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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여러가지 테레비 등등

1. 한성별곡.
한성별곡을 시작했는데, 초장부터 '사람 차별하나?' 크리에 집회하고 난리 났네. 헐. 
이건 정조님 이야기가 아니자나. 이건...사극이 안라 내용상으론 철저히 현대극이로다. 일부러 대놓고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인터넷판 예고편을 봤더니 더 심하고. ㅋㅋㅋㅋ 당시에 봤다면 꽤 재밌게 봤으려나? 내가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도 아니고, 있는 것들 꼴값하는 꼴은 어떻게든 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감정이입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봐서 내 취향엔 안 맞지만 (그리고 기대했던 성질 나쁜 독재자 정조님도 나오지 않지만) 썩 그럭저럭 볼만했다고 느끼는지도 모른다. 정조님다운 정조님은 언제나 볼 수 있고, 조선다운 조선은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사극에서 현실를 빗대는 것도 좋긴 한데, 내가 지금 찾는 건 그것이 아니기에. 아쉽구먼.

영 신파하고 멜로는 취향에 안 맞는다. 대놓고 '나를 임금 취급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하는 대사를 반복하는 것도 별로고. 요즘 중2병 알레르기가 심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런 분위기로 갈 거였다면 더 추악하고 더 지저분하게 나왔으면 나름 재밌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단체로 어중간하게 찌질찌질찌질. 나도 한때는 잘해보려고 했으나 정치가(혹은 현실이) 이렇게 만든다? 꼴값을 한다.
그리고 3회에서의 반역인지 칼부림인지 뭐시기는 좀 코믹한데...이거 드라마랍시고 너무 하시네영 ㅋㅋㅋㅋㅋ 근데 요즘 사극에선 선비가 왤케 칼질을 잘해? 탐도에서도 그러더니.

하도 명품사극이라고 해서 좀 기대하고 본 게 있는데(고증도 잘했다고 하고), 조명 잘 쓴 건 알겠는데 좋아하는 핸드헬드도. 근데 내내 살랑거리는 붉은 커텐과 현대식 입말이여. 조총에 화약 넣는 게 고증 잘하는건가? 나는 사실 총 같은 건 별로 신경 안 쓰기도 하고, 애초에 배경만 조선이고 모든 이야기와 설정을 현재에 투영 시켜서 보여주는데 고증 잘해서 좋은 드라마였다고 말할 필요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2. 政 vs 正
정사 정자 보면 좌변에 바를 정자 보이나여. 정치가 원래 그런 건 아니다.
뭐, 돈이 죄가 아니라 사람이 죄라고, 정치가 그런게 아니라 사람이 그런 거라도 할 수 있겠지. (헤헹)
돈 때문에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을 만들려면 돈을 치워버리던가 그런 상황에 연류되질 않게 하던가.
정치때문에 사람이 죄 짓지 않게 만들려면? 소규모 공동체가 답이다? 부족 생활로 돌아갑세...아님, 역시 우리 각자 삽시다.

조선시대 공부하다 보니 말이지. 자료면에서 보나 상황면에서 보나 현재가 훨씬 좋다할만한데 왜 그때보다 지금 사람들이 더 무식하냐. 그리고 똑똑한 건 둘째치고, 사람들이 재밌기도 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깊이가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고 등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있고, 흔히 배웠다는 사람들? 안다는 사람들이. 물론 지금 나에겐 존경할 만한 선생님도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있고(도대체 학교도 안 다니는 주제에 평생 스승이라 할만한 사람이 두 셋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좋아하는 어른도 많이 있다. 근데 조선 때는 없던 정서와 지식의 혼란이 있어 보인다. 대안도 꿈도 희망도 생각할 만한 기력도 없다. 공부하고 고민은 죽도록 하지. 성과도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한성별곡의 정조에 투영되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고 똑똑하며 자신의 이상사회가 확고하고,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할지 확실하게 알았던 성질도 성격도 완젼 더럽던 정조'가 아니라, 똑똑은 한데, 내가 꿈꾸는 이상사회가 무엇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고, 그걸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갈팡질팡하는 이시대의 지식인과 활동가들이다. 그러니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지. 한성별곡에서 정조는 진짜 완전 지쳐있더라고. 
내 친구는 내가 어째 조선 공부를 하면할 수록 부정적이 된다고 하던데 이건 조선 공부 때문이라기 보다는 여러가지 상황이 합쳐지면서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공부할 수록 인간 불신을 갖는 건 당연한 것 같다. 예전에 우리 부모님도 넌 책도 많이 읽는데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고 하던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 베스트 : 난쏘공, 백년의 고독, 핵폭발이후의 최후의 아이들. 읽어보세염. 인간들은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종족이라능. 특히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는 한 영원히 내 눈 밖에 났다는 거지. 내 눈 밖에 나봐야 별로 큰 일 날 것도 없지만.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배울 것 하나 없는 사장 면상이나 마주보고 사는 사람과 이른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비주류) 인간과 느끼는 게 같겠나. 부정적? 나 정도면 과도하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3. 황금어장-아마존의 눈물팀.
북극의 눈물은 무려 극장에서 봤다능. (환경영화제 개막작이었다.)
아마존의 눈물은 중간중간 보고 오히려 제대로 본 건 제작기와 황금어장.
환경에 대한 다큐는 더 이상은 엔간하면 보지 않는다. 안 봐도 뭔소린지 안다. 그리고 보고 있음 더 울화통만 터져서 요즘은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거나 하면서 살련다. 남이야 이러거나 저러거나. 시킨다고 하지도 않고 투덜투덜. 하는 상태.

문명과 비문명이라.
김PD님의 말을 좀 더 바꾸면, 자신의 물질적 욕심을 콘트롤 할 줄 아는 것과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으로 따지면? 부자들 졸라 행복하다. 걔네들은 무려 자신의 돈과 노동과 물질에 대해 프라이드도 가지고 있다. 
부자들 안 행복하게 만드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들이 가진걸 전혀 안 부러워하면 된다. 우러러보지도 않고. 부러워하지도 않고. 권위와 권력은 밑에서 위로 생기는 것. 주지 않으면 영원히 가질 수 없다. 굳이 대들고 뺏을 필요도 없어. 그냥 내가 주던 걸 거두면 그 뿐.
내 첫 알바가 수능 끝나고 했던가, 하여간 패스트푸드 점에서 일했는데, 대부분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아르바이트생에게 1600원인가 주고 일을 시켰을 거다. 거기 점장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쯤 되는 젊은 사람이었는데, 하루는 매출이 잘 됐다고 시급 1600원 되는 애들 앞에서 정말 너무 행복하다는 듯이 웃는데, 그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진짜 비위도 좋다. ㅋㅋ 아, 근데 진짜 행복하긴 했을거다. 그런 인간들 많이 알거든. 근무시간 11시까지로 박아놓고, 마감하느라 11시 30분까지 일해도 연장 시급 주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행복하고 싶나?

뭐 어쨌든 김PD님은 나랑 결혼만 해주면 됨. (음?)


4. 한문공부를 시작했다. (실록과 승정원일기와 일성록과 홍재전서를 원본으로 읽기위해 = 정조님 빠질을 위해)
나는 한문을 전혀 못한다. 한문 배울 때 맨 처음 배우는 글자로 구성되어 있는 내 이름 쓰는 것도 까먹을 정도.
그래서 ->
볼 때마다 새롭다.
보고 돌아서면 까먹는다.
보고 있어도 까먹는다.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5. 요즘 내가 행복하다.
정확히는 우울증없이 상태가 매우 좋다.
공부를 핑계로 뻑적지근하게 빠질도 하고 있고,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 읽고, 음악 듣고, 밥도 해먹고, 적당히 움직이고, 생각하고, 놀고, 쓰고, 듣고, 이야기 하고. 보통 이걸 한량이라고 하는데(물론 백수건달이라고도 하고), 한량이 한가할 閑에 어질 良이라는 거. 나는 언제 제대로 된 한량 되나. ㅋㅋㅋ 생각해보면 과거에 백수라하면 죄다 책 읽고 산책이나 하는 양반네였을테니, 논다는 뜻을 갖고 있는 한량이나 백수건달이 (어느정도) 좋은 의미를 갖고 있는 건 당연한 것도 같다.
결론. 돈 안 벌고, 돈 안 써도, 누가 나를 대단히 별거라고 생각해주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스스로 행복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글만 쓰면 날카로워진단 말이지. 써 놓은 걸 보면 신경질의 절정인 것 같은데, 실제론 안 그렇고. 요상하다--;;


6. 제시카가 나오는 금발이 너무해를 보게 됐다.
따라 가서 보는 거라 제시카보다 좌석이 더 걱정.


7. 이번 동계올림픽은 전부 안 보고 있다. 스브스 때문에.
애초에 올림픽 볼 때 게임만 보지 결과를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에 동계올림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제냐 프로그램도 외쿡 방송국에서 방송한 것으로 나중에 챙겨봤다. 아마 김연아 프로그램도 이렇게 보겠지. 하계 올림픽에서 달리기 종류는 안 봐도, 동계올림픽 달리기 종류는 다 봤는데 아쉽도다. 중계권 따낸 방식도 맘에 안들고, 그럼 중계라도 좀 똑바로 하던가. 못하기도 지지리도 못해요. 어휴. 글로만 봐도 깝깝. 내가 보고 싶은 건 검색해서 외쿡 방송국 걸로 본다니까 혹자가 '그렇게까지?'라고 하던데. 안 보는게 힘든가. 있는 것들이 돈 벌려고 지독하게 구는 거 보면 나는 발끝에도 못 미치는구먼.

한성별곡 마지막회에 보니까 '방송의 주인은 시청자 여러분입니다'라고. 근데 지금 김비서의 꼬라지. 마봉춘의 혼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만큼 허무한 소리가 아니냐. 민주주의의 제일 큰 폐해는, 국민이 주권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가져야 할 권리라고 너희가 가르쳐 준대로 내가 내 권리를 (매우 소극적으로) 행사하는 것 뿐인데, 나와 같은 형편의 사람에게 '그렇게까지?'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 같이 그렇게 하자고 한 것도 아니구먼.


8. 괴물.
주변에서 많이들 재밌다고 했고, 케이블에서 해주길레 낼름 봤는데, 이놈의 광고. 이래서 캐이블을 안 본다.
말마따나 오락영화. 메시지 하고도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준 것 같다. 그래도 보고 나면 오락영화로만 남는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결국 서민의 삶으로 돌아오는, 갈래야 거기 밖에 갈데도 없고,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더 신경써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켜주지도 않고, 그런 거 기대하지도 않고. 괴물 나오고, 괴물 죽이고, 대신 정붙일 아이 있으면 뉴스에서 뭐라고 떠들거나 말거나 끝. 하긴, 민주주의든 자본주의든 왕정이든 뭐든 등따시고 배부르게 먹으며 윗놈들 신경 안쓰고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굳이 세금까지 줘가면서 윗놈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주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