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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그린존을 빙자한 딴 소리.

(그래도 스포 있다.)

1. 다른 거 없다.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 허벌나게 흔들려서 어떤 사람은 울렁거린다고까지 하는 그 연출을 나는 너무 좋아해서 본 시리즈도 그렇고 그린 존도 그렇고 보고 있다보면 뇌에서 엘돌핀을 다량 분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시작과 끝장면의 연출은 촘 그랬지만... (CG가 그랬던 건가--;;)
그래서 영화는 이야기 구조가 조금 느슨하다고 해도 재밌게 봤다. 아니, 이걸 스릴러라고 보면 느슨한거고 전쟁액숑 영화로 보면 괜찮다. 하긴 이게 느슨한 스릴러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미쿡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나 그런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일단은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것 같고, 연출에 혼란스러워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왜 저러지? 하는 것 같다.
뭐, 좋다. 어차피 역사 영화도 아니니 (일단은) 굳이 사실을 알 필요는 없다고 치자. 근데 영화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최소한의 정의'라면 그게 뭐 대단히 이해하기가 어렵냐. 결정적으로-다시 일단, 이 영화를 이해를 못했던 관객을 골빈 애들이라고 하자. 이해한 관객이 싫어하겠다. 어쨌든 이 골빈 애들 중에 하나였던 애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이 영화는 미쿡 영화인데 왜 미쿡을 욕하는 영화를 만들어?' 였다. 하악하악하악, 들을 때는 웃겼는데 집에와서 타이핑 하니까 어지럽다. 어쨌든 결정적으로. 고발 자체를 이해 못하는 건 좀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영화가 고발하는 걸 이해 못하니 주인공의 고발도 이해가 안 되시겠지. 이해력이 나쁜 건지 비위가 좋은 건지 모르겠네.
솔직히 이게 고발이나 되나. 그 일이 일어난지 만으로 7년이나 지났는데? 주인공이 군인이라 굳이 정의를 찾느라 더 목숨을 건다고 할 수도 없다. 어디까지나 '미군'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그가 한 일 중에 제일 멋지고 영웅(!)다운 일은 자신이 쓴 보고서를 모든 기자에게 송신한 건데. 대단히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특별히 캐릭터 소개도 없다. 여기서 밀러가 특별히 정의로운 군인으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처음에 자기 삽질하는거에 빡쳐서 도대체 어느 개쉑이 이따위 정보를 찔러줘?하는 걸로 시작하지.

테드 톡. 인간은 어떻게 괴물 혹은 영웅이 되는가.  (재생버튼 옆의 자막의 한국어를 선택하면 자막 지원 됨.)


그니까, 내 말은. 왜 이해를 못하냐고=_= 나는 왜 이해를 못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2. 프레디 분이 예측한 일을 해서 오히려 놀라버렸슈.
그 왜, 저런 사람들 어디나 있잖아. 특히 진보 쪽에 저런 사람이 많지. 지가 보기엔 짜가 진보를 까는 진짜 진보일 수도 있고, 아님 어쨌든 옳은 일이니까라고 생각해서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런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나는 되지도 않는 일을 하겠다고 죽자고 덤비는 인간들이 좋기 때문에' 나쁘게는 생각 안 해. (웨스트 윙. 토비 왈.) 아니 어쩌면 차라리 좋아한다는 쪽에 가깝다.
근데 이런 애들이 꼭 일을 망치거든. 하지만 이런 일은 '정당하다. 어쨌든 신념을 지키다 보면 언젠가는 더 나아질 것이다. 어쨌든 역사는 더 진보적으로 흘러가니까'-라는 아름다운 논리인데. 푸훗. "don't be naive"
물론 거기서 프레디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을 거다. 하지만 조금 참다 죽이든 삶아먹든 해도 된다는 거지. 그리고 솔직히, 너는 네 나라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그 색히를 없애고 싶었던 거잖아. 기왕이면 자기 손으로. 나도 그 기분은 이해하지만, 만약 내가 밀러였다면 일단 한방 먹이고 보내줬을 거다=_=
가끔 여성주의자도 그렇고, 활동가도 그렇고 말하다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많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일을 하자는 건지 소설을 쓰자는 건지. <- 음,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 실제로 화를 낸다;; 뷁,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혼자 꾸면 그냥 꿈이고, 많은 꿈이 모이면 현실이 된다고 하지만, 일을 해야 현실이 되지, 모여서 꿈만 꾸고 있으면 그건 망상 집단이고요.
그러니까 죽어도 양보 못하는 토비도 좋지만, 역시 현실에서 좋아하는 사람은 설사 이견이 생겨서 죽도록 싸우더라도 리오가 더 좋다.
조지 클루니 보고 '그래서 뭐! 눈에 보이는 좋을 일을 해도 넌 여전히 전용기 타고 다니면서 환경오염하잖아!!'하는 깜찍한 소리를 하는 인간보다는 인류에게 이바지 되는 일은 죽었다 깨다도 안할래염하는 태도를 가진 휴그랜트가 좋다는거지. (실제로 조지 클루니와 휴 그랜트 둘 다 좋아함. 특히 그 머리를 갖고 게으름만 피우고 인류공영에는 눈꼽만치도 관심없는 휴그랜트, 좋다. ㅋㅋㅋ)
그래서 웨스트 윙에서 리오 죽는 에피소드 볼 때마다 우는 걸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우리(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가를 생각하면 더욱. 아,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샘이다. 너무 귀여워서 아예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


덧.
본좌는 영화관에 잘 안 갑니다. 의자도 불편하고, 영화관에서 나는 냄새도 안 좋아한다. (<-영화제에서 일했음. 영화제 기간에는 영화관에 쳐박혀서 일주일을 꼼짝을 못하는데 나중에는 팝콘 냄새까지 싫어진다. 하지만 영사관은 좋아. 영사관 안의 풍경은 재밌다.)
그리고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관객 매너. 공연 가서도 항상 스트레스 받아서 만약 공연도 몽땅 다 DVD로 출시된다면 엔간하면 공연장 안 가고 다 집에서 볼 것이다. 오늘 내 옆자리에 앉으신 분께서는 영화 내내 문자를 주고 받으셨습니다. 초반 40분 정도는 정말 쉬지않고 문자를 주고 받으시더군요. 핸드폰도 신형이셔서 액정도 졸라크셔. 그리고 같이 온 두분과 함께 영화 이해 못해서 영화 내내 사지를 비비꽈대. 덧붙여 이 분은 위에서 말한 '이해가 안가'와는 다른 분임.

덧2.
이 영화의 제작사는 워킹 타이틀. 물론 자본은 미쿡것이고, 주연배우도 미쿡인이지만, 감독과 제작사는 영국이져잉. 물론 영국도 열렬히 미쿡 꽁무니를 좇으며 이라크 침략에 동참했지만. 왜 만들었냐고? 게다가 전쟁고발 블록버스터! 폴 그린그래스+맷 데이먼이 돈이 된다는 걸 헐리우드가 알기 때문이져잉. 돈이 참 좋긴 좋져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