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연진행. 외적인 부분.
올림픽 공원으로 접어들면서 이거 뭔가 학교 축제만도 못하다라고 느껴진게, 포스터 하나 붙여져 있지 않은 길을 걸어 들어가면 다리를 지나서 체조경기장 펜싱경기장이 나란히 보이는데, 체조경기장에선 공연전 긴장감이 느껴지는 반면 펜싱경기장에서 느껴지는 저 우울함. 어디를 봐도 '시상식 따위 버로우시키고 우리끼리 진촤 재밌게 놀아봐여~'하는 분위기따위 먹고 죽을래도 없었다.
SS501 관련 (비싸긴 하나 좆치 않은) 물품을 파는 매대가 있고, 티케팅 하는데는 아비규환이었다.
티켓확인-입장하는데 보통 콘서트는 2시간 이상을 잡지 않는데, 여기는 며칠전부터 12시부터 하니 일찍 오는게 혼잡을 막네 어쩌네 하는 헛소리를 해대서 뭔가 했더니 티켓팅부터 조낸 못하는 괴상한 진행. 나 혼자 티케팅했을 때도 저런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여차저차해서 티켓도 티켓검사도 없이 입장. 그냥 괴상한 확인증가지고 들어감=_= (내 경우는 그래도 많이 기다리지 않고 쉽게 들어갔다. 이런걸 오래 행사판에서 굴러먹었던 요령이라고 해야하나-_- 누굴 공략하는지 안다고 해야하나...) 도대체 티켓도 제대로 발부 못하고 티켓검사도 없을 거라면 뭐하러 애들은 기다리게 하냐. 정말 티켓 검표를 제대로 안 할거라고는 생각못했다. 검표하는 사람도 안내하는 사람도 없는 공연도 처음인 것 같다. 행사 진행 알바생들 다 어디갔니...
그렇게 좌석에 앉으니 보이는 척봐도 조악한 무대. 무대디자인 센스는 둘째치고 사이드는 잘 안보이게 만든 개념 말아먹은 무대가 있었슴미다. 무슨 무대효과 쓸건지도 훤히 보이고요. 조명도 아- 정말 싼냄새 나더군요. 그래서 조명도 그지같을 거라고 생각했슴미다. 당췌 스피커는 뒤에다 숨겨놨나 몇개 보이지도 않슴미다. 그래서 음향도 포기했슴미다. 그런데 오마이갓뜨, 앍~ 마이 이어즈. 시작하니 사운드 진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 이런 사운드 진심 생전 처음이에여. 가수가 하는 콘서트 맞나여. 죽빵을 날려주마, 음향감독-_- 너에게 현피를 신청하마. 그리고 무대를 비춰주는 카메라...카메라 감독뉨- 당신 리허설 안한거 다 티난다능=_= 아니, 전체적으로 리허설 제대로 안한티 팍팍 내주시고.
그래서 결론,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2. 공연기획.
그렇다고 공연기획이 엿같은 음향과 그지같은 조명과 날림 카메라를 다 상쇄하고도 남았냐...하면 그것도 아니져.
공연 중에 맘에 든 건 딱 하나, 김형준과 김규종 개인무대에 이야기를 넣은 것 뿐이었다. 게 중 자연스롭고 (나름) 재미있게 넘어가는 진행이었다. 그거 빼고는 살다살다 그렇게 뚝뚝 끊기는 공연은 처음봤다. 공연막판은 스스로도 언제 어떻게 끝낼지 듣지도 않은 것 마냥...옷 갈아입을 거 아니면 들어가지 마! 물 마시러 들어가냐? 왜 너나 할 거 없이 단체로 우왕좌왕하는 거냐고=_=
그리고 결 정적으로 이거 팬서비스를 해야하는 팬미팅이기도 하지만, 콘서트이자 쇼케이스 아니었냐. 왜 음악 이야기 안하냐.
'즈희 작사 작곡 해써여. 프로듀싱도 해써여.'
네, 그럼 어떤 곡을 누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가했고, 어떻게 했고, 왜 했고, 누구랑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를 알려주세여 ^^*
....... -_-
진짜 공연기획한 인간, 비도 오는데 먼지 나게 패주고 싶었다.
아무리 가수가 앨범 홍보하러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라 쇼프로그램에 나오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뭐 쇼케이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콘서트도 아니고. 팬서비스는 확실하게 해줬으니 긴시간 팬미팅이었구마...
공연을 두시간 반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앵콜포함 두시간 반 이상의 공연을 하지 않는다. 하기 힘들다. 극장이나 공연장 안에 들어간 사람의 집중력은 보통 때의 2-3배 이상이다. 너도 나도 죄다 영화나 공연이 이렇네 저렇네 할 수 있는 건, 높아진 집중력 덕분에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캐치하지 못하는 이야기의 논리적인 결함이나 연출상의 헛점을 영화나 공연관람에서는 족족 잡아내기 때문이다.
공연 중의 30초는 엄청나게 길다. 그래서 그 안에서는 1초라도 버리는 시간 없이 계획되고 완벽하게 조여야 하는데, 이 공연은...제대로 된 기획에 원활한 진행이었다면 앵콜포함 1시간 반이면 끝나는 걸 괜히 힘들(고 재미없)게 늘리기만 한 꼴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공연은 2시간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어떤 가수는 앵콜포함 1시간 40분 이하로 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시간동안 얼마나 좋은 쇼를 보여주는가에 있다. 이승환이 대단한 것은 팬이 아닌 사람이 공연을 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4시간을! 김장훈도 그렇지. 정말 공연 잘해.
두시간 반...적어도 시간으로 봤을 때는 무언가 보여주고 싶고, 무언가 말해주고 싶고, 즐기고 싶어했다는 거는 알겠다.
그렇다면 준비도 그정도 했어야 해. 이건 여러가지로 너무 급조하고, 대충하고, 성의없는 이벤트 아닌가.
그냥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라면 그냥 애들 데리고 대학로가서 춤추고 같이 놀면 된다. 뭐하러 기획을 하고 대본을 만들고 컨셉을 잡나. 그냥 쳐 노는 거면 콘서트니 쇼케이스는 뭐하러 하냐고.
되도 않는 음향에 MR 틀어놓고, 그따위 조명에 그따위 진행.
그딴 식으로 해도 밥 벌어 먹고 사는게 신기하다. 진짜=_=
백수로 놀고 먹으면 부모님한테만 욕 먹잖아. 일하고 만인한테 욕 먹고, 스트레스는 있는대로 받고. 참 사람들 이상하게 산단 말이지.
3. 섹스심벌 혹은 아이콘.
사람은 무엇에서든 어떤 것이든 교육을 받는데 성적인 것도 마찬가지라, 우리는 한번도 '이것이 섹스며, 이것이 섹시다'라고 교육받은 것은 없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편견과 성취향을 가지고 있다. 예쁜 손, 얇은 손목이나 발목, 빗장뼈, 가슴골, 등짝, 어깨, 다리 등등 세부적인 것 같지만 그것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다들 비슷한 모양새를 좋아한다는 것이지. 그게 진짜 예쁘고 섹시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교육받아서. 클리쉐는 영화가 아니라 삶에 널려있다.
팬미팅에서 주요 팬서비스는 그런 것들의 나열이었다.
잘난 얼굴이야 전면에 나오고, 긴다리 자랑, 예쁘고 비싼 의상(차라리 컨셉을 말해죠...알 것 같지만) 자랑, 빗장뼈 보여 주고, 어깨 까고, 가슴도 좀 보여주고... 응, 참 좋아들 하더라. 나만 빼고 다 좋아하는 것 같았음.
나는 조지 클루니가 작년에 입고 나왔던 턱시도를 올해도 주요시상식에 입고 나오면 그게 섹시하고 재밌지, 도대체 갈비가 성성한 애들(동방신기)이 벗고 나온다고 섹시해보이고, 어린 애들(SS501)이 기름칠 좀 했다고 섹시해보이는 감성을 도통 모르겠다. 그것도 너무나 뻔한 아이콘을 들이대며, 우리 섹시해지려고 노력 좀 해써여. 네, 수고했어요. 근데 그 나이엔 섹시한 거 말고도 다른 거 많이 할 수 있으니 다른거 해보는 건 어때여. 미켈란젤로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건 건강한 20대초반의 남성이다'라고 했다. (...이 아저씨도 참...) 굳이 그렇게 안 꾸며도, 그렇게 뻔하게 들이대지 않아도 이쁘다는 걸 알아죠.
SS501 호모마케팅이야 잘하는 거야 일찍부터 알고 있었고(누군지는 모르겠는데, 호모마케팅 너무 많이 한다-라고 느꼈던 그 애들이 SS501이었다) 그래서 이쪽은 현장에 가니 별로 심하다고 못 느꼈는데, 저 들이대는 '섹시함'은 영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긴 나 빼고 대부분의 팬들은 좋아하긴 했으니 별 문제는 없는건가.
너넨 좋겠다...어깨만 까도 애들이 자지러지니...
4. 출금전용 ATM, 빠순이.
내 주변에도 두엇 있는 빠순이. 나도 빠순이가 됐지만 이것들의 생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물론 빠순이라고 해서 빠순이 패턴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해는 해야지하고 덤벼들어봐야 튕겨나오기만 할 뿐. 근데 이게 또 은근히 재밌긴 하단 말이지. 오덕들이랑은 패턴도 다르고 기본 정서가 다르지만 '정신 나간 것'들이란 의미로는 동급이고 (나는 오덕에 빠이니 인생 막장...orz) 의외로 합치되는 점도 많다. 특히 겉멋이 뻐렁치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재밌는 건 스스로 '출금전용 ATM'에서 그다지 벗어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투덜대긴 하지만, 근본적으론 오빠(얼굴)만 보면 만사 오케. 이번 콘서트에서도 '아앍, 오빠 너무 잘 생겼어, 멋져 아ㅣㅗㅁ;ㅐㅑㅈ ㅎ모 ㅈ댜ㅐㅛ ㅁㅎ'이러기만 하니. 아, 음악 좋았다는 애들 의견은 죄다 버로우한다. 가사 전달은 거의 안 되고 저음과 리듬부분은 다 뭉개지는 음향으로 도대체 그들은 무슨 음악을 들은 것인가. 나는 그냥 귀가 썩어 들어가는 줄 알았구만. 이건 '오빠가 하는 음악'이니 그냥 좋아연...이거임?
어쨌든 그러니 SS501이 그렇게 자기 팬들 좋아하는 거겠지. 군소리 없이 따라와주니까. 아니, 사실 군소리는 많다.
또 하나 재밌는 게 그거다. 빠순이들 '오빠를 제외한 많은 것'에 군소리가 많다. 테레비에 나오면 편집이 그지같네, 카메라가 발카메라네부터 시작해서 외모와 스타일, 소속사 왈가왈부는 귀엽고 곡에 대해서도 이래라 저래라 시킨다. 그냥 노래 감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입김을 불어넣으려고 한다고나 할까...이건 드라마빠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되도 않게 깝치다 말아먹은 드라마가 한두편이 아니지.
상상해봐~ 내가 보노형아(U2, 보컬)보고 단지 내가 빠순이라는 이유로 '형아,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이걸로 저걸로, 분위기가 별로였어염. 가사가 어쨌어염'하는 꼴을 생각해보라고. 마이클 잭슨보고 안무가 이러네 저러네 하는 걸 상상해 봐. 나도 웃고, 보노형아와 마이크 잭슨 빠순이들도 웃고, 무엇보다 보노형아와 마이클 잭슨이 웃을 일이다. 마릴린 맨슨이랑 오지 오스본이라면 죽빵을 맞을지도...
우리나라 가수도 마찬가지. 신해철 재즈 앨범이 내 마음에 안 들면 안 듣고 말지, 해라 마라 말을 하진 않았는데 말이지.
그러니 재밌으면서도 궁금한 건 오빠가 좋기는 좋으나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만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는 거다.
'아이돌'이라서? 아니면 유난히 아이돌의 '빠'들이 힘이 세서? 근데 이게 말이 되는 말인가.
문제는 이런 빠들의 설레발이 궁극적으로 가수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이번 공연에서도 대체로 다 좋음. 이걸로 끝나니, 향후 공연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본인들 스스로도 '이건 오빠와 우리들만의 잔치'이므로 빠가 아니면 (혹은 불만있으면) 오지마, 뭐 이딴 식이다. 뭐야, 이것들은...=_=
이런 패턴이 진짜 이상하다. 정작 컴플레인을 걸 수 있는 곳에는 안 걸고, 엄한 곳에 한풀이를 해.
올림픽 공원으로 접어들면서 이거 뭔가 학교 축제만도 못하다라고 느껴진게, 포스터 하나 붙여져 있지 않은 길을 걸어 들어가면 다리를 지나서 체조경기장 펜싱경기장이 나란히 보이는데, 체조경기장에선 공연전 긴장감이 느껴지는 반면 펜싱경기장에서 느껴지는 저 우울함. 어디를 봐도 '시상식 따위 버로우시키고 우리끼리 진촤 재밌게 놀아봐여~'하는 분위기따위 먹고 죽을래도 없었다.
SS501 관련 (비싸긴 하나 좆치 않은) 물품을 파는 매대가 있고, 티케팅 하는데는 아비규환이었다.
티켓확인-입장하는데 보통 콘서트는 2시간 이상을 잡지 않는데, 여기는 며칠전부터 12시부터 하니 일찍 오는게 혼잡을 막네 어쩌네 하는 헛소리를 해대서 뭔가 했더니 티켓팅부터 조낸 못하는 괴상한 진행. 나 혼자 티케팅했을 때도 저런 문제는 없었다.
그래서 여차저차해서 티켓도 티켓검사도 없이 입장. 그냥 괴상한 확인증가지고 들어감=_= (내 경우는 그래도 많이 기다리지 않고 쉽게 들어갔다. 이런걸 오래 행사판에서 굴러먹었던 요령이라고 해야하나-_- 누굴 공략하는지 안다고 해야하나...) 도대체 티켓도 제대로 발부 못하고 티켓검사도 없을 거라면 뭐하러 애들은 기다리게 하냐. 정말 티켓 검표를 제대로 안 할거라고는 생각못했다. 검표하는 사람도 안내하는 사람도 없는 공연도 처음인 것 같다. 행사 진행 알바생들 다 어디갔니...
그렇게 좌석에 앉으니 보이는 척봐도 조악한 무대. 무대디자인 센스는 둘째치고 사이드는 잘 안보이게 만든 개념 말아먹은 무대가 있었슴미다. 무슨 무대효과 쓸건지도 훤히 보이고요. 조명도 아- 정말 싼냄새 나더군요. 그래서 조명도 그지같을 거라고 생각했슴미다. 당췌 스피커는 뒤에다 숨겨놨나 몇개 보이지도 않슴미다. 그래서 음향도 포기했슴미다. 그런데 오마이갓뜨, 앍~ 마이 이어즈. 시작하니 사운드 진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탕. 이런 사운드 진심 생전 처음이에여. 가수가 하는 콘서트 맞나여. 죽빵을 날려주마, 음향감독-_- 너에게 현피를 신청하마. 그리고 무대를 비춰주는 카메라...카메라 감독뉨- 당신 리허설 안한거 다 티난다능=_= 아니, 전체적으로 리허설 제대로 안한티 팍팍 내주시고.
그래서 결론, 한마디로 개판이었다.
2. 공연기획.
그렇다고 공연기획이 엿같은 음향과 그지같은 조명과 날림 카메라를 다 상쇄하고도 남았냐...하면 그것도 아니져.
공연 중에 맘에 든 건 딱 하나, 김형준과 김규종 개인무대에 이야기를 넣은 것 뿐이었다. 게 중 자연스롭고 (나름) 재미있게 넘어가는 진행이었다. 그거 빼고는 살다살다 그렇게 뚝뚝 끊기는 공연은 처음봤다. 공연막판은 스스로도 언제 어떻게 끝낼지 듣지도 않은 것 마냥...옷 갈아입을 거 아니면 들어가지 마! 물 마시러 들어가냐? 왜 너나 할 거 없이 단체로 우왕좌왕하는 거냐고=_=
그리고 결 정적으로 이거 팬서비스를 해야하는 팬미팅이기도 하지만, 콘서트이자 쇼케이스 아니었냐. 왜 음악 이야기 안하냐.
'즈희 작사 작곡 해써여. 프로듀싱도 해써여.'
네, 그럼 어떤 곡을 누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가했고, 어떻게 했고, 왜 했고, 누구랑 어떤 마음으로 했는지를 알려주세여 ^^*
....... -_-
진짜 공연기획한 인간, 비도 오는데 먼지 나게 패주고 싶었다.
아무리 가수가 앨범 홍보하러 음악프로그램이 아니라 쇼프로그램에 나오는 세상이라지만, 이건 뭐 쇼케이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콘서트도 아니고. 팬서비스는 확실하게 해줬으니 긴시간 팬미팅이었구마...
공연을 두시간 반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앵콜포함 두시간 반 이상의 공연을 하지 않는다. 하기 힘들다. 극장이나 공연장 안에 들어간 사람의 집중력은 보통 때의 2-3배 이상이다. 너도 나도 죄다 영화나 공연이 이렇네 저렇네 할 수 있는 건, 높아진 집중력 덕분에 평소 일상생활에서는 캐치하지 못하는 이야기의 논리적인 결함이나 연출상의 헛점을 영화나 공연관람에서는 족족 잡아내기 때문이다.
공연 중의 30초는 엄청나게 길다. 그래서 그 안에서는 1초라도 버리는 시간 없이 계획되고 완벽하게 조여야 하는데, 이 공연은...제대로 된 기획에 원활한 진행이었다면 앵콜포함 1시간 반이면 끝나는 걸 괜히 힘들(고 재미없)게 늘리기만 한 꼴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공연은 2시간 20분을 넘기지 않는다. 어떤 가수는 앵콜포함 1시간 40분 이하로 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문제는 그 시간동안 얼마나 좋은 쇼를 보여주는가에 있다. 이승환이 대단한 것은 팬이 아닌 사람이 공연을 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4시간을! 김장훈도 그렇지. 정말 공연 잘해.
두시간 반...적어도 시간으로 봤을 때는 무언가 보여주고 싶고, 무언가 말해주고 싶고, 즐기고 싶어했다는 거는 알겠다.
그렇다면 준비도 그정도 했어야 해. 이건 여러가지로 너무 급조하고, 대충하고, 성의없는 이벤트 아닌가.
그냥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라면 그냥 애들 데리고 대학로가서 춤추고 같이 놀면 된다. 뭐하러 기획을 하고 대본을 만들고 컨셉을 잡나. 그냥 쳐 노는 거면 콘서트니 쇼케이스는 뭐하러 하냐고.
되도 않는 음향에 MR 틀어놓고, 그따위 조명에 그따위 진행.
그딴 식으로 해도 밥 벌어 먹고 사는게 신기하다. 진짜=_=
백수로 놀고 먹으면 부모님한테만 욕 먹잖아. 일하고 만인한테 욕 먹고, 스트레스는 있는대로 받고. 참 사람들 이상하게 산단 말이지.
3. 섹스심벌 혹은 아이콘.
사람은 무엇에서든 어떤 것이든 교육을 받는데 성적인 것도 마찬가지라, 우리는 한번도 '이것이 섹스며, 이것이 섹시다'라고 교육받은 것은 없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의 편견과 성취향을 가지고 있다. 예쁜 손, 얇은 손목이나 발목, 빗장뼈, 가슴골, 등짝, 어깨, 다리 등등 세부적인 것 같지만 그것의 생김새에 대해서는 다들 비슷한 모양새를 좋아한다는 것이지. 그게 진짜 예쁘고 섹시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교육받아서. 클리쉐는 영화가 아니라 삶에 널려있다.
팬미팅에서 주요 팬서비스는 그런 것들의 나열이었다.
잘난 얼굴이야 전면에 나오고, 긴다리 자랑, 예쁘고 비싼 의상(차라리 컨셉을 말해죠...알 것 같지만) 자랑, 빗장뼈 보여 주고, 어깨 까고, 가슴도 좀 보여주고... 응, 참 좋아들 하더라. 나만 빼고 다 좋아하는 것 같았음.
나는 조지 클루니가 작년에 입고 나왔던 턱시도를 올해도 주요시상식에 입고 나오면 그게 섹시하고 재밌지, 도대체 갈비가 성성한 애들(동방신기)이 벗고 나온다고 섹시해보이고, 어린 애들(SS501)이 기름칠 좀 했다고 섹시해보이는 감성을 도통 모르겠다. 그것도 너무나 뻔한 아이콘을 들이대며, 우리 섹시해지려고 노력 좀 해써여. 네, 수고했어요. 근데 그 나이엔 섹시한 거 말고도 다른 거 많이 할 수 있으니 다른거 해보는 건 어때여. 미켈란젤로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건 건강한 20대초반의 남성이다'라고 했다. (...이 아저씨도 참...) 굳이 그렇게 안 꾸며도, 그렇게 뻔하게 들이대지 않아도 이쁘다는 걸 알아죠.
SS501 호모마케팅이야 잘하는 거야 일찍부터 알고 있었고(누군지는 모르겠는데, 호모마케팅 너무 많이 한다-라고 느꼈던 그 애들이 SS501이었다) 그래서 이쪽은 현장에 가니 별로 심하다고 못 느꼈는데, 저 들이대는 '섹시함'은 영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긴 나 빼고 대부분의 팬들은 좋아하긴 했으니 별 문제는 없는건가.
너넨 좋겠다...어깨만 까도 애들이 자지러지니...
4. 출금전용 ATM, 빠순이.
내 주변에도 두엇 있는 빠순이. 나도 빠순이가 됐지만 이것들의 생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물론 빠순이라고 해서 빠순이 패턴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해는 해야지하고 덤벼들어봐야 튕겨나오기만 할 뿐. 근데 이게 또 은근히 재밌긴 하단 말이지. 오덕들이랑은 패턴도 다르고 기본 정서가 다르지만 '정신 나간 것'들이란 의미로는 동급이고 (나는 오덕에 빠이니 인생 막장...orz) 의외로 합치되는 점도 많다. 특히 겉멋이 뻐렁치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이 재밌는 건 스스로 '출금전용 ATM'에서 그다지 벗어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투덜대긴 하지만, 근본적으론 오빠(얼굴)만 보면 만사 오케. 이번 콘서트에서도 '아앍, 오빠 너무 잘 생겼어, 멋져 아ㅣㅗㅁ;ㅐㅑㅈ ㅎ모 ㅈ댜ㅐㅛ ㅁㅎ'이러기만 하니. 아, 음악 좋았다는 애들 의견은 죄다 버로우한다. 가사 전달은 거의 안 되고 저음과 리듬부분은 다 뭉개지는 음향으로 도대체 그들은 무슨 음악을 들은 것인가. 나는 그냥 귀가 썩어 들어가는 줄 알았구만. 이건 '오빠가 하는 음악'이니 그냥 좋아연...이거임?
어쨌든 그러니 SS501이 그렇게 자기 팬들 좋아하는 거겠지. 군소리 없이 따라와주니까. 아니, 사실 군소리는 많다.
또 하나 재밌는 게 그거다. 빠순이들 '오빠를 제외한 많은 것'에 군소리가 많다. 테레비에 나오면 편집이 그지같네, 카메라가 발카메라네부터 시작해서 외모와 스타일, 소속사 왈가왈부는 귀엽고 곡에 대해서도 이래라 저래라 시킨다. 그냥 노래 감상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입김을 불어넣으려고 한다고나 할까...이건 드라마빠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되도 않게 깝치다 말아먹은 드라마가 한두편이 아니지.
상상해봐~ 내가 보노형아(U2, 보컬)보고 단지 내가 빠순이라는 이유로 '형아,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이걸로 저걸로, 분위기가 별로였어염. 가사가 어쨌어염'하는 꼴을 생각해보라고. 마이클 잭슨보고 안무가 이러네 저러네 하는 걸 상상해 봐. 나도 웃고, 보노형아와 마이크 잭슨 빠순이들도 웃고, 무엇보다 보노형아와 마이클 잭슨이 웃을 일이다. 마릴린 맨슨이랑 오지 오스본이라면 죽빵을 맞을지도...
우리나라 가수도 마찬가지. 신해철 재즈 앨범이 내 마음에 안 들면 안 듣고 말지, 해라 마라 말을 하진 않았는데 말이지.
그러니 재밌으면서도 궁금한 건 오빠가 좋기는 좋으나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만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는 거다.
'아이돌'이라서? 아니면 유난히 아이돌의 '빠'들이 힘이 세서? 근데 이게 말이 되는 말인가.
문제는 이런 빠들의 설레발이 궁극적으로 가수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이번 공연에서도 대체로 다 좋음. 이걸로 끝나니, 향후 공연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본인들 스스로도 '이건 오빠와 우리들만의 잔치'이므로 빠가 아니면 (혹은 불만있으면) 오지마, 뭐 이딴 식이다. 뭐야, 이것들은...=_=
이런 패턴이 진짜 이상하다. 정작 컴플레인을 걸 수 있는 곳에는 안 걸고, 엄한 곳에 한풀이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