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요, 모차르트 빠순이거든요. (이 몸은 빠질하는 사람도 참 많지.)
클레식은 지 좋을 때만 듣는데도 빠순이 답게 모차르트 음악은 한번 들어본적이 없는 것이라도 귀신같이 알아요.
그래서 뮤지컬 모차르트의 광고를 봤을 때 빠순이의 제 눈엔 '뮤지컬 모차르트'가 아닌 '모차르트'만 눈에 들어왔던 거죠.
당연히(?) '모차르트'를 봤슈미다.
'모차르트'가 아니라 '뮤지컬 모차르트'라서 예상했던 바와 달라 1막 때는 꽤나 당황했지만, 2막은 꽤 즐길 수 있었고 (실제로 2막 곡이 더 좋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효과나 장치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신경을 많이 쓴 무대, 화려한 코스듐, 재밌는 안무. 음, 확실히 괜찮았다....지만...아래 글(3번)에는 스포일러가 있음.
1. 구성이 매우 산만.
곡마다 무대도 바뀌고 코스듐이 바뀌는 건, 그야 한 인간의 전 생애를 다루는 거니 건너 뛰어야겠고 나오는 캐릭터를 소개는 해야겠고...
하다보니 초반에는 아니 사실상 1막은 정말 정신없다. 2막 막판에도 좀 심하게 달리다 고꾸라진다는 느낌인데... 모차르트 인생이 그렇다고 말하면 또 할 말 없지만--;; 나야 모차르트 인생을 좀 알아서 본다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은 정신 사나워서 어떻게 보나여?
정말 등장 인물 많다. 메인 캐릭터만 모차르트, 모차르트 아부지, 모차르트 누나, 모차르트 마누라, 모차르트 마누라네 가족, 대주교(영주), 남작부인, 모차르트 동업자(쉬카네더)까지. 정말, 쉬카네더는 좀 뺐으면 하는 마음이 있네. 이건 극이 산만하다 못해 정신이 사납다. 무엇보다 모차르트의 일생의 동업자인 쉬카네더가 주요하게 나오는 씬이라곤 두씬(노래 두곡)정도인데, 캐릭터 설명이 ㅎㄷㄷ 계속 나오면서 캐릭터 설명이 되는 것도 아니고, 툭 튀어 나와서 독창 한다고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쥐. 그래도 남작부인이랑 영주는 극 전반에 존재감이 있는 편이지만, 남작부인은 캐릭터가 아예 없다 - 근데 남작부인역의 신영숙씨가 노래를 너무 잘하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빼면 시져...아니 서포트라면서 서포트의 역활이 ;ㅁ; 전혀 ;ㅁ; 보이지가 않아요 ;ㅁ; 영주는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와 콤플렉스가 뒤섞인 사람인데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영주를 연기한 윤형렬씨가 너무 카리스마가 있으셔서 인기 짱이더군=ㅠ= 어쨌든 세 캐릭터가 중요성에 상관없이 비중이 비등비등하고, 그러다 보니 캐릭터 설명이 너무 충분치가 않아서 안습이었어. 그러니 그냥 쉬카네더를 버려. 아님 모차르트 아부지가 1막에서 부르는 신파성 노래 하나를 빼고 다른 캐릭터 설명을 더 하등가.
노래 바뀔 때마다 무대에 배경 나오는 소리(덜덜덜덜하는 바퀴 굴러가는 소리)....재밌었음 =ㅠ=
2. 음악.
난 코스듐은 매우 맘에 들었고, 춤은 그냥 그랬어요. 정확히는 춤이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고 별로였던 부분이 있었어요. 전반적으로 양쪽 다 창의성이 번쩍거린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하지만 조화는 좋았다고 생각해요. 무대나 조명도 마찬가지.
근데 나는 노래에 아주 불만이 많았...
그야, 애초에 뮤지컬을 보러가면서 음악을 based on mozart라고 생각한 나의 착각 때문에 1막에서 '이게 뭥미'한게 맞긴 맞지만, 그래도 모차르트잖아ㅠㅠ '음악가' 모차르트를 다룬 뮤지컬인데 음악은 끝발나게 좋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여. 뭔곡인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1부에 있던 두 곡은 진짜 마음에 안들었다. 이건 뭐, '나는 뮤지컬에 들어가는 노래에요. 정말 뮤지컬답죠?'하는 울림이 ㄷㄷ
어쨌든 그 와중에도 물론 좋은 곡은 있었다. 주로 남작부인과 영주님과 모차르트의 노래와 모차르트 모차르트(곡제목임). 솔직히 남작부인의 황금별과, 모차르트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 합창 모차르트 모차르트, 영주의 모차르트를 찾아라와 어떻게 이런 일이...는 '자, 이 곡을 듣고 감독을 받으삼. 이 뮤지컬 참 대작이지요?'하는 곡이지만, 이런 곡에 더 반응하는 건 어쩔 수가 없지.
도입부분에 위태위태하던 음향은 결국 한번 사단이 나더군 ㅋㅋㅋㅋ 아니, 왜 초반에 직직 거릴 때 제대로 처리 못하고 나중에야 조치를 취하는 건데? (조치를 취하다가 사단이 난 걸 수도 있지만, 오늘은 그게 아닌 듯.)
그래도 역쉬 세종문화회관. 확실히 음향좋고 그 이 외의 삑사리가 없었다. (조명도)
3. 모차르트, 모차르트!
이건 좀 내용 그 자체(혹은 해석)에 대한 문제인데.
모차르트의 대표곡이 '내 운명 피하고 싶어'라니-.ㅠ 미하엘 쿤체, 당신 지금 나한테 싸움 거나요.
게다가 아마데가 모차르트를 죽이는 건 뭐야 =ㅁ= 아마데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으로 표현되는 것 같았는데, 그럼 모차르트가 자기의 천재성에 죽었단 말인가염. 여기에 곡 제목이 내 운명 피하고 싶어라니. 내가 본 게 맞긴 맞는 모양인데, 프로그램북에 영화 아마데우스가 아마데우스를 왜곡했다는 말로 뮤지컬 모차르트를 설명하는 글이 있던데, 이 부분에 대해선 이 뮤지컬 모차르트도 왜곡이 만만치 않다고 본다. 그게 뭐냐고오오오오오.
모차르트 아부지가 모차르트에 대한 집착, 비틀어진 애정 따위를 가족과 사랑이라는 말로 밀어붙이는 것도 너무 짜증난다. 실제로 그는 마지막까지 모차르트를 인정하지도 용서하지도 않고 죽었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자신의 방탕에 의한 어머니의 죽음과 마지막까지 자신을 인정하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고 죽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나를 제발 좀 사랑해줘...'이런 건 좀 아니다. 물론 글렌 굴드는 모차르트의 곡을 사랑을 구걸하는 음악이라고 하기도 했지만(그래서 별로 안좋아했지만), 모차르트의 곡은 오히려 '잇힝,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지~'하는 좀 장난스럽고 자신감에 차있다. 실제로 그도 자신이 천재인 걸 알고 있었고, 음악에 대해선 늘 자신감에 넘쳤다. 모차르트가 아버지에게 계속 어필하는 건 본인을 사랑해달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음악가로써 (혹은 아들로써) 아버지에게 음악가로 (혹은 성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했다.
결론은 모차르트 캐릭터가 맘에 안 든다. 작곡가 모차르트가 아닌, 가족과 관계 중심의 모차르트를 그린 것이고, 그것이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그리고자 한 모차르트라는 걸 감안해도. 도대체 평생 철도 안 들고, 그나마도 후회하다 죽는 저 캐릭터는 누긔? 음악적 자신감과, 대단히 열정적인 혁명가는 아니었지만 음악으로 사회적 주장을 하던 인간은 도대체 어디로 간거여.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시대를 봤을 땐 나름 급진적이다. 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로 오페라에 입문했다...라고하기엔 모차르트 오페라 밖엔 안 듣는군.)
하긴 실제 내용은 어떻든,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영화 아마데우스가 너무 완벽했다. 당구대에 기대서 당구공을 튕기고 그게 돌아오는 사이 악보를 메꾸는 그 장면은 증말 굉장했지.
4. 다른 캐릭터.
모차르트 누나인 난넬도 참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녀도 어렸을 때는 천재 음악 소녀였고,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했는데 동생의 천재성이 자신의 재능이 함몰되고 인생도 모차르트와 아버지 사이에 끼어버린다. 모차르트 마누라 콘스탄체도 재밌는 여자다. 모차르트와 열정적인 사랑을 한 여자로, 모차르트 인생에 콘스탄체처럼 그를 사랑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돈 벌어오라고 좀 볶아댔다고는 하더만...
어쨌든 갠적으로는 이 두 캐릭터와 영주 캐릭터를 좀 더 살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캐릭터가 충분히 설명되지도 않고, 설정이 좀 어중간한건지 표현이 충분히 되지 않아서 엄청 매력있을 캐릭터인데 그냥 괜찮네정도에서 끝난다.
이 두 캐릭터는 BBC 다큐스딸 드라마 모차르트에서 더 매력적이다.
덧. 딴소리.
내러티브가 이렇게 산만한 이야기를 보면서도 본좌는 어쩔 수 없는 모차르트 빠순이라 '으악, 저 아부지 싫어. 영주보다 더 싫어. 짜증나'이러고 있더라고. 아, 레오폴트 싫어요=_=라고 내가 아무리 말해도, 모차르트는 사랑이 넘쳤던 사람이라 그의 아부지를 참 사랑했던 것 같다. 편지를 봐도 그렇고. 그래, 편지를 보면 애정을 구걸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애를 끌고 유럽을 돌아다니며 '쑈'를 해준 레오폴트 덕분에 모차르트의 유아시절은 거의 학대의 시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린 애한텐 가혹했던 여행과 훈련을 당하고 살았는데도 모차르트 성격을 보면...역시 성격이나 본성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유전자로 결정되는 천성인건가. (으음?) <-요즘 진화생물학, 특히 유전자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다. 재밌다. 핥핥.
너무나 밝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음악 안에 숨겨져 있는 그의 고뇌와 슬픔과 성찰에 천번의 키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