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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리버댄스

몸뚱이의 70%를 바닥에 붙여 놓고 생활하는 나는 춤추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은 일단 멋있고 신기하다.
리버댄스를 쉽게 소개하면 아일랜드 스타일의 탭댄스. (원래 탭댄스의 기원이 아일랜드라고 하니까 아일랜드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만.)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고 다리가 휙휙 움지이는게 재밌고, 엄청 신기했다. 중력에 반하는 몸짓. 멋져~

원래 아일랜드 느낌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니 음악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연주도 아주 좋았고. 춤도 즐기면서 봤다.
단 한가지, 딱 한가지. 스토리가 뭔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알고 가면 끼워 맞추면서 보고, 모르고 가면 멍~하게 춤만 봐야 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셨네염. 의미심장한 나래이션은 의미심장하기만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는 그닥 도움을 안 주는 것 같다. 나래이션 번역 해 놓은 건 가끔 오역이 보이고, 가사가 중요한 노래는 번역을 안 했다. 잉글리 안하는 사람에게 배려 좀 해주라. 여기 한쿡말 쓰는 한쿡이거든.

1부는 빗방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더 큰 바다로 가듯이,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일랜드 문화의 (사람들의) 발전을 희망하는 이야기. (다르게 해석하면 민족주의 적으로 아일랜드인이여 뭉치자~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래이션에서 상당히 익숙한 '운동권'의 향기가 ㅋㅋㅋ)
2부는 미쿡으로 이민간 아일랜드 인이 열심히 일하고 다른 문화와 만나면서 융합되고 소통하는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다거나 고급문화로 자리 잡은 문화의 원류는 흑인이라든가 아일랜드처럼 소수이고 핍박받았던 사람들의 음악과 춤과 음식이다. 처음엔 천대하던 그들의 문화가 저들(?!)의 인정으로 고급문화가 되었다는 것도 좀 수상하지만 어쨌든 제일 흥미로운 점은 저런 소수문화를 원류로 하고, 운동권 감수성을 갖고 있는 문화를 보는 사람은 강남 아저씨-강남 아줌마라는 거다. 나눠갖는 거 시져, 나만 가질래, 아파트값 더 올랐으면 좋겠다고하는 사람들. 애들 데리고 온 부모님도 보였는데, 지루해 죽는 꼬꼬마들에게 내용은 설명해주지 않고, 춤이 멋있잖아, 탭댄스가 흥겹잖아...라고 재미를 득하는 걸 보면 내용은 전혀 입력하고 있지 않는 것 같긴 하더만.
재밌는 사람들이다. 흥미로워.

솔직히 아이랜드의 알려진 감수성이 흥겹거나 그렇진 않잖아. 물론 우리나라의 문화가 한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듯이 그 사람들도 늘 재미없게 살겠냐만은. 내가 아는 아일랜드 이미지란 아무래도 더블린, 제임스조이스, 대니보이, I dreamt I dwelt in marble hall 등등. 확실히 우리나라는 베트남이나 아일랜드의 역사적 감수성이 맞는 부분이 있다. (사는 꼬라지를 보면 베트남과 아일랜드는 잘 모르겠만 우리나라는 확실히 꼴통같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중간에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리랑 연주를 끼워넣는데 그게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ㅁ=!!
그래서 공연도 내용을 안다면 상대적으로 감정이입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너라면 이 공연 제 값 주고 보는 거 좋겠냐...고 하던데, 우리나라 공연비가 비싸긴 비싸져.
내가 빠질하는 아이돌 따위가 음향도 구리고, 조명도 구리고, 노래도 구리고, 춤도 구린데 무려 10만원이나 주고 봐야 한다고. 당연히 비싸지. 근데 다른 나라는 기업에서 문화 후원을 한다는 의미로 공연 후원 같은 거 많이 하거덩. 우리나라는 안해. 지들끼리 해처먹느라고 안하지. 그런 사람들한테야 10만원짜리 아이돌 공연이든, 30만원짜리 유명 가슈 공연이든, 15만원짜리 오리지널 공연이든 한끼 밥 값이겠지만, 정작 공연을 많이 봐야 하는 학생이나 어쩌다 큰 맘 먹고 문화 생활하려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큰 액수이긴 하다. 그리고 이 공연 춤하고 음악은 확실히 좋지만, 의상-무대미술&조명-스토리구성은 별로인 걸. 세종문화회관의 조명-음향은 여간해선 삑사리 질 안내서 진행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안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 공연계 사람들한테 금액을 더 깍으라고 할 수는 없으니 기업한테 뱉어내라고 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걸 요구하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아. 어쩌지 요구하면 안 된다고도 생각하고. 뷁...

어쨌든,
1. 리버댄스 갠춘하네여.
2. 기업은 문화행사에 후원 좀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