생각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고 말하는 마크 그린. 죽음이 다가와서야 '네가 나를 싫어하는 것보다 더 나는 내 아버지를 싫어했다'며 나도 만만찮게 사고뭉치였다고 딸에게 고백하는 마크 그린. 멋지진 않아도 사랑스러워.
ER의 또 한명의 축인 존 카터. 대학 본과 실습부터 어탠딩이 될 때까지 한 사람이 어른이 되고, 사람이 되고, 의사가 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존 카터도 보통 사람이다. 카터가 초반 의과대생으로 나올 때는 정말 끔찍할 정도고 귀엽기만 했다. 흰색 가운을 예쁘게 각잡아서 다리고 다니는 도련님. 카터는 완전 긍정적이고 모든 게 잘 되기를 바란다. 모든 게 그저 부드럽게 굴러가기만을 바라는 카터. 그래서 만사에 열심히 하지만 카터는 천재가 아니기에 실수를 한다. 그리고 그걸 어설프게 덮으려다 더 우스워지는 경우도 있고. 물론 일리노이주의 세번째로 부자인 카터 집안에 아예 무료 병원을 지어버리는 그가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사는 방법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확실히 평범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오로지 도피하려고 간 콩고에서 그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삶을 보고, 자극받고, 영향받고, 변화한다. 그게 존 카터의 가장 좋은 점이다. 카터는 어디에서나, 어느 관계에서나 항상 배우고 변한다. 그러니 카터를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이뻐 죽겠어-.ㅠ

4. 꼴보기 싫은 두 사람 in one set : 캐리 위버, 로버트 로마노.
참으로 여러가지 면으로 이기적인 캐리 위버와 로버트 로마노.
캐리는 한마디로 관리형 인간이다. 그냥 딱 조직형 인간. 규칙 잘 지키고, 규칙이 옳다고 생각하니 달리 말하면 딱 범생이 타입이다. 설사 체제나 시스템에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냥 성격적으로 이런 게 잘 맞는 사람. <-나 이런 사람 아는데 ㅋㅋ 
그러니 의사역도 잘하고 관리도 잘하지만, 사랑받지는 못하는 캐릭터. 사실 꽤 괜찮은 사람이긴 한데, 밑도 끝도 없이 관리적으로만 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매우 짜증나게 하지요. 연애관계에서도 참 이기적이었다. 특히 게이임을 자각했을 때 스스로 차버린 멋진 언니와의 관계. 정말이지 그렇게까지 꼴불견이기 쉽지 않다고 느낄 정도였당께롱. 그래도 캐리도 사람인지라 그린이 죽었을 때 그를 그리워하고, 게이임을 숨기면서도 루카가 자신의 사랑을 응원해주자 루카에게 기대는 모습이 참... 미운짓 많이 하는 캐릭터 맞는데 미워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또 한명의 미워할 수 없는 완젼 악인. 정확히는 일상적인 악인 로버트 로마노. 인종차별, 동성애자 차별, 외쿡인 차별. 성차별. 애들도 당연히 싫어한다. 도대체 이 인간이 안 싫어하는 게 있으려나 몰라...라고 생각해도 된다. 편견 덩어리에 성격은 지랄, 일을 그냥 잘하는 게 아니라 무지하게 잘해서 외과 과장. 한 마디로 최악의 인간을 머리 위에 두고 살아야 하는 것. 아무리 지랄 같은 상사라도 함부로 인격모독을 안 하는 미쿡에서 그 잘난 주둥아리로 맘대로 짓거리고 다닌다. 그래도 참는다. 일 하나는 잘하니까. 그리고 아주 가끔, 정말 가끔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그 잘난 성격의 댓가라고 할 수 있으려나. 로마노가 좋아하는 여자는 절대로 로마노를 좋 아해주지 않고, 친구 없고, 직장 동료와는 최악의 관계를 갖고 있다. 가족도 없는 듯. 그래도 그런 것에 전혀 불만을 갖지는 않는다. 본인도 지랄 같은 거 알고 있고, 그 지랄을 하는데 감수해야할 옵션 정도로 생각하고 사니까. 그래도 사지 멀쩡할 땐 직업적으로 승승장구 했지만...인생이 맘대로 되나, 사고로 팔을 잃고 나니까 평소에 쌓아 온 인간관계 덕분에 바로 로마노의 사회적 위치는 바로 추락한다.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지도 않는다. 죽었을 때도 아무도 추도식에도 가지 않는다=_= 마크 그린의 마지막과는 엄청난 대조 ㄷㄷ
ER에서 가장 매력적인 악역, 아니 악역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지 않을까. 깊이가 있는 악역. 솔직히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재밌는 것은  이 얄미운 캐릭터 캐리와 로마노는 서로를 싫어한다. 피차간에 눈엣 가시. 그래도 살아남는 쪽이 이긴다고, 캐리가 아주 재밌게 복수를 한다. 정말 웃겼어=ㅠ=

5. 그리고 솔로들. (작성 중)
수잔 루이스
우리의 평범걸 수잔 루이스. 적당히 밝고,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웃기고, 인간관계도 적당하다. 대부분의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뭐랄까, 누구와도 잘 지내지만 특별히 친한 사람은 없어. 하는 사람? 사실 이건 수잔 루이스가 중간에 빠졌다가 돌아와서 그렇기도 하다. 초반에는 조금이지만 음울한 면이 있었는데, 조카하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는지 그런 부분이 많이 없어져서 왔드라고=ㅠ=

그레고리 프랫과 아치 모리스.
초절정 잘낸척쟁이 그렉이 인턴에서 어탠딩이 됩미다. 
이 초절정 잘난척도 사실은 말아먹을까봐 오히려 허세를 부리는 것이기도 하다. 얘가 카터에게 싸우고 코바치한테 갈굼당하면서 배우며 좀 인간답게 되는데 그게 참 귀엽=ㅠ=
그리고 당췌 뇌를 머리 안에 넣고 다니는 건지 알 수 없는 아치 모리스. 엑스트라 니플이 있는 아치 모리스. 백치미가 철철 넘쳐서 사랑스런 캐릭터. 근데 백치미가 철철 넘쳐서 모두에게 무시당하는 우리의 아치 모리스.

닐라 라스고트라.
인도에서 태어났고 영국에서 자랐으며 미쿡에서 의학공부를 했고-일을 하고 있다. 귀엽다. 귀여워. 매우 귀엽다. 아악, 귀여워. <-이렇게 다섯줄 쯤 채울 수 있을 것 같다=ㅠ=


6. 그리고 대표 찌질이 애비 록하트. life goes on.
애비 : I just hard to made... turn back on.
루카 : turn 'what' back on? when does it turn off?
애비는 자신이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동네방네 문제를 일으킬 때 뭐가 문제인지 말을 못 한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도 말을 못한다.
당연하다. 모든 게 문제고 모든 게 원인일테니까. 정말 한 순간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로 애비는 무너진다. 그러니 엉뚱한 변명이나 말도 안되는(혹은 자기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원인)을 찾아 갖다 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더 망가지기 시작한다. 
실제 삶에 비추면, 애비의 인간관계는 판타지다. 아무도 애비같은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렇게 불안정하고, 저렇게 마음을 열지 않고, 멀쩡하다가도 어느 순간 정신차려보면 우울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누가 버텨. 그나마 캐롤 헤서웨이는 자신의 감정이 자신의 컨트롤 안에 있었지만, 애비는 자신의 주변상황처럼 자신 스스로도 콘트롤의 범위를 벗어날 때가 많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이걸 콘트롤 할 수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은 자체가 약해서. 연애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는 다 이해해 줄 것 같고, 뭐든지 받아줄 것 같지? 카터나 루카 같은 사람도 힘든 순간이 찾아오고 결국엔 애비를 못 견딘다. 그리고 애비도 아주 잘 알고 있고.
이런 면에서 애비네 가족은 좋아할 순 없지만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애비 엄마가 다른 '평범한' 가족을 보면서 '나도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남들 사는 것처럼 따라서 하면 나도 정상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할 때 이 사람들이 단순히 드라마의 캐릭터를 만들고 상황을 만들어 땜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인생을 정말 정교하고 진지하게 애정을 갖고 구축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니, 애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끝까지 그냥 행복하게 만들어주진 않으니까. 마지막까지 바둥거리면서 살아야 하는 애비 록하트. 그리고 캐롤 헤서웨이. 그래서 Life goes on.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네가 얼마나 괴롭고 지랄같은 삶을 살든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어쩔거야. 그냥 저냥이라도 살아야지. <-근데 재밌는 거 아는가. 죽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없다. 4천년이 넘는 철학과 종교의 역사. 딱부러지게 인간이 자살하지 말아야 하는- 단지 그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 우후훗=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