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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트라우마

최근 많은 미쿡 영상-대중문화에서 현대 물질 문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감을 많이 느꼈는데, (반면, 우리나라는 그 물질 문명에 미친듯이 열광하며 달려가고 있는 형세고.) 여러가지 수사물을 보면서도 꽤 많이 느낀거긴 하지만, 라이투미를 보니 9.11에 대한 트라우마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평소 수사물을 꼭 챙겨보질 않아서 좀 이상하다고만 느꼈는데, 라이투미 1, 2시즌을 싸그리보다보니 아주 많이 눈에 띈다. 문화적으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건 처음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는 저런식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발현은 처음 본다.

당연히 우리나라는 테러는 우스울정도의 지배를 당했고 전쟁을 경험했으니까 그 트라우마를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어느 나라든, 민족이든 충격에 대한 문화적 반응이 있다. 좀 이상하지만, 보편적으로 봤을 때 피지배자(피해자)가 보통 지배자(가해자)의 입장에 자신을 투영시키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가 된 것은 자기가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잘 못해서도 아닌데, 뭔가 '맞을 짓을 했다'는 식의 논리 말이다. 지배를 받아야 할만큼 비문명이며, 저열해서 지배를 했다는 둥의 많은 변형, 그러나 똑같은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우리가 약해서 당한거야. 약한 건 등신같아. 약하면 또 당해. 차라리 강해져서 우리가 가해자가 되는 것이 나아'라는 병에 걸려있다. 나쁜 건 가해자인데도!
이 병은 놀라울 정도로 사회 저변에 깔려있어서, 부모는 초딩을 저렇게 가르치고(내 자식 맞고 오느니 차라리 패고 오면 비용지불하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 학교는 학생을 이렇게 가르치며, 미디어와 국가는 이런 식으로 국민을 계묭한다. 승자독식, 경쟁-더 이상 경쟁상대가 안보이면 진짜 경쟁상대는 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선수권대회에서는 일뜽. 지들이 원조 해주는 것도 아니면서 조금만 맘에 안차면 슬럼프네 어쩌네. 더 웃긴 건 많은 '어른'들이 김연아나 박태환이 거기까지 올라가는데 '국가에서 어쨌든 무언가 많이' 원조를 해줬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푸핰ㅋㅋ)
게다가 정말 고맙게도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을 계몽시키지 못해서 안달이지. 정상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면, 21세기에 국민보고 왼쪽으로 다니라는 둥 오른쪽으로 다니라는 둥의 소리는 하지 않을거다. 제일 웃긴 건, 이런 캠페인의 포스터를 보면 그 안의 인물들은 대부분 이른바 선진국의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바 '선진국은 오른쪽으로 다녀요' '선진국의 국민들은 엘레베이터에서 뛰다가 넘어지지 않는다능!' 이런 건데... 멋지지 않냐. ㅋㅋㅋㅋ '원어민'이 있는 영어학원이란 건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온 백인'이 있는 학원이라는 이야기지. 거기에 흑인이나 영어를 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는 포함되지 않아요~~ 걔들이 하는 영어는 뭔가 간지가 안나여~~

어쨌든 다시 미쿡으로 돌아가서 전반적으로 보이는 미쿡의 해결 방식은 더 큰 폭력을 막기 위해 자잘한 폭력은 불사한다-라는 것이다. 그야 뭐, 워낙 평소에도 놀림을 받는 것 아니었나. 쓸데없이 총들고 설치는 경찰들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것이 더 강렬해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이익을 얻는다'는 것보다 더 강력한 주문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몇몇 개인은 희생할 수 있다. 그게 비록 옳지 않은 거라도, 죽고 난다음에 영웅적인 죽음 처리해주지 뭐-ㅠ- 라는 식의 논리가 엄청 많이 나와. 심지어 내가 만약 의도치 않게 다른 많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자리에 있다면 그냥 내가 죽지 뭐. 라는 것. 아니 그야 누구나 그 자리에 있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번번히 너무나 쉽게 니가 희생 좀 해주세요-이런다니까. 상황을 너무나 급박하게 인식한 나머지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건 당연하고. (물론 많은 미디어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설득력이나 논리력은 패스하고 인물들간의 갈등을 극대화시켜서 몰입을 더 주려고 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확실히 이래저래 심하긴 심하다.)

결론은...재미가 있긴 있는데, 애들 상태가 이상해...라는 것과 미쿡은 날이 갈 수록 갈만한 나라가 못 되는 구나라는 것. 미쿡 문화의 정신적 황폐.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너무 심하니까 요상하다. 내가 미쿡 드라마를 보면서 미쿡인에 대해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쩝. 세상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별꼴을 다보네영.



덧. 그래도 어디에나 희망(??!!)은 있는 법.
스토리 라인은 영 요상시럽고 막장스럽지만, 이메진 부를 때는 눈에서 국물이...혹은 땀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