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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뮤지컬 화랑.

테스토스테론이 좀 필요해서(응?) 뮤지컬 화랑을 봤다. 요즘은 만원이기도 하고. 으헝헝.
근데 내가 갖고 있는 테스토스테론을 주고 와야 하겠다는 기분이...왜들 그렇게 말랐냐. 비쩍 말라가지고는. 그래가지고 신라 지키겠어?  왜 너도 나도 저렇게 비쩍 골았는지. 직접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덩치 좀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뮤지컬 화랑.
원래 티켓 가격이 3만원, 연장공연을 해서 특별할인으로 1만원.
배우들 뿐 아니라 제작비도 초 경량. 소품이 방패, 칼, 활, 화장품. 옷은 당연히 단벌, 무대장치? 먹고 죽을래도 없다. 크크크.
이런 뮤지컬은 아이디어, 내용 혹은 음악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내 취향으론 기본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신파로 몰아가는 이야기는 별로고 감정이입은 안 되고, 음악은 그냥 현장에서 '보고' 앉아있기엔 괜찮다. 썩 맘에 드는 음악도 없었고, 그렇다고 매우 싫은 음악도 없었는데 그게 이 뮤지컬의 관람 포인트가 이쪽이 아니라서 그렇다. 아이디어, 내용, 음악 빼고. 이게 원래 예정인 2달 이상을 러닝하고 있는 이유는 이게 팔리는 이유가 있다는 거시다. 젊은 총각들, 노래, 춤, 애교, 야오이 코드. 몇몇 코드가 매우 아이돌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요. 한마디로 대놓고 2-30대 여성분 오세용~하는 뮤지컬. 그야, 화랑엘 지원하는 젊은(어린) 남자 5명이 주인공. 뭔가 척 들어도 이거슨 여자용인데, 장년층 아저씨도 왔고 몇몇 총각도 있던데 정말 온 몸을 비비꼬더군. 특히 동성애코드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더욱. 그나저나 화랑에서 동성애코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갔는데, 요즘 남자들 많이 나오는 거에 이거 빠지면 장사나 안 되나? 아니, 이게 제대로 퀴어코드면 말을 안하겠는데, 전형적인 야오이 감성이라 이걸 뭐라해야할지=_=;;;
내용은 손을 좀 봤으면 좋겠다.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왠지 연극에 노래를 넣은 기분인데, 전반적인 구성은 나쁘지 않다. 다만 몇가지 디테일을 살리고, 신파 부분을 좀 매끄럽고-아님 무엇보다 신파답지 않게 좀 고쳤으면. 왜=_= 모든 사연을 신파로 몰아가는 걸까. 제일 문제는 그 신파에 전혀 감정이입이 안 된다는 거. 대본하고 연출만 좀 손봐도 훨씬 나아질 것 같은데. 전형적인 야오이 캐릭터는 좀 그렇다고 치더라고 말이지. 근데 그 예쁜 총각은, 목소리가 괜춘한 저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쥐.

이게 묘한게 보고 있는 2시간은 난감한 기분이 들어도 나름 재밌게 봤는데, 집에 들어오니까 할 말이 없어.
그래도 만원이든 3만원이든 별로 돈 아깝지 않았다. 나름의 재미에 충실해서 갠춘해요.
아, MR 볼륨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름대로 재밌는 공연이었고 만족했음.


덧. 대본상 틀린 부분 있다.
애들이 웃통 벗고 벌 받으면서 춥다고 오들오들 떠는 장면이 있는데, 그 뒤에 '이 때 즈음이면 추수가 끝나서 갈대가 어쩌고 저쩌고...'
한 겨울에 혼나고 나서 벌써 일년이 지나버린거냐... 어차피 고향 회상이면 고쳐! 아무거나 상관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