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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이 산다

드라마 이산 & 조선

1. 실록 읽을 시간이 없어서 정조님 빠질을 할 수가 없어 아쉬운대로 이산을 보기 시작했다.
근데 뒤로뒤로를 열심히 누르면서 고속으로 보고 있다. 이건 뭐 한 회마다 새로운 사건사고가 생기네. 전체 줄거리라고는 결국 이산이 왕님 되는 것밖에 없는데 비해, 잔사건이 너무 많아서 나에겐 오히려 재미가 없다. 이준기 일지매에서 이준기가 한 회에 두번씩 죽을 뻔하고 한번씩은 입에 주먹넣고 우는 씬이 생각난다. 요즘 드라마는 만날 울고, 만날 죽을 뻔하고, 만날 화만 내니. 한쿡 사람 참으로 혈기왕성하구료... 도통 이런 종류의 감정과잉이 재밌다고 느껴지지가 않아.

게다가 우리 정조님 성격을 완죤히 바꿔놨구만요=_= 도대체 우리 정조님과 동명인 저 분은 누긔?  
이보다 더 놀라운 건 여자주인공 송연이에게 캐릭터가 없다. 아무리 이산 원탑 주인공이라지만, 나름 비중있는 여주가 캐릭터가 없다. 만날 눈물 그렁그렁 세손님 걱정에 세손님을 위해 하는 짓이 하루를 점령하니, 세손님을 위해 아무것도 못하면 쓸모없고, 세손님 생각에 일도 능력은 넘치는데 일에 집중을 못해. 넌 세손님 아니마인가요. 저게 무슨 캐릭터야. 좋아하는 남자가 칼침 맞아도 잠을 퍼질러 잘 수 있는 비위를 가진 탐나는도다의 능력없는 못난이 버진이가 좋네요.
이산은 대부분 인간관계가 평면적이고, 캐릭터도 무척 평면적이다. 관계가 상당히 일방적이고 단순하며, 사건사고가 생겨도 오고가는 게 없고 캐릭터가 평면적이니 사건의 결말이 모두 예측되서 두 배로 재미가 없다. 일단 많이 안 봤으니 이 정도로 해둘란다. 근데 이거 진짜 뒤로 가면 재밌어지는 건가.


2. 한쿡 살람들이 역사의식이 좀 비틀려있는 건 알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조선을 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같지가 않아. 특히 한쿡처럼 민족주의가 팽배한 나라는 역사 의식이 무척 강하고 크기 마련인데, 역사의식은 접어두고 일단 역사를 모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역사를 보는 시각 자체가 좀 독특하다.
그거 아시는가. 미쿡 근현대 역사엔 나쁜 대통령이 하나도 없다. 당대엔 욕을 먹어도 역사가 되면 역사로서 대해준다고 해야하나. 한쿡은 보통 평가하기에 바빠요. 현대적 시선에서 잘했으면 성군, 못 했으면 등신. 그것도 보통 정사로 욕하기 보다는 인간관계 같은 것을 빌미로 욕을 해댄다. 이준기 일지매에서도 인조를 완전 찌질이 상등신으로 만들어놓고, 탐도에서는 완전 미친 사람이며, 이산에선 영조를 노망난 노인네로 그린다. 게다가 조정은 어떻게 그렇다치고 분열하는 왕실이라. 한쿡식 콩가루 집안의 조선판인 듯 싶은데... 비틀린 한쿡 정서가 참으로 걱정되는구려.

그야 세습되는 왕위니 꼭 정사를 잘 보는 사람만이 왕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랏 일이 장난이냐고요. 한쿡 사람은 정치 사회 우습게 보고 있고, 그걸로 요즘 이모냥 이꼴로 살고 있음에도 왕이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직위나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재배치하고 그래서 사실을 비틀어놓고 있다.
조선은 작은 나라도 아니었고, 통치가 만만한 나라도 아니었다. 왕이 미쳐서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정치를 안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자세히보면 왕대에 따라 지식인의 수준도 달라진다게 보인다. 많지않은 기록에도 사서에 나와있는 사람과 문화상 면면을 보면 안다. 세조 때하고 연산군 때보면 더 극명하다. 세조 때는 세종 5년 뒤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정도.
오널 날과 조선이 다른 점은 대통령을 시민이 직접 뽑고, 최근의 한쿡 대통령이 정치를 안한 다는 거? 크허허. 히밤, 조선 왕들은 책임감이라던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도 있었지 이것들은 한탕 해먹고 튈 생각이 뻔히 보여요. 아주 골고루 꼴깞을 떤다니까. 지금 아무리 그럴 듯하게 보인다고 해도 결국 후대의 그들은 알겠지. 지금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글을 읽고, 어떤 사람들이 칼럼리스트로써 말을 하고 살았는지. 남는 건 공식적인 글만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조선을 보듯이, 그들도 우리를 보겠지. 아니 사실은 우리는 보이지도 않을테고, 정부를 제 입맛에 따라 등신 만들어놓겠지. 빤히 보여, 이대로 갔을 때 후대가 이 시대를 어떻게 볼지. 아오, 징글징글해. 역사란 후대에 평가하는 게 아니다. 평가는 현재에 하고, 후대는 (제 입맛대로) 기억만 하는 거야.


3. 사극보는 재미는 한복하고 건물 보는 재미인가. 눈이 즐거버.
내가 부자 나오는 현대극 드라마 보고 눈 즐거운 적은 별로 없는데 말이시.